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유 수입 대비해야” vs “일시적 어려움만 있을 것”

[이투뉴스] 중국 정부가 최근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황함량 규제 기준을 기존 50ppm 이하에서 우리나라와 동일한 기준인 10ppm 이하로 강화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경유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정유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및 철강업이 대규모 저가물량공세를 앞세운 중국의 시장확대에 위협받은 것처럼, 경영실적에 빨간불이 켜질까 고심하는 눈치다.

◆ 정유사 상반기 호실적, 하반기 지속여부 안갯속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부장이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게재한 ‘2016년 상반기 정유업계 경영실적 분석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증가해 2014년에 기록한 최악의 경영실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국제정제마진이 전년동기에 비해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유사의 비정유부문은 유가하락 영향으로 매출액은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1% 증가한 9384억원을 기록해 정유부문의 약 2배에 달하는 19.9% 이익률을 달성했다. 석유화학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의 하락,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 증대 및 프로필렌을 제외한 석화제품 스프레드의 확대로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70% 증가했다. 윤활유 부문 역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1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2% 급등했다.

정유부문은 정제마진 약세에도 불구하고 ▶가동률 증가에 따른 석유제품 판매량 증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 발생 등으로 정유부문에서 8.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회의적이다. 국제유가 하락, 미국 경기의 불안정성 지속, 정제마진 급락, 중국의 약진 등을 이유로 하반기 호실적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 “뚜껑 열어봐야”…정유업계는 긴장
중국의 석유산업 확대 정책에 국내 시장에서 석유수입사가 다시 활기를 찾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석유수입사의 부활을 예고하는 입장과 회의적인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내 수입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정유사의 수출판로에 상당 부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소개된 '석유전자상거래시장 여건 변화와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자상거래시장에서의 수입사 입지가 약화됐다. 원유의 공급과잉으로 원유 가격과 함께 제품 가격이 하락했으나,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 수요가 커지면서 제품가격의 하락폭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싱가포르 제품을 운송비까지 부담하며 들여와야 했던 수입사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원인이다.

이처럼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도태된 수입사가 중국 경유 수입을 계기로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출 경우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새로운 공급사로 재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경유의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일지 확실치 않아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유가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던 석유수입사가 다시 활기를 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유소시장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중국 경유가 수입될 경우 공급사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주유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사가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금과 판매처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국내 정유사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며 “물량이 충분한 국내 정유사가 업역과 매출 유지를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가격을 낮춰 중국서 유입되는 물량 유지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국제가격 변동성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중국 경유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장기적 안정화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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