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미국, 분산자원 확대로 독립 전력계통 필요성 상승
스마트그리드·AMI 등 프로슈머 관련 개념부터 명확히 정리해야

▲ 프로슈머 이웃간 전력거래<산업부 제공>

[이투뉴스] 에너지프로슈머는 나라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공하고 개인 간 거래(P2P)가 가능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형태를 띠고 있다. 전력을 생산·저장하는 태양광과 ESS를 통해 에너지 자가소비를 늘리고, 소비자 상호간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반으로 대규모 전력계통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된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전력공사,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프로슈머는 이미 신재생에너지비중이 높은 일본, 독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보급속도가 빨라지는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의 동향도 주시해야 한다. 이들 국가가 투자비용이 높은 계통망 정비 대신에 에너지 프로슈머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신기후체제 대응과 경제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 및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분산전원 도입 활성화 ▶에너지 프로슈머·전력 중개사업 도입 ▶전력 빅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 ▶지역 특성화 에너지 사업 추진 등으로 내용을 압축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전력산업도 소매부문과 분산전원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프로슈머사업 기회는 점차 확대될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에너지 프로슈머사업은 소비규모가 작은 주택을 기본적인 대상으로 하나, 가장 작은 소비단위의 수급 최적화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지자체 등으로 소비자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국에선 규모 측면에서 매력적인 사업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외로 에너지프로슈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 신재생원 확대로 인한 부작용 해결 위해 도입
독일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보급 증가에 따른 계통비용 및 전기요금 상승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프로슈머를 확대·지원하고 있다. 지역 에너지기업이 설비뿐 아니라 개인 간 거래(P2P)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독일은 2022년 탈 원전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중이다. 2014년 7월 개정한 신재생에너지법(EEG)에 따르면 신재생 전원 목표치를 2025년에 40~45%, 2035년에 55~60%로 상향 조정했고, 이를 위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이같은 정책을 통해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전원 비중은 2014년 26%, 지난해에는 30%로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으로 인한 비용 문제가 대두되는 양상이다. 

우선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원 증가로 발생한 계통 접속 문제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모두 중앙 전력계통을 통해 전력사에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 따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설비는 증가했을지 모르나, 급격한 계통접속 증가속도를 따라가기엔 송배전설비 증설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등 계통관리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실시하는 출력억제나 재급전에 따른 비용은 지난해에만 5억유로(약 665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재생 전원비중 증가와 함께 전기요금도 빠르게 올랐다. 전기요금 상승 원인은 전력사가 FIT로 매입하는 신재생에너지 전원 구입비용을 전기요금 부과금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2014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2004년 대비 60% 이상 올랐는데, 전기요금에서 30%이상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부과금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FIT가격 인하나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또 출력이 500kW 이상인 대규모 신재생 발전설비를 통해 생산하는 전력은 도매전력시장에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별도로 제도를 고안했다.

특히 에너지 프로슈머 촉진을 위해 ESS에 대한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도 개시했다. 30㎾ 이하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한 주택이 ESS를 도입할 때 ㎾당 600~66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전체 태양광 가정 중 30% 이상이 소규모 ESS도입을 위한 보조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활발한 에너지 프로슈머 지원이 가능한 것은 소비자들이 전기요금 인상보다 그리드패리티로 인해 에너지 프로슈머로 누리는 전기요금 절감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지역 에너지시장에서 절대적 우위인 지역 에너지기업들이 에너지 프로슈머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에너지 프로슈머사업 소비자 확보 및 직접 거래가 가능한 P2P 커뮤니티를 조성해 소비자 네트워크를 견고히 다지는 등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일본, 다양한 분산전원 활용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로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 요구가 늘어나면서 소매시장 개방 등 에너지 프로슈머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전력 및 주택 관련 분야의 높은 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산전원 간 연계를 활용한 에너지프로슈머사업이 등장하는 추세다.

특히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리적 특성 상 비상전원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비상전원을 공급할 수 없는 전력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중앙전력계통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에 대한 관심도 일찍부터 높았다.

