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잊고 ‘스타트업’ 자세로 재도약

도시가스산업 성장 모멘트 또 다른 영역에서 발굴

청정에너지로서 미래에너지로의 브릿지 역할 불변

[이투뉴스] “도시가스산업은 30년 역사라는 기념비를 세우며, 지난해 말 기준 1739만 수요가에 80.8%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100여년의 도시가스 역사를 가진 독일, 이탈리아 등과 견줄 수 있는 위상으로 자리매김하며, 명실상부한 국민연료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최근 도시가스업계는 정책, 제도, 수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있다. 도시가스산업의 미래비전 설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얘기인 셈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해 1년 3개월을 지낸 정순남 부회장은 그동안의 소회를 묻자 도시가스업계의 구심체로서 협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한해였다면서 회원사의 니즈에 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발판 마련과 도시가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업계는 지구온난화와 국내외 경기침체, 타 연료와의 경쟁심화, 산업체의 연료 역전환 등으로 인해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시장 성숙에 따른 수요정체가 심화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지난 실적을 뒤로 하고 스타트업의 자세로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도시가스산업의 성장 모멘트는 가정용에서 출발해 산업용, 수송용, 원료용까지 진화를 거듭했지만 이제는 또 다른 영역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때라 생각된다”

천연가스의 가장 큰 장점이 범용성과 확장성이라고 볼 때 연료전지, 가전제품의 가스화 등 다양한 수요개발에 나서야 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의 모멘텀 발굴을 위해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는 기업운영의 근간인 요금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도시가스 요금제도는 물가안정 측면에서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 공급비용 반영·조정 분위기 조성돼야

“공급비용을 반영한 요금 승인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가 요금 조정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매년 도시가스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해 요금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권역별 상황에 따라 요금이 인상이 될 수도 있고 인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부문의 투자 확대는 물론 매년 1500㎞ 이상의 배관망 확충 등의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닥쳐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된다”

정 부회장은 인상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물량 감소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겠지만 결국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지 도시가스사의 이익을 임의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도시가스사가 안전을 중시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공급비용이 조정되고 반영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직언했다.

그는 유가하락 기조 영향으로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열위에 놓이고, 특히 산업용의 경우 타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청정에너지로서 미래에너지로의 브릿지 역할을 맡는 도시가스산업 위상에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최근 도시가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가 비OPEC의 원유생산량 감소 등으로 초과공급 상황이 완화되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미세먼지의 사회적 이슈에 따른 천연가스버스 보급 확대, 전력누진제로 인한 가스냉방 관심,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스 빨래건조기 등 새로운 기기 개발, 내년 상반기 LNG정산단가 징수 완료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세먼지 저감대책 일환으로 수송용 천연가스 보급 확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가스업계의 역할이 적지 않겠다며 계획을 물었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모든 노선의 경유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구입보조금 상향, CNG유가보조금 지급, 충전소 규제완화 등 많은 지원정책이 발표됐다. 운수업체를 대상으로는 경유버스로의 역전환을 방지하기 위해 간담회나 홍보물 등을 통해 CNG버스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과 경제성 등을 알리고 있다. 또한 충전인프라 확충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충전설비 증설 및 추가 요청 시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등도 국토부에서 부지를 제공할 경우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만화·웹툰 형태로 홍보물을 제작해 정부, 지자체, 국회, 일반국민 등에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CNG버스의 환경성, 안정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올해 폭염이 절정에 다르며 가스냉방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그러나 가스냉방 보급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4년 이후 최고의 폭염으로 냉방수요가 급증해 전력 예비율이 5.98%까지 하락하는 등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스냉방은 분산전원으로 하절기 가스수요 진작과 전력피크 수요를 억제 또는 대체해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회피할 수 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력 송배전망 부하를 줄일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스냉방 초기설치비가 고가임에 따라 정부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설치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매년 수요에 비해 부족한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연말에 예산변경을 통해 겨우 지원되는 상황이다보니 건물주는 기기를 설치했으나 장려금 지급은 지연돼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의 경우도 지원예산 75억8000만원이 조기에 소진되고 7월말 현재 약 60억원 신청이 접수되었으나 재원이 없어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한 정 부회장은 조속히 기금운영 변경을 통해 설치장려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예산 증액이 필요하며, 가스냉방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장려금 예산을 매년 130억원 이상 편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계요로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명분으로 포장된 사업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광역 열배관 네트워크 사업인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해부터 시끄러웠던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버려지는 열의 활용, 공기업을 통한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확대 및 중소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영개선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사업이라고 본다. 서인천 지역 발전소의 열병합화를 통한 지역난방 공급 및 한난의 사업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광역망이 신규수요와 이전수요만 대체한다는 한난의 주장은 명분에 불과하며, 광역망 공급 시 국가경제적 중복투자로 막대한 민간사업자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 30년간 집단에너지와 도시가스사업의 분쟁을 통해 집단에너지 고시지역 인근의 도시가스 공급지역에 대한 수요잠식으로 이미 알 수 있다고 설명한 그는 도시가스 공급망과의 중복투자는 불가피하며, 도시가스 수요잠식 확산으로 도시가스사업자의 경영손실과 수도권의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요금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가스시장 잠식은 물론 가스기기제조, 자재, 시공분야의 동반침체를 가져와 관련업계의 손실확산과 함께 해당분야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복합화력발전소 가동률 저하, SMP하락 등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전혀 없게 됐다”

정 부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이 강행되면 열공급 원가상승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중복투자 문제와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등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해당 프로젝트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지역의 열은 해당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도시가스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수요개발이 우선과제다. 전국 33개 도시가스사가 각사별로도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구심체인 협회도 추진하는 과제가 적지 않을 듯했다.

“협회는 신수요 창출을 위해 회원사의 수요개발 사례, 기기제조사 제품 개발동향, 마케팅 현안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수요개발 세미나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기기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요자의 니즈에 맞는 신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 CHP 및 제습냉방은 기기개발을 완료하고 실증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춘 가스레인지를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최근 입소문을 통해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보이는 가스 빨래건조기의 보급 확대를 위해 회원사와 협의를 거쳐 설치서류 간소화, 내관 설치비 표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 설계 시 가스관련 시설들이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한건축사협회를 통해 가스냉방 및 건축물 내 매립배관제도를 회원에게 안내하는 등 가스기기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자 정 부회장은 지난해 사회공헌기금을 통해 민들레카, 사회복지기관 가스기기 지원 등 도시가스업계만의 특색 있는 사회공헌사업으로 소외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는 작년에 론칭한 사업을 더욱 공공히 하는데 목표를 두고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라면서 도시가스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층 더 높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Who is…]

정순남 신임 부회장은 1961년 생으로 전남대 행정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정책학 석사를,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에 발을 들여놓은 후 산업자원부 시장관리과장·무역정책팀장,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경제국장,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정책기획관을 지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도 경제부지사를 역임한 후 2015년 4월까지 국립목포대 경영학과 교수를 맡았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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