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시장경제 무너뜨려 과당경쟁 초래"
"운영난·소비자 혜택 합리적으로 따져야" 주장도

[이투뉴스] 과거 ‘비싸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던 고속도로 주유소.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이용객이 크게 늘었지만 ‘기름값 폭탄’이라는 이미지는 빛이 바랜 분위기다. 오히려 저렴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거리 이동 시 출발 전 주유가 필수였으나, 최근엔 일부러 고속도로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도 늘었다. 저가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가 누리는 가격 혜택이 커졌다고 풀이되는 이유다.

그러나 석유업계 일각에서는 고속도로 주유소가 적정 수준 이상의 저가 전략으로 과당경쟁을 일으켜 일반 주유소의 운영난까지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혜택을 정조준한 고속도로 주유소의 저가 전략이 논란에 휩싸인 배경이다.

◆ 고속도로 주유소, 80%가 ‘알뜰’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을 통해 살펴본 전국 주요 고속도로의 주유소 수는 18일 기준으로 192곳. 이중 알뜰주유소는 154곳을 차지한다. 뒤를 이어 SK 22곳, S-Oil 7곳, 현대오일뱅크 4곳, GS 3곳, 무폴 2곳 순이다.

지난달 31일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분석한 휴가철 고속도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결과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가장 저렴한 것으로 조사된 주유소는 모두 알뜰주유소다. 드물게 보이는 정유사폴 주유소가 비싼 주유소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인 Ex-Oil주유소가 고속도로 전체 주유소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가격 경쟁없이 도로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일부 주유소의 경우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고속도로 주유소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보다 저렴하게 기름을 팔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운전자의 주유 패턴도 울며 겨자먹기식이던 과거와 달리 실속있는 소비로 변모했다. 

◆ ‘주유소 평가’, 도로공사 저가 정책 비결
배짱 장사를 일삼던 고속도로 주유소가 이같이 탈바꿈하게 된 계기는 도로공사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도로공사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시중보다 비싸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주유소 운영권 입찰과 관련, 재계약 여부를 결정짓는 주유소 평가에 ‘판매가격 인하 노력’이라는 항목을 포함시켜 현재의 저가 정책을 형성했다.

도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200점인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의 합산 점수 중 80점은 ‘연중 유류 판매가격 인하노력도 반영한다’는 취지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아닌 시중 알뜰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할 경우 80점, 그렇지 않을 경우는 0점으로 평가한다.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주유소 운영권 재계약 입찰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운영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주유소 평가에 있어 운영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공동구매를 통한 유류공급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가 2014년 8월 S-OIL과 유류 공동구매 계약을 맺어 유류 공급가와 판매가를 동시에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 주유소는 정유사 현물을 구매, 공급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정확한 거래 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 고속도로 주유소는 "우리는 절대 현물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현물구매없이 저가공략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내부의 일관된 목소리다.

◆ “적정수준 지나쳤다” 반발도
정유사폴을 포함한 일반 주유소와 석유대리점은 고속도로 주유소의 저가 정책이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속도로 주유소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보니, 일반 주유소들은 그 가격에 맞춰 운영하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저렴한 정도가 지나쳐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고속도로 주유소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머리를 맞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기름값 인하 정책으로 인한 수혜자가 소비자인 점을 이유로 업계의 지적이 온당치 않다고 꼬집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주유소는 일정 구간의 폐쇄된 공간에서 독점 운영이 이뤄지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댓가를 이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업계가 소비자 혜택을 저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격은 결국 소비자로 귀결된다"며 "업계의 고충을 이유로 소비자 혜택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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