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인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우리나라 정부가 참여한 제21차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신기후변화체제인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이는 기존 기후변화체제였던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1997년 제3차 교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됐던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일부 선진국들만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감축의무에서 면제됐으며 무엇보다 CO2 배출량 1, 2위 국가인 중국(26%)과 미국(16%) 역시 감축의무를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2차 공약기간(2013~2020년)에 참여한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배출량의 약 14%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반면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포함된 195개국이 참여하고, 참여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전세계 배출량의 약 90%에 이르는 점에서 진일보한 체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C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국가가 국가별 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을 스스로 정해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감축목표 달성 경과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년 단위로 파리협정 이행 전반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 차원의 종합적인 이행점검을 통해 신기후체제의 지속적인 발전 및 투명성을 제고하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195개 참여국 중 186개국이 제출한 국가별 기여방안을 모두 고려할 경우,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3.5°C로 유지하는 효과를 갖는 것에 불과하다. 파리협정이 목표로 삼고 있는 상승을 2°C 이내 유지하는 것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각국의 감축목표가 보다 적극적으로 상향돼야 한다는 근본 과제를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이면 발효된다. 국내에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비준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적인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2030년 국가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국가별 기여방안(INDC)을 UN에 제출한 바 있다. 파리협정 체결 이후에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보다 상향된 감축목표의 제출을 사실상 강제하는 대외적 압박이 점점 강화될 것이므로, 파리협정 체결은 실질적으로는 국내 관련 업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선포 이후 2009년 11월 코펜하겐 당사국총회(COP15)를 계기로 온실가스를 2020년 기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공약을 발표했다.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파리협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정부가 제출한 국가별 기여방안(INDC)에도 산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주요 수단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설명하고 있다. 파리협정에 따른 보다 상향된 감축 목표의 제시 의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전세계적인 정착 등으로 인해 산업부문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할당량의 부과 및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은 향후 더욱 엄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각 기업들이 이를 미리 대비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에 부과되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보다 직접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산업부문의 발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기타 친환경, 저탄소 제품의 보급 확대 및 그에 따른 관련 산업의 활성화 등 친환경 산업이 향후 각광을 받고, 이러한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준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후변화대응기술의 적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 수준의 인프라 개선, 활용, 효율 향상만으로는 우리나라에 부과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추가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인프라와 저감공정 등과 관련된 원천기술과 산업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정부는 파리협정 달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응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신기후체제의 에너지 R&D 투자 포트폴리오: 청정에너지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해 국내 현 에너지 생산과 보급현황을 근거로 한 대응방안은 전력산업을 위주로 대안을 마련하는데 그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의 주요 추진내용을 보면 대다수의 추진 사업내용이 전력산업의 효율화와 전력시장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수립할 때 에너지 산업이 기여하거나 영향을 받는 정도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직간접적으로 중요하고 그 영향력도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산업을 언급할 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0%인 열에너지, 20%인 전기에너지, 30%인 수송에너지로 대별되는 3대 에너지의 용처를 중심으로 생산과 사용현황을 주시한다.

앞서 언급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전체에너지의 20%정도인 전기에너지에 너무 함몰돼 있으며 소수의 열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의 30%를 차지하는 수송에너지에 대해서는 현재의 인프라 기준이나 수송에너지 시장을 기준으로 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선행된다는 조건 하에서 10~20년 후에나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만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 이후 발표된 세계에너지기구(IEA) 보고서는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수송에너지 시장 전망에 대해 전기차나 수소차에 대한 언급보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송연료의 15% 이상, 2050년까지 27% 이상이 바이오연료로 대체될 것이며 세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의 25%가 이러한 바이오연료 사용으로 인해 감축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화석연료 기반 수송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40~90%의 온실가스가 저감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IEA의 언급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현재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실질적이면서도 지금부터 효과가 나오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970만대의 자동차가 전체 수송연료의 31.7%인 7118만 배럴의 휘발유를 사용했고, 794만대(이중 403만대가 승용차임)가 전체 수송연료의 50%인 1억1210만 배럴의 경유를 사용했고, 236만대가 전체 수송연료의 18.3%인 4090만 배럴의 LPG를 사용했으나 이같은 시장에 대한 기후변화대응 방안제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3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무혼합제도(RFS)에 의해 국내 경유에 2.5%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것이 유일한 수송연료에 대한 정부 대응책이다. 경유에 2.5%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방안도 2002년 청정 월드컵 개최를 위해 바이오디젤 혼합사업을 시범도입하며 정부가 제시했던 혼합비율에 비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기술선진국을 굳이 언급하지 않고 아시아 주변국가인 인도네시아, 태국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들 조차도 수송연료에 바이오디젤뿐만 아니라 바이오알코올을 혼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연료을 만드는데 필요한 바이오매스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바이오연료 보급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국내 생산되는 원유가 거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화학산업 5위, 석유정제능력 7위권의 원유 기반 산업을 세운 저력을 본받아 국내 바이오매스 발굴과 수급체계 구축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해외 바이오매스 활용을 통한 바이오연료 산업 발전 방안 수립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바이오디젤의 의무혼합 비율을 주변국의 혼합비율 수준인 5% 이상으로 높이고, 휘발유에 바이오알코올을 의무혼합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바이오알코올 연료를 RFS 대상연료로 서둘러 지정해야 한다. 이러한 바이오연료의 의무혼합제 확대를 통해 현재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200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