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정체, 각국은 한국시장 진출 잰걸음…수출형 산업 전환 긴요
핵심부품 공용화, R&D 로드맵 등 정부 차원의 중장기 플랜 수립해야

[이투뉴스] 국가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잇따라 이뤄지면서 가스보일러, 가스냉온수기 등 가스기기 부문에서도 세부적으로 대응전략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FTA는 양측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무조건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FTA의 긍정적 측면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이며 구체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체결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중 FTA로 이런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은 중앙난방을 대체하는 개별난방의 보급확대와 가스수요 증가로 가스 사용가구수는 1억 가구가 넘고 가스보일러는 향후 연간 100만대 이상의 신규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간 1500만대 시장규모인 가스온수기는 매년 15~20% 성장추세에 있는 등 세계 최고규모의 시장이다. 이 같은 양적팽창에 더해 질적 성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이뤄낸 한·중 FTA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여 온 국내 가스기기 시장은 포화상태로 해외시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가 간 FTA 체결 이후 오히려 외국산 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에서 실효적 대응전략 마련은 시급하다.

◆포화된 내수시장과 수출선 다변화

국내 전체에 보급된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약 1300만대로 추정되며, 가스보일러 제조사 전체의 연간 보일러 생산능력은 200만대를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수치로만 보면 가스보일러의 경우 단일 시장으로는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이다.

하지만 실제 연간 생산량은 100만대 수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연간 가스보일러 생산능력 200만대와 생산량 100만대의 대비에서 보듯이 실질적인 생산량은 생산능력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과잉생산능력이 결과적으로 내수시장에서 과당경쟁을 초래하는 셈이다.

연간 130만대 규모, 총보급량 1300만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스보일러 내수시장은 해외에서 볼 때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 한국인만큼 난방시설에 전폭적으로 가스보일러를 이용하는 나라가 없으며, 보일러 없이 살 수 없는 문화적 배경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외국계 보일러제조사가 양질의 제품과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를 앞세워 내수시장에 진출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최근 몇 년간 중국산 보일러가 들어왔으며, 바일란트그룹 등 보일러의 본고장 유럽 제품도 내수시장에서 그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시장 포화와 과잉생산능력 해소를 위해 국내 가스보일러 및 가스온수기업계는 해외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수출형 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꾀해왔다. 친환경 가정용 콘덴싱 가스보일러 개발로 효율 90%가 넘는 보일러를 개발했고, 기존 KS규격을 EN규격에 부합시키는 작업도 완료했으며, 보일러와 신재생 에너지와의 융합작업도 시도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매년 가스보일러 및 가스온수기 수출은 품목별로 20~30% 이상의 상향곡선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특정국가에 집중된 수출 구조로 향후 수출환경변화에 따라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수출지향적 구조로 전환하고 있으나 세계 최대시장인 유럽시장과 중국시장에서는 비관세무역장벽, 환경규제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스보일러의 경우 대 러시아 수출비중이 2011년 64.5%, 2012년 63.1%, 2013년 54.3%, 2014년 44.4%로 특정국가 편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 평균 4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가스기기 수출을 주도해왔던 가스온수기 수출시장의 편중도는 더욱 심해 미국으로의 수출이 2011년 90.2%, 2012년 89.2%, 2013년 89.7%, 2014년 88.7%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이미 서방의 경제제재와 저유가의 영향으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어 있다. 이러한 영향이 장기화 될 조짐이 예상됨에 따라 보일러 주요 수출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미국도 양적완화와 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따를 경우 소비자의 구매력이 저하될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환율, 무역제도, 수입규제 등 수출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수출경쟁력 제고, 안정적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수출선 다변화 모색이 요구된다.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럽지역 및 러시아와 CIS 국가에서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 상승과 적극적인 수출마케팅으로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향후 남미 및 중동과 중국은 고효율 에너지 기기에 대한 수요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매출증가가 기대되고 있는 곳이다.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가스기기 업계의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KOTRA 현지 무역관과 협조, 세계 각국의 주요 해외시장에 대한 기술 및 시장동향 정보를 받아 관련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짧은 조사기간과 현지 무역관 주재원의 전문적인 지식 및 정보 부족으로 조사내용이 부분적인 분야에 한정되는 실정이다. 또한 조사대상국가의 관련법규 제·개정, 기술동향, 유통구조 및 A/S현황 등 시장동향 파악에 필수적인 세부적인 자료조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수출유망지역에 대한 해외 관련기관·단체 방문, 조사 전문기관 대행 의뢰, 현지 방문 조사 등을 통해 FTA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업계의 시장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흥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맞춤형 시장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술경쟁력 향상과 전략적 산업 육성

