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통 연결부 체결 표준화, 노후배기통 재활용도 금지
소비자 인식 전환, CO중독사고 근절 실효적 성과 기대

[이투뉴스] 앞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보일러는 10년 정도 사용하면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나 보일러 A/S요원으로부터 새 제품으로 바꾸라는 권장을 받게 된다. 아울러 CF나 캠페인 등을 통해 권장사용기간제가 지속적으로 홍보된다. 이 같은 권장사용기간제는 법적 의무화 규정은 아니지만 합리적 사용기간 제시를 통해 소비자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시공은 물론 적용기준이 달라 현장에서 혼선을 빚는 가스보일러 배기통 연결부 설치가 표준화를 통해 규격화되고, 아울러 10년 이상의 오래된 배기통 재활용이 금지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CO중독사고 예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보일러 제조사 및 배기통 제조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유관단체 및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한데 이어 소비자 가정에 설치된 지 10년~11년이 된 오래된 보일러와 배기통을 수거해 구조·성능 및 안전장치 등 실증시험을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불러오는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를 막기 위해 2014년부터 근원적 대응책을 모색해 온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보일러 제조사, 배기통 제조사, 관련단체·업계는 최종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키로 했다. CO중독사고가 그 어느 사고보다 직접적인 인명피해율이 크다는 점에서 기준, 제도, 사용환경 등 사전예방에 중점을 둔 안전대책 및 안전정보 제공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배기통 인증제 도입(1998년)을 비롯해 가스보일러와 배기통 접속부 내열 실리콘 사용(2003년), 개방형 가스온수기 제조·수입 금지(2011년), 가스배관 물 유입방지를 위한 기준 강화(2013년) 등 다양한 대응책을 시행해왔으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 근절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가스보일러 사고는 전체사고 1446건 중 53건(3.7%)으로 비중이 크지 않으나, 인명피해는 전체사고 1974명 중 186명(9.4%)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가스사고와 비교하면 보일러로 인한 사망은 5.6배, 부상은 2.3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가스보일러 사고 53건 중 배기통 연결부 이탈 등 시설 설치 불량에 의한 사고가 37건 69.8%로 가장 많았고, 장기간 사용에 따른 노후와 고장 등에 의한 사고가 10건으로 19%를 차지했다. 특히 인명피해를 동반한 가스보일러 사고 40건 중 절반 이상인 21건이 배기통 연결부 이탈로 인한 사고로 나타났다.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대책은 실효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가스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의 접속방식은 1998년 도입된 스토퍼 방식으로 장기사용 및 외부충격 시 접속력이 약화되는 구조이며, 열악한 시공환경에서 보일러 및 배기통의 부실시공 우려는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장기사용으로 위험성이 큰 5개 품목에는 권장사용기간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정작 인명피해율이 높은 가스보일러는 권장사용기간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근원적인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 예방대책이 절실하다는 인식에 유관기관·단체와 관련업계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포럼과 실태조사, 필드테스트, 연구 등이 진행된 끝에 ▶보일러와 배기통의 연결부 체결 규격화 ▶노후보일러 권장사용기간제 도입 ▶노후배기통 재활용 금지 ▶시공교육, 확인방법 홍보 강화방안이 확정됐다.

권장사용기간제는 이미 염화비닐호스(7년), 고압고무호스(5년), LPG압력조정기(6년), 퓨즈콕(5년), 이동식부탄연소기(5년)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권장사용기간제를 도입하기 이전 매년 사고가 발생했던 LPG압력조정기, 고압고무호스, 염화비닐호스의 경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 8년 간 2개 품목(고압고무호스, 염화비닐호스)은 사고가 전혀 없으며, LPG압력조정기는 6건에 그쳐 이전 8년간 발생한 사고 28건에 비해 79%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공현장 인적 오류 최소화

특히 CO중독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배기통 연결부 이탈 등 시설미비다. 지난해 12월 전북 군산에서 2명의 사망자를 낸 CO중독사고는 배기통이 이탈된 상태에서 가스보일러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로 인한 것이며, 올해 3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3명의 사망자가 나온 사고는 배기통 막음캡이 이탈돼 누출된 CO가스가 출입문 틈새로 들어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월 보일러 및 배기통 제조사의 현장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스토퍼 방식 및 내열실리콘 마감이 시공현장 환경과 시공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일러 교체 시 오래된 배기통을 재사용함으로써 재질열화 및 오링 경화, 보일러 모델별 배기통의 길이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사고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가스사마다 실내용 배기통 적용기준이 달라 혼선을 빚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내용 배기통의 경우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 접합을 나사식, 플랜지식, 클램프식 등으로 체결해 이탈을 방지하고 있으나 각 도시가스사마다 기준 해석을 달리해 실내·실외용이 혼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시공현장의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 체결방법을 규격화했다. 각 보일러제조사가 개발한 리브타입과 동등 이상의 체결력 구조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보일러와 배기통 접속부 각각에 리브구조를 형성하고, 각각의 리브가 서로 맞닿게 하며, 맞닿은 리브에 적절한 홈구조의 밴드를 끼우고 나사로 단단히 고정토록 했다.

또한 배기통 연결부는 1차로 내열실리콘 밴드를 사용해 접착력 향상 및 기밀성 강화를 꾀하며, 2차로 스틸 또는 동등 이상의 밴드 및 클램프류로 체결해 연결부 인장력을 보완토록 했다. 아울러 시공능력에 상관없이 체결 가능한 구조로 규격화해 시공 용이성을 향상시키도록 했다.

이와 함께 오래된 배기통의 재활용을 금지토록 했다. 보일러 시공불량 및 장기사용으로 배기통의 성능과 안전성이 약화된 것이 실증 실험에서 확인됨에 따라 오래된 보일러를 교체할 때 배기통도 함께 교체토록 한 것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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