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전문가그룹 모두 열병합발전 등 분산전원 확대 촉구
원전·석탄화력에 치중하는 에너지정책은 세계흐름에 역행

▲ 국가 에너지시스템 진단 및 대책 토론회에서 다수의 국회의원 및 전문가들은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분산전원 확대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이투뉴스]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을 줄이고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가스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석탄화력을 늘리고 가스발전을 대폭 줄이는 전원계획을 지속하는 등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신기후체제 및 미세먼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고효율 분산형 전력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회 차원에서도 현 에너지정책에 대해 강한 질타와 함께 원전과 석탄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이 아닌 열병합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같은 분산전원 확대 등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정부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전략을 선행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정부가 세부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이같은 의견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국가 에너지시스템 진단 및 대책’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참여한 다수의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은 일제히 원전과 석탄화력에 치중하는 전원구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국가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전환을 촉구했다.

◆국가 에너지계획 수립에 국회도 적극 개입할 것
먼저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산업자원위원회, 경남 김해을)은 경제성 등 비용중심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리협정 체결로 세계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는 요소투입형 경제방식에서 저탄소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원전과 석탄 중심의 에너지 및 발전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시스템은 환경문제, 송전망 건설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 발생 등으로 지속될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기조도 경제성과 비용 측면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환경성과 지역수용성 등 다양한 가치를 고려한 권역별 분산형 전력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도 세계적인 추세가 저탄소 에너지정책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원전과 석탄화력에 치중하고 있다며 향후 국회 차원에서 국가 에너지계획 수립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은 탄소중심에서 저탄소 중심으로, 비용만 생각하는 관점에서 환경 및 안전성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세계적인 추세하고 전혀 맞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계획을 수립하면서 국민과 소통 없이 정책방향을 수립,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지나치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장 위원장은 아울러 “신기후체제와는 전혀 맞지 않은 에너지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정부에만 맞겨서는 안된다. 국회가 나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등 대략적인 정책방향을 설정한 후 정부에 제시해 8차 전력수급계획 등 에너지계획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산업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역시 원전과 석탄 중심의 전력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 정부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전과 석탄 등 기저발전을 고정시켜놓고 나머지 계획을 세운다. 이같은 전력정책을 하다 보니 원전과 석탄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처럼 얘기한다.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미래 전력수요와 경제성장률 등이 중요한데 정확한 전망치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최근 LNG 국제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나 비싸게 장기공급계약을 맺어 그 혜택을 못 누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2030년까지 11%를 목표로 세웠으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검토와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비전을 다시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시스템 진단 및 대책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 및 패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표면적 확대정책 아닌 구체적 실행방안 내놔야
‘국가 에너지시스템 진단 및 분산형 전원의 필요성’을 발표한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세계적으로 석탄을 줄이고 가스발전을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석탄을 늘리고 가스발전은 퇴출시키는 정반대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열병합을 포함한 LNG발전을 늘리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2030년 기준 석탄이 40% 수준까지 늘어나고, 가스발전은 9% 수준으로 줄어든다. 가스발전을 퇴출하겠다는 말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 에너지믹스는 물론 에너지세제,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 저감 측면에서도 열병합발전과 같은 분산형 전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집단에너지 및 LNG발전 같은 분산전원 확대정책을 펴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족하다며 유연탄 축소 및 원전 확대 지양, LNG(열병합) 발전 확대로 에너지믹스의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현재 상황(원전과 석탄화력 중심의 전원구성)은 비정상적으로 신기후체제 및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거래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열병합발전의 경우 특혜를 주는 개념이 아니라 시장을 합리적으로 정상화하는 등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병합발전 편익을 고려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송전망 건설회피 등 열병합발전의 다양한 편익을 강조하며 이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고압송전망 확충의 어려움은 물론 환경문제 등을 감안할 때 대규모 원전이나 석탄발전 확대는 곤란하다. 기술적으로도 고장전류 증가, 융통전력 확대 등 계통이 불안해지고 있어 분산형 및 친환경 전력수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했다. 송전편익과 함께 에너지이용 효율 증가 등 kWh당 9.1∼28.5원(환경편익 1.5원/kWh 별도)에 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같은 편익에 대한 계량값은 기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으로, 앞으로 늘어나는 송전망 건설비용 등을 반영하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은 친환경 및 효율강화를 이유로 분산형 전원보급 정책을 90년대 초반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산전원 중 열병합발전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해외사례도 제시했다. 또 에너지효율 향상과 송배전 및 설비투자 회피, 친환경 자원 활성화 등의 목표를 위해 열병합발전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해 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열병합발전 확대방안으로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대상전원에 열병합발전을 포함해 REC(공급인증서)를 부여하는 방안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이미 미국의 많은 주에서도 실질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EERC(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너무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REC 가중치는 0.25∼0.5 수준을 제시했다. 또 열병합발전 별도 전력거래계약제 도입이나 시장제도 개선을 통한 송전편익 보상도 주문했다.

▲ 김창섭 가천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제대로 된 CHP 지원정책 필요…산업부는 원칙론만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산전원 확대 필요성에 동의했다. 아울러 분산전원의 대표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집단에너지가 시장에서 너무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주문했다.

우선 유재열 집단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은 “열병합발전사업자들이 전기를 원가 이하로 전력거래소에 공급하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열병합발전 용량에 따라 kWh당 40원에서 최대 100원까지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열병합발전을 필수자원으로 인정, 도입했지만 시장체제로 전환되면서 다 없앴다. 전력시장 틀안에서 해결하자는 인식이 있는데 세발의 피라 할 정도로 지원이 미약하다. 별도 계약제도를 도입하든지, CP와 연료비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온기운 숭실대학교 교수도 석탄발전을 줄이고 열병합발전 등 가스발전을 확대하는 등 전원믹스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신기후체제가 들어서면서 집단에너지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다양한 외부편익은 물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집단에너지 확대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은 뒷받침이 안된다. CHP가 생산한 전력은 의무적으로 받아주고, FIT(발전차액지원) 지급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놨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실장은 온실가스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이용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격체계를 개선(오염자부담원칙으로), 소비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에너지시스템에서 안정공급과 효율적 공급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기후체제의 중요한 대응책인 열병합발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가동여건을 조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는 원칙적인 공급확대 방안만 제시하고, 기존 발언을 되풀이 하는 등 열병합발전을 중심으로 한 분산전원 확대에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에너지프로슈머 등 신재생에너지에 더 방점을 두는 듯 한 발언도 이어졌다. 권덕주 산업부 전력시장팀장은 “정부는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프로슈머(소비자가 직접 전기 생산 및 판매) 등 세가지 방향으로 분산전원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열병합발전의 경우 현 시장규칙 내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반영했고, 현행 제도와는 충돌 내지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야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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