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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도 못대는 민자LNG…때 놓친 CP 현실화
가격조정 결정 짓는 규칙개정委 올들어 네차례 연기 후 또 유보
일부 발전사 高利 차입자금으로 연명…전문가 "경쟁시장 파괴"
  [425호] 2016년 09월 12일 (월) 07:00:59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평택에너지서비스가 운영중인 오성LNG복합 발전소 전경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정부는 시간을 끌었고, 응급실서 전전긍긍 하던 민자 LNG발전소들은 기어이 탈진했다. 짧게는 2년, 길게보면 15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용량요금(CP) 현실화 시행 논쟁과 이 과정에 결국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 발전업계 얘기다.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한 이들의 몰골은 처참한 수준. 일부 발전사는 투자원금은 고사하고 고리(高利) 빚으로 연료대금을 돌려막고 있고, 견디다 못한 또다른 발전사는 발전공기업에 새 발전소를 팔아 넘길 태세다. 보양(保養) 링거를 줄줄이 단 신산업과는 극명한 대비다.

그럼에도 정부는 ‘누진제 사고’ 뒷수습에 여력이 없어 보인다. 기준용량가격 상향 등을 안건으로 하는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 회의는 최근까지 연거푸 네차례나 연기됐고, 차기 회의일정은 오리무중이다.

이쯤되자 지금까지 읍소조였던 사업자들의 눈빛과 목소리에 노기가 실리고 있다. "뭔가 의도를 갖고 미루는 것 아니냐", "신산업이었어도 이렇게 시간을 끌었겠냐"는 등의 반응과 함께 "더 이상의 실기(失期)는 도매시장 전반으로 환부를 확대시키는 악수"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러나 저러나 민자LNG발전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 지, 그런 측면에서 발전사업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지, 문제의 연원은 무엇이고 어디부터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하는 지 등을 되짚어 볼 시간을 모두 소진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1일 민자 LNG발전업계에 따르면, 201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C발전사는 세전이익 기준(이하 동일) 지난해 15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이대로 가면 올해 누적적자는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해 전력시장에 진입한 O사의 발전기 3기도 상황은 매 한가지. 70%가 넘는 이용률에도 올해 상반기에만 약 140억원의 적자를 냈고, 하반기 순손실은 이보다 3배 이상(512억원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는 있지만 이들보다 3년 앞서 시장에 진입한 발전기의 한숨도 깊다.

2011년 건설한 S사 발전소는 올해부터 적자전환으로 돌아서 발전기를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졌고, 같은 해 매전을 시작한 O사의 2개 발전기도 상반기에만 123억원을 마이너스 실적(잠정)을 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이들 민자LNG발전사의 경영난은 전력예비율 증가와 SMP(전력시장가격) 하락, 그에 따른 발전기 이용률 급락의 영향이다. 올해 6월말 기준 SMP는 2013년 대비 약 58% 급락했고, 올해 예비율은 같은 해 보다 약 289%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다보니 2013년 63%까지 상승했던 LNG발전 이용률(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40%대로 주저 앉았다. 대규모 기저발전소 증설이 지속되는 한 이들 첨두발전소들의 예비율과 이용률도 방사선 모양으로 반비례 곡선을 그려갈 것이 분명하다.

실제 시장진입 연수가 짧은 고효율 새 발전소들의 경영난은 외부로 알려진 것 이상이다. 원금과 이자 상황 압박은 커져가는데 발전기 가동기회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고, 그렇다고 CP 현실화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다.

일례로 2013년 발전소를 준공한 T 발전사의 경우 CP로 건설투자비 이자만 간신히 갚아나갈 뿐 향후 원금 상황에 대해선 무대책이다.

T 사 관계자는 "CP를 받아 건설투자비 원금과 이자를 충당하고, 전력판매대금(EP)으로 LNG값(연료비)을 준 뒤 마진을 챙기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CP로 이자만 회수하고 EP로는 근근히 연료비만 대는 수준"이라며 "더 여건이 안 좋아진다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단기 고리이자로 운영자금을 돌려막는 발전사도 있다. C사는 올해 상반기 대주주 유상증자로 150억원을 조달했으나 경영난이 계속되자 하반기 비슷한 규모의 추가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발전사는 이미 연료비 조달을 위해 올초 200억원의 고리 운전자금을 차입했다.
   
▲ 상업운전 1년만에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매각물건이 된 삼천리 에스파워 LNG복합.

적자경영-신용도 하락-자금조달 여건악화 순의 악순환은 다른 발전사도 사정이 유사하다. 지난해 LNG복합을 준공한 R사는 신용도 하락으로 외부차입에 실패, 한달짜리 '급전'으로 운영비를 돌려막고 있고, O사 등도 외부자금 차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게 업계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쟁을 뚫고 전력수급계획에 사업을 반영시켜 준공한 발전사업을 아예 포기하려는 사업자도 있다. 삼천리는 지난해 준공한 에스파워 지분을 발전공기업인 남동발전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발전공기업은 한전과의 정산조정계수로 최소수익을 보장받아 사실상 리스크가 없다.

남동발전 한 관계자는 "적정가격에 인수가 가능하다면 석탄 화력에 쏠려있는 믹스를 다소 개선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향후 적자 민자사업과 젠코사(발전자회사)간 M&A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LNG발전사업 여건과 민간-발전공기업간 사업수지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전력시장 경쟁 효율화와 소비자 편익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LNG발전사업을 영위하면서 민자는 파산하고 발전자회사는 정산조정계수로 보상을 받아 이를 사들인다는 게 시장이랄 수 있나. 법상으로도 중대한 불공정거래"라면서 "민간경쟁을 도입해 전력시장을 선진화 한다는 정부가 잘못된 정산제도 개선과 CP정상화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의한 경쟁시장 파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이런 시장에 들어와 투자하겠나. 장기적으로는 첨두발전기의 공급안정성을 저해해 소비자에 그대로 피해가 전가되고, 정책은 선진화가 아니라 후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시장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와 정책 관철능력 부족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원한 당국자는 "지금 상황에 CP현실화를 퍼주기로 볼 사람이 누가 있겠나. 어디까지나 그동안 제대로 보상하지 않은 비용에 대한 정당한 조정"이라면서 "시장에 대한 지식과 정보로 당당하게 소비자나 국회를 이해시키면 된다. 그걸 두려워 한다면 시장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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