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모든 것이 다 그렇겠으나 에너지정책이 기업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해야 한다. 시장원리가 주도하는 분야에서는 그때그때 가격이 유연하게 변하므로 특별히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아도 수급조절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에너지 분야에서는 시장원리보다는 정부의 규제나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결정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아 경직적으로 자원배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분야에서는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것 자체가 매우 경직적이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열요금은 정부의 가격규제 대상이다. 또한 에너지 분야 사업자의 신규진입과 설비증설도 각종 인허가를 통하여 규제되기 때문에 수급이 쉽게 조절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원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 대부분의 1차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스스로 가격과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제한되어 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수급조절 실패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66년 말과 1967년 초 겨울에는 연탄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모자라 연탄파동을 겪었고 1973년과 1979년에는 각각 제1차와 제2차 석유파동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전력도 수급조절이 잘 안 되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불과 몇 년 전인 2011년에 전력공급이 모자라서 9·15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2013년까지 전력이 모자라서 여름과 겨울의 피크 때에 정부는 절전규제까지 시행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기가 남아 SMP는 크게 하락하였고 가스발전소의 수익성은 악화된 상태이다.

심각한 수급조절 실패와 가격폭등 사례까지를 인용할 필요 없이 에너지정책에는 크고 작은 정책의 타이밍 미스가 나타나는 것을 어렵잖게 지켜볼 수 있다. 정책의 시의적절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책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나름대로 이를 유도하게 된 에너지 부문의 사업환경과 배경이 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났던 석유전자 상거래, 혼합유 판매, 알뜰주유소 정책 등은 당시의 고유가 상황과 휘발유 및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국민들의 유가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던 정책적 고민이 그 배경이었다. 그런데 2014년 말부터 서서히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저유가 국면으로 접어든 현 상황에서는 정책환경이 정반대로 바뀌게 되어 당초 이 같은 정책이 의도하고자 하였던 목표를 달성하기가 힘들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정책의 목표 자체가 큰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동일한 경우를 전력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력공급이 모자라서 SMP가 높고 한전이 구입전력 비용의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현저하게 낮았을 때를 배경으로 규제계약(Vesting Contract), 지역적 용량가격 등 여러 정책이 제안된 바 있다. 일례로 규제계약의 경우 민간의 석탄발전소가 등장하게 될 경우 SMP를 도매전력요금으로 받아가게 되면 한전 발전자회사의 석탄화력발전소와 형평성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계약을 수력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 발전설비에까지 적용하려고 검토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업환경과 설비제원을 갖춘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일률적인 규제계약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SMP가 크게 하락하여 규제계약 자체가 불필요하게 되었다.

정부는 정책환경의 변화를 파악하고 과거에 수립하였던 에너지정책의 변경 필요성을 기민하게 재점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차선책이다. 에너지정책은 법제도의 신설, 관련 기관의 설립 등에 따라 이해당사자를 만들고 한번 형성된 이해당사자는 정책변화에 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일단 시행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최선의 정책은 가격기구이다. 가급적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수급이 조절되도록 유도하게 되면 사업자도, 제도도 이에 적응하게 된다. 에너지정책이 시장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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