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활용한 집단에너지 비즈니스모델개발 불가피
열사용량 감소 대비 및 가용열원 확대통해 비용절감도 가능

[이투뉴스] “우리는 유럽모델을 도입해 100℃가 넘는 열을 이용한 지역난방공급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저온열원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접목한 집단에너지사업을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형 공급시스템 및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야 합니다”

덴마크 등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활용 급증과 열 수요의 지속적 감소 등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난방시스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재생에너지원의 간헐적 발전 특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난방시스템과 재생에너지원간의 통합 비즈니스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으로 건물의 열 수요량 감소에 대응하고, 에너지이용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역난방 공급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세대 지역난방으로 지칭되는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저온열원을 활용한 난방수 직공급을 비롯해 저온 재생에너지 열원 활용, 대형 에너지저장설비 활용 등의 시스템 특징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난방시장 특성이 유럽에는 못 미치지만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위 가구당 열수요는 매년 감소하는 반면 연료전지와 하수열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열원은 증가하고 있다. 고온시스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열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미래형 4세대 지역난방시스템에 대한 개발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지역난방 공급시스템 발전추이
지역난방 공급시스템은 산업폐열과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증기를 열매체로 사용, 인근 소비자에게 난방과 급탕을 공급한 1세대 방식에서 출발했다. 지역적으로도 아주 작은 단위에만 공급하는 형태였다. 이후 석탄 및 가스발전과정에서 나오는 고온·고압의 배열(증기 또는 열)을 매체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2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공급지역도 점차 넓어졌다.

3세대부터는 열원의 경우 기존 소각열, 산업폐열, 열병합발전(CHP)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열원까지 이를 확대했으며, 대규모 저장설비 및 첨단기술을 이용, 열원손실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공급지역도 점차 광역단위까지 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00℃ 이상의 고온을 활용하는 방식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 지역난방 공급시스템 발전 추이.

4세대 지역난방의 핵심은 저온열원의 공급을 통해 지역난방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가용 열원의 범위를 확대하는 형태다. 즉 기존 지역난방의 경우 100℃ 가량의 열을 공급한 이후 40∼50℃를 회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저온 지역난방시스템은 미래의 낮은 열수요량에 맞춰 50∼60℃정도로 공급하고 30℃ 내외로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난방수 공급을 예로 들면 현재는 100℃보다 높은 열을 아파트단지나 건물에 공급, 열교환기를 통해 세대에는 50∼60도의 열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저온 공급방식의 경우 60도 가량의 열을 열교환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 공급하는 한편 난방수 온도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히트펌프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하게 된다. 급탕의 경우 불가피하게 열교환기를 거쳐야 하지만, 이 역시 히트펌프 등을 활용해 부족한 온도를 보충하는 형태다.

저온으로 열을 공급할 경우 열손실 저감은 물론 열 생산설비 및 열펌프의 효율성 제고 등으로 지역난방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이 현격하게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열배관 수명도 더 늘어난다. 더불어 저온공급시스템에서는 다양한 재생에너지 열원 혹은 산업체 잉여열을 직접 난방열로 활용하거나 또는 히트펌프를 병행해 열을 생산할 수 있어 가용 열원의 범위를 넓히고 비용은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아직 저온 공급방식을 상용화한 구체적인 사례는 아직 없다. 또 저온방식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많을 수 있다며 평가절하하는 사례도 있다.

◆유럽에선 계절용 열저장설비도 활용
유럽 국가 중 지역난방 보급이 활발한 편인 덴마크는 기존 건물의 경우 주택 및 설비 개량을 통해 단계적으로 저온난방공급시스템에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설비개선이 완료될 때 까지는 고온 지역난방 구역으로부터의 회수 온수를 저온난방 건물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덴마크 지역난방 보급률이 63%로 포화상태에 달하는 등 2000년대 초 이후로는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세대당 열수요도 감소추세에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특히 최근에는 노르딕전력시장에서의 낮은 전력가격으로 열병합발전의 열 생산량이 많이 감소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역난방열 생산 연료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49%에 달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덴마크는 2020년까지 풍력발전 비중을 50%로 늘리고, 2050년경에는 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저소비형 건물 확대에 따라 지역난방시스템도 저온공급 및 에너지저장설비 활용을 확대하는 4세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4세대 지역난방시스템에서 활용되고 있는 열저장설비는 재생에너지원의 발생 시점과 수요시점간의 불일치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풍력 등에서 발생되는 잉여발전으로 열을 생산, 저장했다가 열수요 시점에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열 생산용 에너지 소비의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 단위의 수요에 대비한 저장설비 뿐 아니라 계절별 열저장설비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태양열의 경우에는 대규모 계절용 열저장설비를 활용, 여름철에 열 수요를 초과하여 발생되는 열을 저장했다가, 열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철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덴마크 보이엔스에 소재한 지역난방회사는 열저장설비를 지역난방시스템에 융합하여 연간 열수요의 45%를 태양열로 공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계절용 열저장설비에 의한 열 공급가격은 40유로/MWh로 천연가스 설비의 열공급가격 60유로/MWh보다 낮다. 에경연은 이같은 여건으로 유럽에서는 보조금 없이도 대규모 열저장설비와 결합한 태양열 집열시설이 많이 건설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 덴마크의 세계 최대 규모 태양열시스템, 이 곳에서 생산된 열은 지역난방은 물론 발전에도 쓰인다.

◆우리나라도 R&D 등 사전준비 필요
덴마크의 지역난방 제도는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 도입은 물론 제도 설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을 펼치면서 상당부분 참고한 모델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역할과 지역지정 시 난방대안 결정 방식, 연결의무 및 사용의무의 분리, 철저한 비용기반 요금책정 등 세부적으로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지역별로 ‘열계획(Heat  Plan)’을 수립, 특정 난방방식을 정해주는 지역지정(Zoning)을 시행하고 있다. 히트플랜에서는 특정 지역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난방열 공급방식을 결정하고, 미래 공급설비와 네트워크의 설치 위치를 정해준다. 이 계획은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고, 환경친화적 에너지시스템이 선택되도록 하는 한편 에너지공급 기반시설의 중복투자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집단에너지사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유럽도 열수요 감소, 열병합발전의 가동률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시대가 찾아오면서 이 분야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접목한 사업모델을 모색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도전을 지역난방시스템의 세대 전환의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역난방시스템 개발을 고민하고 있으며, 그중 저온열원을 활용한 4세대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열 생산 및 저장 기술을 융합한 지역난방 시스템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사업모델 개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업계 내외부의 평가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가구당 열사용량이 현저히 감소한 것은 물론 CHP 등의 기존 열원은 가격이 올라가는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증가에 따라 저온열원 활용방안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이에 대한 사전연구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소규모 아파트단지 등에 시험적용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규모 신규택지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체돼 있는 집단에너지 수요확대를 위해서는 저온열원을 활용한 차세대 공급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저온 직공급 방식의 경우 단지 전체의 별도 기계실이 필요 없어 다세대 주택이나 중소형 건물 등에도 집단에너지 확대보급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UNEP(유엔환경계획)에서도 미래형 4세대 지역난방 준비를 적극 주문하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통적 목표를 달성하고,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지역난방’ 방식의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R&D와 타당성조사 등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집단에너지 지원정책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