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0여년만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요금 폭탄을 맞을까 에어컨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하게 된 시민들의 원성이 폭발 직전까지 이른 끝에 결국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됐다. 그나마 개편이 아니라, 한시적 완화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과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복(公僕)의 자세를 갖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들끓는 여론은 물론 야당과 여당까지 성토에 나섰으며, 한국전력도 개편의 필요성을 수차례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산업부는 “개편은 물론 한시적 인하도 없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소득층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는 부자감세 논리와 전력대란 우려를 내세웠다.

지난 11일 오전까지 꿈쩍도 않던 산업부가 오후에 부랴부랴 완화대책을 내놓으며 급선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가진 오찬에서 “좋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다. 귀를 닫고 아집을 부리던 산업부가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6시간 만에 스스로 모든 당위성을 뒤집고, 정책판단 미스를 인정한 셈이다.

산업부의 이 같은 행태는 전력분야만이 아니다. LPG차 사용제한 규제 문제도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유차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게 LPG차다.

LPG차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사용제한’ 규제다. 세계적인 기술력에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LPG차 보급 확대를 위해 사용제한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자는 의견에 운전자, 시민·환경단체, 국회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 100여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개선과제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작 LPG산업을 육성해야 할 주무부처인 산업부만 줄곧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안전성과 세수를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궁색하기 그지없다. 일각에서 산업부 고위층에게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론을 외면하고, 시장을 무시하다 결국 시기를 놓친 전력요금 누진제처럼 LPG차 사용제한 규제가 ‘갈라파고스’ 정책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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