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유례없는 폭염 못지않게 국민을 괴롭히던 징벌적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찔끔 처방이 나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부랴부랴 당정회의를 갖고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현행 6단계의 누진제 폭을 50kWh씩 넓혀 소비자들이 월 19.4%의 요금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40여년 전 고유가시대에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엄청난 전기요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즉 가구당 100kWh까지는 60.7원이 부과되지만 ▶101~200kWh 125.9원 ▶201~300kWh 187.9원 ▶301~400kWh 280.6원 ▶401~500kWh 417.7원 ▶501kWh 이상은 무려 709.5원으로 되어 있다. 501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는 100kWh 구간보다 무려 11.7배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는 벌을 주는 효과를 준다고 해서 징벌적 누진제로 불리고 있다.

당정은 우선 이 같은 누진제의 골격은 건드리지 않고 누진구간만 매 단계마다 50kWh씩 늘려 1단계는 150kWh 이하로 하고 2단계는 151~250kWh, 마지막단계는 551kWh 이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민의 불만은 약간 해소할 것으로 보이나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내려주고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산업화 초기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시절에는 이 같은 징벌적 전기요금체계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누진제를 마련하던 오일쇼크 직후인 1974년만 해도 에어컨을 가진 가구는 상류층이었다. 심지어는 냉장고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21세기 초입에 서있는 현재 무려 10배가 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온존시킨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40여년 전에 비해서 전기사용량도 큰 폭으로 늘어났고 자연스레 우리나라 발전량도 1억kWh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손보기 위해 당정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누진체계와 누진배율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제에 전기사용량 등 기본 통계서부터 신뢰가 가도록 국민에게 제시하고 보다 솔직하게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국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대면 마치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실제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전체의 13%에 불과하기 때문에 누진제를 완화하더라도 15%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전기사용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은 외국의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가 우리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은 2단계에 1.1배, 일본은 3단계 1.4배 수준이다. 대체로 많아야 3단계로 2배 이하의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수준이지 우리나라처럼 6단계로 11.7배까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번에도 살짝 인심만 쓰고 지나가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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