무엇보다 올 4월부터 시작된 소매부문 완전개방도 에너지 프로슈머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매시장 완전 개방으로 8조엔(약80억원)규모의 규제시장이 자유화되며, 기존 전력사뿐만 아니라 가스·통신·전자·IT·지자체·건설 등 이종업종의 기업들도 소매시장 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분산전원 관련 다양한 제품군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전자기업들과 주택의 에너지 효율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방식으로 소매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 주택용 태양광 확대 기반으로 시장확대
미국은 주택용 태양광 보급이 에너지프로슈머 시장을 주도하고 형국이다. 각종 태양광 육성 지원정책과 태양광 발전설비 가격하락으로 주택용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주거용 태양광 보급 확대를 기반으로 에너지프로슈머사업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경제활성화 및 신재생 전원 보급을 위해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3년 기후액션플랜, 지난해 클린 파워플랜 등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산전원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해 8월 24일부터는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분산전원 도입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정책은 청정에너지 투자에 대한 저리융자촉진책인 PACE프로그램을 주택부문으로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세액공제 및 주택에 분산전원 설비 도입에 대한 세액공제(RRETC) 연장 등을 골자로 한다.

주 정부 차원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적극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29개 주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도입했고 올해 2월 44개 주가 넷미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별로는 일조량 등 환경이 좋은 캘리포니아주가 신재생에너지보급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다.캘리포니아에선 지난해 9월 11일 RPS목표를 현행 2020년까지 33%에서 2024년 40%, 2027년 45%, 2030년 50%로 상향 조정했다.

정책적 지원과 설비가격 하락으로 미국 내 태양광 발전 시장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61% 성장했다. 이 중에서 에너지 프로슈머사업의 근간이 되는 주거용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지난해 2099MW가 신규 도입돼 전년대비 66% 증가했다. 상업용 발전소가 5% 감소한 1011MW, 메가솔라가 6% 증가한 4099MW로  상대적으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해 주거용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주거용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2021년까지 18GW 증가할 전망이며, 가구당 평균 용량(6kW)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 세대에 추가로 도입되는 것이 된다.

▲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인터뷰]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우리나라에선 에너지 프로슈머는 전기요금 누진제, 전력시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포함한 태양광 판매요금, 내년 도입되는 분산자원 중계시장 등 3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만큼 현 시점에선  소비자들이 판단하기 힘든 시장입니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는 수요관리사업을 비롯해 에너지프로슈머와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 전력산업과 통신기술(ICT) 융합 등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프로슈머는 가정용 태양광발전소를 보유한 사람이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받는 사람에게 전력을 판매하는게 유일한 모델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능형전력망을 뜻하는 스마트그리드엔 사실 에너지프로슈머라는 이미 뜻이 포함돼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계통망의 효율적인 이용이나 자동제어가 아닌 양방향 정보교환이 핵심적인 가치라 볼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정보의 격차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내일 A라는 회사 평소가 평소 전력을 100을 쓰다 50을 쓴다고 가정하면, 전력거래소는 내일 입찰 시 이 같은 정보를 모를 경우 내일 발전사에서 100을 구입했음에도 50만 쓰고 나머지 50은 버리게 된다. 하지만 하루 전에 A라는 회사의 전력소비계획을 전력거래소에 알려준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자체가 이미 에너지 프로슈머라는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다. 

또 스마트미터기로 알고 있는 AMI도 단순히 미터기만 뜻하는게 아니라 서버부터 집집마다 들어가는 단말까지 모든 데이터가 양방향으로 빠르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전체 시스템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AMI를 미터기로 뜻을 잘못 사용하는데 이같은 용어의 잘못된 범람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우려였다.

김 대표는 에너지 프로슈머를 논할 때 송배전망의 자유로운 이용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프로슈머 정책을 보면 변전소나 변압기로 제한을 두고 있지만 송배전요금을 지불하면 부산에서 태양광으로 자가생산한 전력을 서울에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정론이다.

이외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신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시장만 보면 국제표준은 필요 없으나, 국내에서 성공한 장비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하려면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프로슈머정책이 잘 되려면 아직까지 보조금 등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사업자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또 스마트그리드, AMI, 에너지 프로슈머 등도 개념에 대해 명확히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프로슈머(before)과 분산자원 중개시장(after) 개념도<산업부 제공>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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