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관리공단 경인지사, 도배·천장 수리 등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추진
2011년부터 연탄보일러 지원…올해 서울·경기 연천·여주 등 38가구 선정

[이투뉴스] 올 여름 폭염과 전기요금 걱정에 밤잠을 설친 집이 많다. 찌는듯한 무더위에 에어컨을 켠 후 떨리는 맘으로 고지서를 받았다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여름이 지나가고 많은 이들은 안도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난방비 걱정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이웃들이 아직도 주변에는 많다.

저급연료라는 이유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도 누군가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고마운 연료로 연탄이 꼽히는 이유다. 벽 한 켠에 차곡차곡 쌓인 모습만으로도 흐뭇해하는 이들을 위해 연탄은 올해도 변함없이 자신을 활활 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예년과 같이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연탄쿠폰제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지원한다. 저소득층의 에너지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연탄바우처 사업은 지자체가 수급자를 선정한 후 공단으로부터 쿠폰을 발행받아 배부하고 있다.

또한 공단은 연탄을 뗄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지사를 통해 연탄보일러 설치도 지원한다. 아울러 각 지사별 2가구를 선정, 도배와 싱크대 교체 등을 통해 보금자리를 안락하게 바꿔주는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 “곰팡이 집에서 전기장판 의지해 젖먹이 키웠는데…”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의 작은 동네. 이제 막 돌 지난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는 낡은 싱크대와 보일러가 집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낡은 살림살이는 한눈에도 제 몫을 다해 보였다.

아파트가 흔한 오늘날 A씨 집은 한눈에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울 듯한 간이주택이다. 앞마당 한 켠에 세워진 이동식 화장실과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에 붙인 플라스틱 슬레이트가 눈에 띈다. 그마저 일부는 떨어져 창문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도배작업 탓에 밖으로 내놓은 살림살이는 가족사진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 a씨는 공단 경인지사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지난해 한파 속 갓 태어난 둘째를 올해엔 따뜻하게 키울 준비를 마쳤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둘째를 낳은지 3개월만에 맞이한 지난해 겨울을 떠올렸다. 단열처리가 안된 벽은 외풍과 곰팡이로 뒤덮여 젖먹이가 견디기엔 열악한 환경이었다. 산후조리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난방텐트와 전기장판에 의지해 갓난아기를 키웠다는 A씨. 최근 아기는 돌을 지났지만 다가오는 겨울이 지난해처럼 반복될까 걱정이었다.

둘째를 낳기 전 약 130만원의 한달 수입으로 큰 아이와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A씨는 “둘째가 생긴 후엔 수입이 없어요. 돌이 막 지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건 불안해서 도저히 할 수 없었어요”라고 덧붙였다.

한부모가정으로 연천군에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A씨는 한달에 107만원의 생계비를 받는다. 세식구가 먹고 살기엔 빠듯한 살림이다. 더욱이 보일러 교체를 비롯한 집 수리는 꿈도 못 꾼다. 도움을 청할 곳도, 하소연 할 사람도 없어 걱정이 태산같던 A씨는 경인지사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올 겨울 안락한 가정에서 마음놓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 중학생 손주 키우는 노부부 “추위 더 이상 걱정 안돼”
연천군 신서면에는 중학교 2학년 손주를 키우는 70대의 B씨 부부가 있다. B씨는 얼마 전까지 누수로 내려앉은 지붕과 천장, 오래된 벽지가 집안 분위기까지 어둡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붕은 최근 지자체인 연천군이 수리를 진행해 파란 지붕으로 새로 올렸다. 여기에 경인지사가 천장과 벽 도배, 보일러 설치까지 지원하면서 노부부의 근심을 말끔히 덜었다.

B씨는 “2년 전 48만원을 들여 설치한 보일러가 고장나 걱정하고 있던 터였다”며 “보일러를 교체해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했는지 모른다”고 안도했다.

▲ b씨 집에 설치된 보일러가 연탄과 함께 겨울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B씨는 집 뒤켠에 있는 보일러실에서 새로 설치된 보일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아껴놓은 연탄이 한 귀퉁이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 내일 당장 추워져도 걱정 없다고 했다. B씨는 “겨울 한 철 동안 연탄을 1000장 정도 쓰는데, 지난해 남은 것과 연탄바우처로 받는 300장 등을 합치면 올해는 600장만 마련하면 될 것 같다”며 “겨울을 앞두고 무겁던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웃었다.

