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최근 몇 년간 지속되는 고유가 행진과 에너지 전쟁의 격화, 국가간 자원 경쟁의 심화, 점점 가시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각종 화석연료의 가채 부존량 고갈, 교토의정서 발효 등 국제 에너지 환경이 어느 때보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 수요 급증과 북한의 극심한 에너지 빈곤을 포함하여 한ㆍ중ㆍ일의 대중동 석유의존도 심화 등은 동북아의 지역안보와도 직결되고 있는 정세이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심각한 국제 에너지 환경은 국가의 생존 차원의 대응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국가간 에너지 정책 및 협력 방안을 외교안보 당국이 주도하고, 공통의 협력사업을 발굴하여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에너지 당국이 지원하며, 민간 부문과 협력하는 통합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후발개도국에 대한 사회 경제적인 지원 방안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접근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런 포괄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해결방안보다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에너지전략적대화(Strategic Energy Dialogue : SED)’ 방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SED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거국적 차원의 역할분담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미ㆍ중ㆍ일ㆍ러ㆍEU 등은 90년대 중반 이후부 이런 방식을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중국의 SED 추진과 실현을 위한 활동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 때 사회주의 진영의 주도권 다툼과 끊임없는 국경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와 1996년 SED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2002년 이후에는 수시로 개최해오고 있다. 이밖에도 대외무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바탕으로 에너지원과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적대국으로 맞서왔던 인도와 굳게 손을 잡았으며, 아프리카 국가와 이란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였거나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폭증하는 미래의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자원 선점과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나마 2004년 9월에는 한ㆍ러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간 SED를 개시한다’는 데 합의하였으며, 현재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는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3국간 SED에 합의하였고, 12월에는 미국에도 SED 개최를 요청하였다. 다행스럽게 참여정부도 2013년까지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18%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부터 에너지 정상외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우리의 외교정책의 중요한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에 맞춰진 점은 평가해줘야 한다.


SED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관건은 국가적 차원에서 각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업무를 분장하고 민간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함으로써 당사국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에너지원을 97%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그 가운데 석유수입량이 세계에서 네 번째임에도 자주 개발률은 3% 수준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살길이 무엇인가를 절박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보다 6배나 높은 18%의 자주 개발률을 갖고 있는 중국이 오늘날 왜 그토록 사활을 걸고 SED와 에너지 정상외교를 추진하고 있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중국을 타산지적으로 삼아 거국적 차원에서 에너지 부국과 SED를 추진하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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