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요즘 국민적 원성의 대상이 된 저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성은 주택용, 이름은 누진제입니다. 오일쇼크가 터진 1974년에 에너지절약을 목표로 태어나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었네요. 본적은 상공부 청사, 현주소는 한전이 있는 나주혁신도시입니다. 폭염이 지친 여러분 앞에 무슨 낯짝으로 입을 열까 고민도 됐지만, 기왕 욕을 먹은 김에 한 번 더 혼날 각오로 몇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참에 저를 아예 없애자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산업용이나 일반용은 예외로 둔 채 왜 비중도 13.6%에 불과한 가정용만 눈치를 봐가며 써야 하느냐는 지적, 공감합니다. 그런데 혹시 일반용과 산업용 전력은 계약용량이나 소비시간대, 계절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원가 이하에 전기를 쓰고 있다고 알고 있는 산업용중 (갑)2종의 여름철(6~8월) 경부하 시간대 요금은 kW당 60.5원이지만, 중간부하 때는 86.30원, 최대부하 때는 119.80원으로 크게 상승합니다.

마찬가지로 일반용 전력(을) 고압A 선택 1 요금제는 경부하 때 61.6원이던 요금이 최대부하 때는 196.6원까지 인상됩니다. 산업용이나 일반용에도 나름 수요변화에 대응한 누진율의 법칙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택용에 부과되는 누진율은 평균 사용량 증가 등 시대변화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도 산업용이 정말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쓰고 있는지는 팩트체크가 필요합니다. 한전 영업기밀이란 이유로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이미 산업용 원가회수율은 100%를 한참 지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최근 3~4차례 전기료 인상의 결과입니다.

이것 또한 지극히 주관적 관점이지만 산업용 요금이 왜 일반용이나 가정용보다 단가가 저렴해야 하냐고 하시며 백안시 하는 것도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어떤분들은 ‘대기업들이 쓰는 전기’라고 매도하시지만, 산업용도 뜯어보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나 기초산업을 보호하는 용도의 요금제가 따로 있답니다. 또 산업용이나 일반용 역시 가정을 벗어나 출근길에 오른 우리 가장들의 일터나 공장, 국부를 창출하는 수출기지에서 사용하는 전기입니다. 물론 전기가 다른 에너지원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일부 산업체에서 남용해 온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앞으로 제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 지 저 또한 알길이 없습니다. 다만 무던히 욕을 먹어가면서 한때 소비절약에 기여했다는 점만을 유일한 위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자원 빈국에서 어떻게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낭비요소는 없는지, 정말 효율적으로 소비되고 있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웬만한 가정의 한 가족 통신비는 한달에 20만~30만원이 넘어섰습니다. 우리 산업의 동력이자 냉장고와 세탁기도 돌려드리고 불도 밝혀 드리면서 더러 시원함도 드리는 게 전기, 이제 그에 상응한 가격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만 편지를 접습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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