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기·승·전·원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어느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이다. 지진관측이 현대화된 이후 최대 지진이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5.8. 국민들의 걱정은 가옥이나 건물, 가스배관망이 아닌 원자력발전소로 집중됐다. 왜 그럴까.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고 그 여파로 원전이 폭발한, 5년이 지났지만 언제 수습이 끝날지 기약이 없는 그 사건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 보고(필자는 울산 거주 3년차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료 수집과 전문가 인터뷰 결과 걱정을 키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차제에 지진과 원자력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알게 된 몇 가지 상식은 지면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진도와 규모다. 규모는 진원지에서 방출된 지진에너지의 양, 진도는 말 그대로 흔들리는 정도이다. 리히터 규모 5.8은 진원지의 지진 강도로 변하지 않는 숫자다. 진도표시는 국가별로 약간씩 다른데 JMA(일본 기상청의 진도계급)과 MMI(수정 메르칼리 진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많이 쓰임) 등이 있다. 일본은 0에서부터 7, 총 8단계, 미국은 1에서 12까지 12단계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MMI를 사용한다. 리히터 규모 5.8은 MMI 6~7등급, JMA로는 4(중진)~5등급(강진)이다. MMI의 6,7등급이 발생하면 ‘모두가 느끼며 놀라서 실외로 나온다. 벽의 흙이나 석회 등이 떨어지며 굴뚝이 피해를 입는다(6등급)’. ‘보통 구조물은 일부 피해를 입는다. 운전 중인 사람이 느낄 수 있다(7등급)’의 현상이 발생한다(이것은 필자의 경험과 일치한다).

그러면 원전 등 구조물의 내진설계 기준이 되는 g는 무엇인가. g는 지진동의 정확한 강도인 최대지반가속도(PGA)의 중력가속도 단위다. 지진규모와 진도, g는 정확히 환산되지 않으며 진도와 g는 소수점으로 표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원전의 설계기준인 2g가 지진규모 6.5이고, 3g가 7.0이라는 것은 개략치일 뿐이다. 지진관련 용어가 이렇게 어려우니 일반 국민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금 더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한국형 진도등급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번 지진으로 월성 1~4호기가 가동정지됐다. 국내원전에는 지진감시계통(SMG)과 지진원자로자동정지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운전정지지진(OBE)과 안전정지지진(SSE) 기준을 설정해 지진동의 강도에 따라 원전의 안전을 도모한다. OBE는 0.1g, SSE는 0.18g이다. OBE가 발생하면 원전을 수동정지 하고, SSE가 발생하면 원전은 자동정지 된다. 일반은 자동정지가 안되어 수동정지를 한 것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오해다. 약진이 발생했을 때 강진으로 이어질 것을 대비해 수동으로 원전을 정지하지만, 초기부터 강진이 발생한다면 원전은 자동으로 정지된다는 개념이다. 다음으로 많은 언론에서 지적한 것이 ‘왜 즉시 정지하지 안했나’이다. 규모 5.8 발생시각은 9월12일 저녁 8시32분이었다. 이 때 월성1호기에서 측정된 최대 지진가속도 값은 0.0981g이었다. 운전정지지진 0.1g에 미치지 못했다. 한수원은 원전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정밀분석 후 월성원전 1~4호기를 전력거래소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정지했다. 4호기까지 운전정지가 완료된 시각은 9월13일 오전 0시 15분이었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운전정지지진이 발생하면 수동정지는 4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 월성원전 정지는 규정시간을 준수한 것이다. 4기의 원전이 가동정지 되면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에 따라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은 전기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 월성원전의 가동정지에 대해 기준치 이내의 지진발생이므로 지나친 대응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지진역사는 어떠할까. 기록된 역사를 기준으로 서기 2년~1905년 사이에 한반도에는 1,644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규모 5.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지진횟수도 10~20여회에 달한다.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록된 지진 발생지역도 전국적이다. 여진도 그렇다. 9월12일 이후 지금까지 400여회 이상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데, 1565년(명종 20년)에 발생한 지진은 여진이 1년여 동안 지속됐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있다. 기록에 근거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이고, 지진은 경주일원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지각판이 다른 판 밑으로 밀려들어가면서 발생하는 ‘판경계 지진’과 판이 끊어지거나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판 내 지진’,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는 육지 쪽 단층이 흔들려 발생하는 ‘내륙지각 내 지진’이 있다. 그래서 지진은 보통 지각판의 움직임으로 설명되는데, 판과 판의 경계지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지진은 판들의 경계부에서 95% 정도, 5%는 판 내부에서 발생한다.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다.

판 내부라면 지진의 원인은 활성단층에서 찾게 된다. 단층은 수 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이중 살아서 움직이는 단층을 활성단층이라 한다. 활성단층 판정은 다음 3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 제4기 지질시대(과거 약 180만년) 동안에 지표 및 지표 가까이에 변위 기록이 있는 단층 둘째, 하나 이상의 중규모 이상 또는 지속적인 지진활동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충분히 입증 가능한 단층, 셋째, 1항 또는 2항의 조건에 의해 판단된 활동성 단층과 지질구조적으로 상호 관련이 있다고 입증이 가능한 단층이어야 활성단층으로 판정된다.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냐 아니냐는 위의 첫 번째 조건에 대해서만 조사가 됐다. 그래서 활성단층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경주지진은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확증이 되지는 못한다.

우리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을 준용해 최근 35,000년 이내에 1회 이상 활동하거나, 500,000년 이내에 2회 이상 활동한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구분한다. 경주, 부산일대에 원전이 집중 건설된 것은 이 지역의 단층이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이라는 것을 알고도 원전을 지었다면 관련 규정을 위배한 것이다.

정부는 지진이 발생하자 몇 가지 대책을 수립했다. 기존원전의 내진기준을 0.2g에서 0.3g로 내진성능을 보강한다. 대상은 주요안전계통인 원자로반응도제어, 원자로냉각재압력제어, 원자로냉각재 재고량 제어, 잔열제거, 비상디젤발전기 필수냉각수, 격납건물격리, 사용후연료냉각 등이다. 기간은 2018년 4월까지 완료한다. 또한 기존원전의 스트레스테스트 완료 시기를 앞당겨 2018년까지 마치기로 했다. 정부가 원전 안전성 강화에 관심도를 높이고 내진설계 기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지진에 정통한 일본 지질학회도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그렇지만 원전과 같이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는 시설은 강진이 왔을 때 아마도 제일 늦게 무너질 건축물일 것이다.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는 후쿠시마 인근의 오나가와원전은 지진대피소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주민은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으로 대피한다고 한다. 한수원도 고려해 볼만한 수용성 제고 대안은 아닐까. 언제 여진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오늘 울산은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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