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기존자료 나열한 정부안 공개에 패널들 맹공
석탄발전 축소·신재생 확대만 재탕…소통부족, 신뢰성 저하

▲ 국회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이투뉴스] 현재 정부가 작성하고 있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대한 중감점검 성격의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전에 공개됐던 자료에서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로드맵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밀실에서 만드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며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수립을 촉구했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점검 대토론회’에서 임석규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지원단 부단장은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올해 안에 작성키로 한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초안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에 토론회장은 만원을 이뤘지만 정작 내용은 터무니없이 부실했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신기후체제 정식 출범 전 국가단위 기본계획을 정하는 것으로 2030년까지의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로드맵이다. 소관부처(기재부, 환경부, 산업부, 농림부 등)가 부문별 로드맵을 수립하면, 이를 기반으로 국무조정실이 로드맵 전체를 총괄·조정해 작성하는 방식이다.

◆각부처 기존 발표내용 되풀이…디테일 실종
정부는 로드맵 기본방향에 대해 우선 감축목표는 이미 UN에 제출한 37%(국내 25.7%+국외 11.3% 감축) 감축률을 정했다. 또 중점과제로 에너지신산업 육성, 친환경 에너지정책 강화, 배출권거래제 등 시장친화적 감축제도 운영, 국제시장 메커니즘(IMM) 활용 등을 꼽았다. 기후변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늘상 듣던 정책과제다. 

주요수단으로는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친환경차 보급, 자동차 연비개선, 친환경냉매로의 교체를 제시했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법론은 전무했다. 아울러 해외감축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합의를 전제로 다양한 해외감축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

먼저 산업부문의 경우 전동기·보일러 등 공통기기 효율개선,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도입 및 설비고도화, 친환경 공정가스 및 대체냉매 확대, 폐열 및 폐플라스틱 사용 등 폐자원 활용 등을 제시했다. 에너지부문에선 석탄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레퍼토리를 다시 나열했다.

건물부문에서는 신축 및 기존 건축물의 단열·보온재 사용 강화와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적용을, 수송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및 평균연비 제도 강화를 적시했다. 이어 폐기물과 농축산부문은 폐기물 감량화 및 에너지화, 농경지·축산 배출원 관리, LED 조명 확대도 계획에 넣었다.

임석규 부단장은 “올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비롯해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2018년까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등을 만들어야 한다”며 “연내에 1차 로드맵을 수립한 후 매년 보완(2차, 3차)을 거쳐 2019년에 최종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 패널들이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지가 없다, 진전된 것이 무엇이냐 
전의찬 세종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이날 정부가 공개한 로드맵이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밀실에서의 비공개작업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정부가 과연 이전보다 진전된 기후변화 정책방향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많은 우려도 쏟아졌다.

먼저 송원근 전국경제연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로드맵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업종별 할당량 산정과정 등 프로세스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억톤에 달하는 조기감축분에 대해 추가할당을 해주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으며, 산업부문에 직·간접 배출 모두를 규제하는 것은 이중규제”라고 말했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은 우리나라 감축목표가 국제적(IEA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부문 등에서 계속 흔들고 있는데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더불어 저탄소경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만큼 로드맵 논의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2030 온실가스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논의해선 정치·사회적 공감대와 수용성 확보 어렵다”며 “에너지부문은 수요감소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달성된다는 풍문이 현실이 되고 있으며, 산업부문 감축최소화가 결국 가정·상업 및 건물, 수송으로 넘어갈 것이란 우려도 많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투명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정부와 산업계 등 대한민국 모두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조언했다. 그는 “경제성장률부터 산업구조 변화, 에너지수요, 온실가스 배출전망이 모두 연결돼 있어 BAU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며 우리가 얼마나 감축할 수 있느냐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기본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선 BAU 설정 방법론에 대한 합의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올해안에 로드맵을 마련하게 돼 있으나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쟁점사안에 대한 합의를 합리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선 자료 및 방법론 공개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사업평가과장은 로드맵 구성과정에 대한 공개를 정부가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국회가 나서 일정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관부처가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환경 속에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며 “국회에서 관련 틀을 정해 감축전략과 방법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엄청난 투자예산(2030년까지 31조 추가투자)에 대한 성과검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좌장을 맡았던 전의찬 세종대 교수는 총리실 산하로 격하된 녹색성장위원회를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대통령 직속으로 있던 녹색위가 총리실로 내려와서 단장이나 공무원들도 힘들고, 진도는 안 나가고 있다”면서 “녹색성장기후변화위원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구조상으로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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