내수시장 정체로 해외시장 확대가 긴요한 상황에서 가스보일러·온수기산업은 내수형 산업에서 수출형 산업으로 전환이 절실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과 함께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시장 진출이 한층 중요해진 셈이다. 아울러 중국 보일러제조사 및 중국 현지에 진출한 유럽 보일러제조사들과 세계 각국의 보일러제조사들이 이미 한국시장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내수시장 보호와 시장잠식을 최소화하려는 전략도 필요하다. 유럽산 등을 부착한 고품질 부품과 중국의 저임금이 결합해 중국에서 제조된 저가의 보일러가 들어올 경우에 대비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가스보일러·온수기의 주요 핵심부품을 유럽 수준이상으로 개발, 여러 보일러제조사가 기술공유를 통해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유럽이 부품 공용화로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오랜 시간 핵심부품 공용화가 거론되어 왔으나 경쟁이 격화된 업체 간 공감대 형성에 이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제는 공존공생과 상생의 차원에서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유럽 제품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고효율 및 친환경과 관련된 주요 핵심부품은 고효율 펌프, 연소공기 블로워, 공기비례식 밸브, 컴팩트 하이드로 블록, 비례 공기 가스 혼합기 등이다.

고효율 펌프의 경우 보일러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비 가스량 대비 난방효율이 중요하다. 유럽은 가스 이외에 소비되는 전기소비량도 포함하고 있으며 이때 전기소비량이 가장 큰 펌프의 전기를 줄이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에너지효율지수(EEI)가 0.23을 넘지 않는 고효율펌프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연소공기 블로워의 경우 현재 외산 모터를 사용하거나 외산 블로워를 모방한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고출력을 내는 온수기에 적합한 제품은 부족한 실정이다. 블로워에서 중요한 특성인 저RPM에서의 안정적 운전은 보일러나 온수기의 높은 TDR을 보장하며 연소소음을 줄일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차원에서 가스보일러·온수기를 포함한 에너지기기산업 R&D로드맵 작성 및 산업발전 중장기 플랜 수립도 요구된다.

현재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스보일러·온수기 관련사업을 포괄할 수 있는 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R&D사업과 투자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기기산업의 R&D로드맵 작업을 추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위한 기술 로드맵 구축으로 차세대 기술개발의 방향을 설정, 유지토록 해야 한다.

내수시장 확대 및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부품 기술 및 신제품 개발 중장기 R&D 로드맵 수립도 이뤄져야 한다. 또 가스보일러·온수기 산업은 핵심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기술경쟁력 강화와 시장선점 핵심기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전략품목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핵심부품의 콤팩트화, IT 접목 첨단 전자부품, 감성공학적 편의성 추구 등 시장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부품 기술 선정과 신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가스난방온수기기를 포함한 에너지기기산업의 중장기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정책연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 관련기업으로 하여금 해당 산업의 미래수요 예측이 가능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산·학·연의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도 필수적 과제다. 산·학·연 협력 및 네트워크의 주체는 세부 분야별 전문가이며, 전문인력 간의 효과적인 교류와 소통이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가스난방온수기기산업의 전문가는 학계를 비롯해 연구계, 산업계에 분포되어 있으나 산업계와 교류·소통하는 전문가는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관련산업의 핵심기술 및 노하우는 생산현장이나 산업계 인력에 체화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 이를 문서로 체계화하고 이론화해 공통기반 분야를 상호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시스템을 시장 추종형에서 세계시장 수요분석을 통한 시장 선점형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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