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ESS 유기적 연동 통해 안정적인 계통 운영
주민·중소기업 위한 지역사업 발굴 및 홍보관 구축

▲ 죽도 에너지자립섬 전경

[이투뉴스] “국내 에너지자립섬 중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죽도 전체 전력생산·소비상황을 알 수 있는 통합현황판을 가리키며 송진우 죽도 신재생발전소 부소장은 목소리톤을 높였다. 현황판에는 섬 전체 전력부하, 태양광·풍력·디젤발전기 전력생산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축전량 등이 실시간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래프 및 수치로 표시됐다.

죽도 에너지자립섬은 태양광·풍력·ESS 등 두 가지 이상 재생에너지원 융합시스템을 설치, 디젤발전기를 재생에너지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 5월 18일 준공됐다.

충청남도와 홍성군,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전력공사, 한화 S&C, 제이에이치에너지 등 정부·지자체·민간기업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고, 사업비는 정부가 8억4500만원, 충남도가 2억5000만원, 민간기업인 한화가 15억9200만원 등 모두 26억8700원이 소요됐다.

이중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태양광사업화 허브 구축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중앙정부와 충남도, 전담기업인 한화 등 전체 참여주체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죽도는 그 첫 번째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지난 6월, 섬을 방문한 파푸아뉴기니 차관급 인사부터 최근 자립섬을 조성 중인 국내 사업자까지 눈여겨보는 죽도의 매력은 사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에만 방점이 있지 않다.

가을을 맞아 대하축제로 들썩거리는 남당항에서 7.5km 떨어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는 울창한 대나무 숲 때문에 붙은 지명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토산품은 죽전(竹箭)으로, 화살대를 만들기 적당한 얇고 단단한 시누대라는 대나무가 자생한다.

섬 면적은 15만8640㎡(약 4만8000평)로 바지락, 꽃게, 대하, 새조개가 풍부해 실제 섬에 사는 30여가구, 70여명의 주민이 대개 어업에 종사한다. 곳곳마다 작은 텃밭과 정겨움을 담아낸 벽화가 자리하며, 2011년 ‘찾아가고 싶은 10대섬’으로 선정될 정도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같은 내용은 모두 선착장에 설치된 전자광고판을 보면 알 수 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문구가 교체되는 광고판에는 ‘100%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서해안 첫 번째 자립섬’이라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정기선을 운영치 않아 취재를 위해 죽도 마을이장님의 도움을 받았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어선에서 이성준 이장(만 58세)은 자립섬에 대해 “가장 큰 이점은 소음·매연이 확실히 줄어든 점”이라 말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송진우 죽도 신재생발전소 부소장이 재생에너지와 ess, 디젤발전기 작동을 자동조절하는 발전제어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를 접안한 후 곧장 죽도 신재생발전소로 향했다. 발전소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엔 태양광 패널로 지붕을 얹은 공동어구장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쉬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연평균 3.2시간 이상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죽도에는 모두 650여장, 201kW규모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있다.

이중 죽도 신재생발전소에 164kW, 공동어구장에 34kW, 마을회관에 3kW의 모듈이 설치돼있다. 발전소에는 태양광과 함께 모니터링 설비를 비롯한 운영시스템, 100kW급 디젤발전기 3기와 경유 80리터를 보관할 수 있는 유류저장고, 913kWh급 ESS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죽도 신재생발전소에 들어가니 섬 내 전기생산량과 소비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화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송 부소장에 따르면 죽도가 초기 다른 에너지자립섬사업과 다른 점은 바로 재생에너지와 디젤발전기를 유연하게 연동했다는 점이다. 

핵심은 바로 ESS에 있다. 평상시에는 태양광과 담수화설비 근처에 설치된 10kW급 풍력발전기를 통해 섬 내 전력소비 및 ESS충전을 감당하지만 전체 ESS용량에서 낮에는 21%, 밤에는 35% 이하로 축전량이 떨어질 경우 자동으로 디젤발전기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디젤발전기는 최소 ESS 축전량을 채우면 스스로 멈춘다.

맑은 날에는 통상 오후 1시나 2시정도면 태양광으로 ESS충전이 완료된다. 이 같은 시스템 운영을 통해 항상 안정된 전력품질을 유지하고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섬을 방문했을 당시 송 부소장은 날씨가 흐려 ESS를 완충하지 못할 만큼 태양광 발전량이 적어 저녁에는 디젤발전기를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공급설비의 성능 뿐 아니라 날씨와 변압기 등 전력설비의 노후정도, 섬 내 전력소비기기의 효율 등이 에너지자립섬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죽도의 경우 섬 내 주민의 식수를 공급하는 담수화설비가 전체 전력부하의 5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해당설비를 어떻게 관리하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또 손실이 큰 변압기 한 대만 교체해도 섬 내 전체 전기효율이 큰 폭으로 올라간다며 에너지설비의 효율성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에너지자립섬 운영을 통해 죽도는 예년 대비 72%가량 디젤발전기에 소비되는 경유량을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8일부터 8월 29일까지 디젤발전을 위해 소비한 경유는 3만 476리터, 반면 에너지자립섬이 구축된 이후 올해에는 같은 기간 동안 9757리터 가량이 쓰였다.

취재에 동행했던 권오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지원팀장에 따르면 더위로 에너지소비가 많은 여름인 점을 감안하면 일사량이 좋은 봄이나 가을까지 포함할 경우 경유소비량은 예년대비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소나무 4만1000그루와 맞먹는 연간 4130tCO₂가량이다.

발전소 근처에는 친환경 캠핑장이 있다. 한때 폐교 공터였던 공간이었으나 에너지자립섬 조성 후 관광자원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이 공간에는 추후 신재생에너지 교육과 태양광 응용제품을 위한 홍보관도 건설될 예정이다.

캠핑장에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태양광 와이파이존, 태양광 해충포집기 등이 설치돼있다. 권 팀장은 선착장에 있었던 전자광고판까지 포함해 모두 충남도와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육성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친환경 캠핑장이나 섬 내 조망이 좋은 위치에 건설된 둘레길 등은 모두 지역민의 부가 소득 증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립섬으로 꾸며진 섬 주민은 누구나 디젤발전기를 태양광으로 교체할 때 연료·수송비 절감으로 발생한 차익이 전기요금 감면 등 현실적인 혜택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반면 정부나 사업자는 요금 감면이 본래 사업 취지와 달리 전기남용을 야기할 소지가 있어 차익을 주민 소득증진을 위한 지역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간접 지원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사업의 특성상 지역민·지역문화와 결부된 성향을 반영하듯 에너지자립섬사업도 단순히 에너지공급·관리에 대한 기술뿐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이나 경험, 노하우까지 일종의 자산으로 여길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 죽도 신재생발전소과 공동어구장
▲ 태양광 와이파이존, 해충포집기 등 지역중소기업 제품이 설치돼있는 친환경 캠핑장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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