◆ 습하고 노후된 공간, 쾌적하고 따뜻하게
광해관리공단 경인지사는 매년 이맘때 연탄바우처사업과 함께 연탄보일러 교체가 필요한 관내 가구를 조사해 선정한다. 지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시작한 보일러 교체 사업을 통해 매년 약 30가구가 따뜻한 겨울나기를 준비했다.

올해 지사는 서울과 경기 연천, 여주 지역에 있는 각각 4곳, 28곳, 6곳의 가정에서 수명이 다한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겨울철 추위가 가장 심한 경기 북부의 연천지역에서 수요가 가장 많았다. 이 중 특히 주거환경이 낡아 혹한기를 보내기 어려운 2가구를 선정하여 도배와 싱크대 교체, 천장 수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제용 공단 경인지사 주임은 현장 조사를 위해 A씨 집을 방문했던 당시를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너무 더워 앉아있기도 힘들었다”면서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올해 여름, 곰팡이가 가득 핀 집안에서 냉방기도 없이 자라는 아기가 너무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함께 동행했던 사회복지단체인 연탄은행의 백명희 팀장은 더위에 방 안에 앉아있는 것만도 괴로워 “차라리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이사를 가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지세(토지사용료)만 지불하고 사는 형편도 부담이었던 A씨는 이를 뿌리쳤다. 결국 현재 사는 집을 보다 따뜻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경인지사는 벽지, 싱크대, 보일러를 교체해 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 결과 곰팡이가 피지 않고 단열효과가 있는 보온벽지로 벽을 새단장해 A씨가 쾌적한 환경에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A씨는 “아기에게 피부질환이 생길까봐 걱정했는데 마음이 놓인다”며 “올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신서면의 B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부부는 고령인 만큼 건강상의 문제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뇨와 심장병에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지요. 영감도 고혈압부터 없는 병이 없어요”라는 B씨 부부는 습기에 낡은 지붕, 천장, 벽 등이 곰팡이로 가득차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다행히 이번 환경개선 사업으로 새집과 같은 곳에서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집 뒤에 있는 야산은 비가 많이 올 경우 토사가 쓸려 내려올 수 있어 피해가 염려되는 환경이지만 B씨는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제용 경인지사 주임은 “A씨처럼 B씨 부부 역시 거주지의 토지사용료인 도지세만 부담하며 사는 팍팍한 살림”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대신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이웃집으로 피신해 잠을 청한다고 했다.

박정필 경인지사 팀장는 “군청 사회복지과나 연탄수송업자, 연탄은행 관계자 등을 통해 시설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선정받아 직접 방문하고 실사를 진행하는 등 정말 필요한 가정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 a씨 집에 새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 공단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지사 외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은 또 있다. 각 가정을 돌며 직접 보일러를 설치하는 화신설비의 박인근 대표는 포화상태인 보일러 설치 업무로 부천에 있는 집에 며칠동안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창 업무에 쫓기던 지난달 30일 그는 “10월 2일까지 연천군에 있는 28가구에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며 “아침 7~8시부터 밤 9시~12시까지 강행군이라 지난 밤 집에도 못가고 근처에서 묵었다”고 말했다. 한 지사 관계자는 "그가 설치한 보일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해 그의 야무진 손끝이 불철주야를 초래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연탄바우처 사업을 통해 공단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알고 있던 백명희 연탄은행 팀장은 평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여긴 A씨의 사정을 지사에 알리기도 했다. 또 연탄바우처사업으로 지원되는 연탄을 각 가정에 배달하면서 어려운 살림을 눈여겨 본 한 수송업자의 숨은 공로 덕분에 B씨 부부의 딱한 사정이 공단에 전달될 수 있었다.

여럿의 세심한 관심과 눈길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쌀쌀한 가을, 어려운 두 가정을 따뜻한 보금자리로 탈바꿈시켰다. 실제로 A씨는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마치 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느날 오셔서 도와주신다지 뭐에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요”라고 털어놨다.

지사는 보일러 교체의 경우 설치된 가정을 재방문해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교체 후 1년 이내 문제가 생길 경우 애프터서비스도 진행한다.

이경진 경인지사 지사장은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공단을 비롯한 지사의 주요 사업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로 여기고 있다”며 “예산문제로 더 많은 가정에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매년 2가구씩 따뜻한 공간에서 겨울을 보내게 된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반드시 지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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