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유통協·판매소協 의견서 제출…"많은 부작용 우려" 한목소리
지난 4월 농협 보고서 내용과 유사…수급보고 이관 갈등도 한몫

[이투뉴스] 주유소와 석유판매소간 수평거래를 허용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 개정안을 두고 업계와 산업부 간 잡음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석유업계 협·단체가 가짜석유 유통 확대를 이유로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고 있지만, 산업부는 가격 혜택에 따른 소비자 부담 경감, 거래 투명성 확보 등을 이유로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농협이 유류판매소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실시한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가 이번 석대법 개정안 내용과 묘하게 겹치면서 농협 특혜 논란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 입법예고 4개월 전 발표된 농협 보고서
업계가 농협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지난 4월 농협이 진행한 ‘유류판매소 유통구조 개선 방안 연구’ 연구용역 결과 때문이다. 한영회계법인이 실시한 농협 연구용역 보고서는 이번 산업부의 석대법 개정안 내용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지역 석유판매소는 독점 공급체계, 작은 단위구매 규모, 원거리 배송에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평균매입가격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1안(주유소와 일반판매소간 거래 허용) ▶2안(농협 주유소와 농협 판매소간 거래에서의 제한적 허용) ▶3안(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에 따른 신고체계를 구축한 업체간 거래만 허용) 등을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결언을 통해 2안(농협주유소-농협판매소의 제한적 허용)과 3안(전자보고 구축 대상 제한적 허용)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평거래 허용에 따른 가짜석유 등 리스크를 피하는 동시에 농업인의 영농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이번 법개정에 따른 수평거래 허용이 사실상 농협 연구용역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3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농협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규모가 영세한 석유판매소는 대부분 전자신고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반면, 농협은 전국 주유소-판매소 간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점 등을 이유로 농협에 유리한 2안을 3안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업계가 현재 주장하고 있는 가짜석유 유통확대 가능성 등의 내용도 언급하고 있어 석대법 개정안 반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고서에는 ▶일반 판매소에 대한 수급보고의 경우 주단위 보고 제도에서도 추적이 쉽지 않은 점 ▶복잡한 가짜석유 유통 증가의 추적가능성이 사실상 떨어지는(어려운) 점 ▶수평거래를 시도할 경우 농협 등 일부 대형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시도할 주유소가 많지 않은 점 등 업계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석대법 개정안이 농협거래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농협 주유소와 판매소만이 전자보고 시스템을 구축한 점을 감안할 경우, 농협 보고서의 2안과 3안을 적절히 조합한 결론으로 유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9일 열렸던 산업부 규제개혁위원회 개정안 의결회의에는 석유업계에서 농협중앙회만이 참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혹이 더 불거지고 있다.

◆ 수급보고 주체기관 변동에 관련협회 부담도 작용한 듯
일각에서는 석유판매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가 이번 개정안에 직접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회원사의 거래상황기록부 수탁관리권이 석유관리원에 이관되는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9일 산업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석대법 개정안에 따른 신설·강화 규제 심사안을 통해 “주유소에 공급받거나 판매하는 일반판매소인 석유사업자는 전산보고의 방식으로 매주 수급거래상황을 석유관리원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급보고 의무를 강화한 이번 안에 따라 기존에는 매월 1회 협회로 전자보고 또는 서면보고했던 판매소는 석유관리원에 매주 화요일 거래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석유유통협회는 정부에 중유·부생연료유의 거래상황기록 보고시스템을 석유관리원으로의 이관이 아닌, 현행체제 유지를 요청했다. 이는 거래상황기록부 수탁기능이 석유관리원으로 이관될 경우 회원사의 대거 이탈로 인한 협회 운영난 초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석유판매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를 비롯한 대부분 석유업계는 수평거래 허용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부가 이를 수렴할 의지는 별로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 혜택과 내수시장의 경쟁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업계가 우려하는 가짜석유 유통 문제는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강행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업계의 반발과 산업부의 법개정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일각의 주장대로 이번 개정안이 농협의 특혜로 귀결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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