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임대료 웃돈 제시에 기존 민간 추진사업 연쇄 무산
에너지나눔과평화 "자기투자 매수 불공정, 전면 철회" 촉구

▲ 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이투뉴스] 한전과 발전 6사(한국수력원자력·남동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가 에너지신산업 10대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중인 '학교옥상 태양광사업 프로젝트'가 기존 민간사업자나 시민사회 협동조합 주도 같은 사업 무산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해 지난 6월 첫삽을 뜬 이 프로젝트는 한전을 비롯한 7개 전력공기업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햇빛새싹발전소㈜)이 내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2000여개 초·중·고교 학교 옥상에 학교당 약 100kW씩 200MW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전력공기업들은 REC 구매로 RPS 의무이행률을 높이고, 학교 측은 임대료 수익을 올려 전기료 부담을 낮춘다는 게 애초 취지였다. 하지만 공기업의 자체 투자사업 확대가 민간사업자의 사업기회를 박탈, 가뜩이나 구매자(공기업) 중심인 시장을 한층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에너지나눔과평화 등 시민단체와 민간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학교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 발표(본지 6월 16일자 보도기사 참조) 이후 기존 소규모 태양광사업자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경제조직이 앞서 추진하던 학교부지 임대 협의가 연쇄 무산되고 있다.

전력공기업 SPC가 민간이나 사회경제조직보다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해 지급한다는 소식에 계약 당사자인 학교 측이 민간과의 임대계약을 꺼리고 있어서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이미 체결한 민간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한전SPC와의 재계약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햇빛새싹발전소 측의 연간 부지 임대료 지급액은 서울지역 기준 kW당 약 4만원으로, 기존 시(市) 보급사업 대비 1만원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kW를 설치할 수 있는 옥상을 20년간 임대할 경우 임대수익만 2000만원이 차이가 난다.

업계는 전력공기업 SPC가 현재 학교 측에 제시하는 임대료 수준이 민간사업자의 최소 1.3배에서 최대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간이나 사회경제조직의 경우 최소 마진을 고려해야 하지만, REC 양적 확보가 관건인 전력공기업은 이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재 소규모 민간 사업자들은 투자금을 마련해도 적정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고, REC입찰시장의 과당경쟁으로 발전소 완공 후 수년간 손실을 감수하며 입찰시장을 기웃거리고 실정이다. 최근 입찰시장은 최소 4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투자수익률이 보장되는 낙찰이 가능하다.

기존 민간사업자들과 시민단체, 사회경제조직 등이 전력공기업의 학교 태양광 프로젝트를 민간 영역의 사업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 사업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에너지나눔과평화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한전 및 자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투자하고 자기가 구매하는 불공정 방식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업 전면 재검토, 또는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소규모 사업자와 사회경제조직이 요구해 온 계통연계비 경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던 한전이 이 사업에는 이토록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민간 영역을 지원해도 부족할 공기업이 사업을 훼방놓고 말살해도 되는 것이냐"고 각을 세웠다.

REC 확보를 위한 전력공기업의 이같은 자체 사업이 REC입찰시장에 혼란과 불공정성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급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RPS의무사업자가 자체 사업분을 대량 양산해 REC매매를 주도할 경우 일반 사업자의 낙찰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올해 상반기 기준 100kW미만 REC입찰시장에서 유찰돼 차기 입찰을 대기하고 있는 물량은 319.6MW에 달한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총 공급량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 자체투자 및 자체 REC매매 사업은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냐"면서 "민간사업자와 달리 자체 수의계약을 허용한 공기업 거래를 바로잡고 시장에서 넘쳐나는 민간물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에너지재단이 한전 재원(25억원)을 활용해 추진하는 '한전 태양광 에너지복지사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시책이자 기형적 사회경제조직 양산 우려도 높다는 입장이다.

지난달말 공고된 한전 태양광 복지사업은 16개 광역시도 단위로 100kW이하 소규모 태양광을 설치할 사회경제조직이나 조직설치 추진단체에 최대 1억5000만원의 시공비를 지원한 뒤 발전소 운영수익으로 지원단체 자립기반과 에너지복지사업 기금, 설비 유지보수비를 확보하는 내용이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대규모 예산(4000억원)으로 소규모 사업자와 사회경제조직을 말살하면서 작은 예산으로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발상"이라면서 "더욱이 선정절차 등 평가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한전 자본력으로 기형적 사회경제조직을 양산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은 사회공공의 복리향상을 위해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게 소임인데, 현행 사업들은 매우 독단적이고 불공정하며 투명성과도 거리가 멀다. SPC사업과 수의계약 사업을 철회, 민간 또는 사회경제조직 등 국민사업으로 전환하는 한편 모든 REC물량이 입찰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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