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불융자보다 지원폭 축소…실효성 의문 제기 여전
“아쉽지만 수용…2보 전진 위한 기회 삼자” 목소리도

[이투뉴스] 해외자원개발 융자지원제도가 1년만에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2017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으로 1500억원을 신설해 편성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공불융자가 전액 삭감된지 1년 만에 ‘특별융자’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셈이다.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눈치가 역력하다. 지난해 성공불융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삭감에 우려를 나타냈음에도 불구, 올해 ‘0’원을 만든 지 1년 만에 재탄생시키는 자체가 업계를 위축시켰을 뿐 실익 없는 무의미한 조치였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특별융자’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정되는 지원 방침은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바람 앞에 촛불이라며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삭감된 채로 놔둘 경우 예산안 자체가 사라져 탐사사업의 맥이 끊길 수 있는 위기에 처하는 만큼 금액 규모를 떠나 살려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 특별융자, 어떻게 달라지나
내년에 신설되는 특별융자지원제도에서 눈에 띄는 점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성공불융자와 달리 특별융자는 공기업을 제외하고 민간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탐사사업에 실패하게 되면 70%를 면제하고 30%는 정부가 회수한다. 성공불융자가 사업 실패 시 융자금 전액을 면제해준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융자비율도 민간기업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기존 최대 80%에서 30%로 대폭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융자비율이 30%인데다 실패 시 30% 회수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지원율이 20% 정도라는 뜻”이라며 “융자신청에 드는 행정비용과 융심집행 부담금 등을 감안하면 혜택은 이보다 적어 지원받으려는 기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눈먼 돈, 도덕적 해이의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가 아니다. 실익을 냉정히 따지는 기업 입장에서는 도움될 게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는 특별융자가 자원개발에서 리스크가 가장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탐사단계에 지원되는 제도인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차라리 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당장은 특정 기업의 사업 축소 내지 중단으로 끝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개발 맥이 끊길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산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정부 입장에도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힘을 실어줄 거라면 확실히 실어줘야 하는데, 역할을 강화한다면서 유인책은 오히려 전보다 못하다”며 “1500억원도 자원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지난해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과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 융자제도 개선방안, 10년전도 설왕설래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9월 산업자원부(現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자원개발 융자제도 개선방안 연구’라는 정책연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에는 당시도 성공불융자의 폐지 여부와 개선방안을 고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기업인 SK의 자원개발사업을 통해 융자제도를 검토한 이 보고서에는 당시 SK의 탐사사업의 성공률이나 성공불융자금의 회수율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탐사사업의 성공률 및 성공불융자금 회수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성공불융자를 받은 사업의 투자비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융자제도가 민간기업의 위험도 저하에 크게 기여한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설명돼 있다.

보고서에는 또 당시에는 우리나라만 시행한 성공불융자제도를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석유개발사업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시행한 점, 일본의 경우 성공불융자와 출자를 병행하는 제도에서 출자제도로 전환 후 지속적으로 지원한 점 등이 소개돼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07년 9월 당시 "성공불융자제도의 폐지논의는 시기상조이며, 석유개발전문기업의 생산규모가 일일 50만 배럴 이상이 돼야만 정부의 지원없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인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공공과 민간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우리나라 석유개발기업인 석유공사의 일일 생산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23만 배럴에 불과하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탐사사업은 정부 지원이 산업 육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주목되는 점은 또 있다. 보고서는 성공불융자가 국제유가의 변화, 광권계약조건의 다양성 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저유가 시 적은 특별부담금을, 고유가로 기업의 수익이 증대될 때 많은 특별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년에 신설되는 특별융자제도는 이러한 대외적 조건을 반영한다는 지침 없이 기존의 성공불융자보다 지원 규모를 일괄 축소함으로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줄였다.
     
◆ 융자제도, 끊임없이 강조되는 이유
외부 시각에서는 자원개발을 추진하는데 융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는 비난도 나온다. 이처럼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이유는 기존의 성공불융자를 이용해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졌다는 의혹 때문이다. 특히 실패 시 융자금 전액을 감면받는 점에서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그만인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업계는 융자심의회의 승인 후 기업이 자체적으로 선집행한 사업비에 대해서만 융자금을 분할 지급받는 ‘선집행 후융자’ 방식과 융자금보다 기업 부담의 비율이 확연히 큰 점을 강조, 의혹에 강력히 반발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성공불융자 안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원개발 기업의 규모와 수준은 경제규모대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3년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산업 정보지 페트롤륨 인텔리전스 위클리(Petroleum Intelligence Weekly, PIW)가 선정한 세계 100대 석유회사 순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1위, 석유공사는 70위다. 세계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석유공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자원개발을 선도하는 가장 큰 기업으로 평가받아 온 것이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기업보다 역량이 부족한 민간기업을 주축으로 자원개발을 이끌겠다는 정부가 기업의 자체적인 성장만을 바라는 점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자원개발에 정통한 한 교수는 “자원을 개발하는 해외 메이저 기업 중에서 정부 지원없이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 경우는 없었다”며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을 뒤집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확대한 해외자원개발산업이 이제 8년째인데, 정책에 따라 업계 분위기도 크게 바뀌고 판을 키워오던 산업을 하루아침에 엎어버리니 더는 물러설 곳도 없는 기분”이라고 힐난했다.
 
◆ “마중물 삼자” 표정관리하는 업계…향후 전개는
자원개발 업계는 대체적으로 이번 특별융자 편성에 아쉬움과 불만을 갖는 반응이다. 하지만 현재는 표정관리와 함께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산업이 더 위축되고 맥이 끊기는 것보다는 1500억원이라도 마중물 삼아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문가는 “융자제도를 비롯해 자원개발에 대한 정부 방침에 아쉬움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지금은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모든 처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원개발보다는 철강, 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이들 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자원과 소재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자원을 개발하지 않고 장치산업을 키우겠다는 말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융자와 관련한 기재부 방침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정책을 따르는 데 있어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점을 냉철히 분석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 옳다”면서 “지금 정부의 처사는 ‘문제가 있었으니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개선 의지가 없다”며 일갈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숨죽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속으로만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특별융자 편성에 마냥 웃지 못하는 것은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선은 예산안이 살아나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예산안 편성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편성방침에 불만을 토로할 경우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단 올해는 융자제도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일단 제도가 부활하면 내년 이맘때 특별융자제도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특별융자로 편성된 1500억원이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추진에 충분치 않다는 점을 검증한 후 내후년 예산편성 규모를 늘리는 협상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원개발의 명맥 유지를 위해 100억원 편성에 총력을 기울였던 성공불융자는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최종 삭감됐다. 특별융자 확정 여부와 이를 계기로 자원개발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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