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W기준 열병합발전 가스공급 이원화 규제개혁 사실상 무산
분산전원·CO2 저감 편익보상 시늉만, 공급구역 지정요건은 완화

[이투뉴스] 집단에너지업계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되는 일은 별로 없는데 견제와 규제는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분산전원 및 온실가스 저감효과에 대한 편익보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100MW를 기준으로 이원화된 발전용 직공급 역시 무산되기 일보직전이다. 하지만 공급구역 지정요건은 1만세대로 강화하는 등 규제개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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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거대 사업군인 전기와 가스 그늘에 갇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집단에너지의 태생적 한계가 거론된다. 좋게 보면 ‘컨버전스(융복합) 사업’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끼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사업규모와 텃세에 밀려 어느 순간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집단에너지에 대한 정책지원보다는 방치에 가까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외부 탓만 할 게 아니라는 지적도 거세다. ‘100MW미만 LNG직공급’ 문제만 하더라도 입안에 들어오기 직전 상황이었으나, 안이한 판단과 무관심이 막판 역전을 허용했다. 열요금에만 매달려 근본적인 정책방향 개선은 도외시한 채 근시안적 자기이익 챙기기에만 바빴다는 자성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업계가 한난(한국지역난방공사)과 非한난, 대규모 대 소규모 등으로 나뉘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도 한 몫 보탰다.

◆집단에너지 요구는 묵살, 견제는 거세져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용량 100MW를 기준으로 이원화된 천연가스 공급체계를 당분간 현재대로 유지키로 방침을 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검토를 계속한다고는 하지만, 언제다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도시가스 도소매 사업자간 영역구분을 위해 발전용량 기준으로 인위적인 선긋기를 했다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 후퇴는 없었다. 당장 추진할 규제개혁 대상과제에서 뺀 속사정 역시 그대로다. 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 간 사업영역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우태희 차관까지 나서 “왜 이런 사안을 진즉 말씀하지 않으셨느냐, 즉각 개선을 지시하겠다”고 말했으나 공수표가 됐다.

집단에너지업계가 수년 동안 공들여 온 분산전원 효과 및 온실가스 감축 편익에 대한 보상 역시 시늉에 그치고 있다. 전력당국이 열제약발전 시 무부하비와 기동비를 최대 50% 보상해준 것 외에는 이뤄진 게 없다.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으로 바뀌자 분산전원 확대정책은 어느 순간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150MW 이하로 CHP 용량을 제한하겠다는 의중까지 비쳤다. 배출권거래제도 열병합발전을 발전·에너지업종에서 분리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책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반면 집단에너지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공급대상지역 지정범위를 완화하는 규제개혁은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도시가스업계가 집단에너지 확대를 막기 위해 제기한 과제다. 산업부는 이를 수용해 기존 ‘5000호 이상’으로 돼 있는 지역난방 공급대상지역 지정을 위한 사전협의 개발사업 범위를 ‘1만호 이상’으로 바꾸는 집단에너지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시행되면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 지정이 이전보다 대폭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집단에너지업계의 요구는 하나같이 묵살되고, 사업을 옥죄는 방향으로만 정책방향이 전개되자 사업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적자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접어야 한다면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집단에너지사업법 폐지’는 물론 ‘허가권 반납’까지 들먹이고 있을 정도다.

◆정부책임론 vs 자성론, 양비론까지 다양
사업자들은 정부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거론한다. 꼭 집단에너지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에너지산업 전체가 아닌 에너지원별 칸막이를 쳐놓고 정책을 입안·집행하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과(課)나 국(局)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자기 분야와 산업만 챙기려는 ‘부서 이기주의’가 에너지원 간 중첩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최근 불거지는 에너지신산업 주도권이나 분산전원 정책에 대한 이견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업계 스스로 자초한 점은 없는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략적 상황판단과 분석을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집단에너지 발전방안을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자신이 유리한 것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직접적인 이익이 될 때만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돼 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다. 조용히 있다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 된다는 자세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100MW미만 LNG직공급의 경우 업계 전체의 오랜 숙원이었으면서도 개선을 위해 앞장서는 사업자는 많지 않았다. 미래엔 인천에너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등 일부가 나서 국회 청원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동안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었다. 구역전기사업자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발전용 직공급을 받을 경우 혜택이 큰데도 모회사인 도시가스사 눈치를 더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집단에너지가 자꾸 밀리는 것은 덩치가 큰 전기와 가스가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에너지 담당부서의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사업자 역시 다들 자기 눈앞에 이익만 쫓을 뿐, 사업 전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정부 탓만 해서는 결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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