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여개 석유·가스사 감산발표 후 주가 급등

[이투뉴스] OPEC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OPEC과 러시아 감산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빠르게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아시아의 트레이더들은 비축유가 풀리고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려 이러한 현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상승과 함께 상대적 경쟁력이 제고되는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자들이 시추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OPEC과 러시아가 하루 150만 배럴씩 생산량을 줄이기로한 약속을 이행하더라도, 감축량은 2014년 중반부터 쌓이기 시작한 과잉량을 줄이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인도 석유회사의 AK샤마 재정부장은 “OPEC 감산량은 미국산 생산량 증가로 큰 부분 상쇄될 것”이라며 “과잉 공급분이 시장에 그대로 남아 있어 OPEC 감산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레이더들은 원유 감산의 영향 규모는 감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OPEC 회원국들의 수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한 석유트레이더는 “OPEC의 감산은 일부 가격 상승 흐름에 탄력을 줄 수 있지만, 420만 bpd 규모의 2008년도 감산과 비교해서 (이번 감산 규모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 감산은 2월과 3월 수요가 낮은 시즌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아시아 정유사들은 대부분 관리를 위해 문을 닫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중동 두바이유 강세는 브렌트유와의 가격 차이를 더 좁혀 아시아 정유사들이 대서양 지역 또는 미국산 원유를 더 사들이게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아시아 정유사들은 대부분 다른 원유 공급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OPEC의 감산보다는 고유가와 수익성 영향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독립 정유회사들은 보통 남미와 서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 최대 독립 정유사인 동잉석유의 장 리우청 부회장은 "OPEC 감산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동맹국인 UAE, 쿠웨이트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중국의 독립 정유사들의 수입처가 아니기 때문에 그 영향은 매우 적을 것"고 말했다.

◆OPEC 감산, 미국 셰일 붐 촉발
미국 셰일 생산업자들은 OPEC의 감산 결정 뉴스에 되레 환호했다. 미국 석유회사 및 가스회사 50곳 이상의 주가는 감산 발표 이후 10% 이상 급등했다. S&P 500 에너지 부문 인덱스는 5% 상승해 2작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유가 상승이 미국 셰일 생산량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감은 높다. 미국의 셰일 생산량은 이미 2015년 4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루 100만 배럴식 감소해 현재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었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간 생산량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전 갯수는 지난 5월 400개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당히 회복해 50%가량 증가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일 때 셰일의 안정적인 신호가 켜졌으며, 고유가는 회복을 촉진시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록 주요 셰일 원유 생산지역인 바켄과 이글 포드가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서부 텍사스 주의 페르미안 유전들은 셰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세프 트립케 인필 씽킹 석유연구소 창업자는 "미국 원유 생산 증가량은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미국산 타이트 오일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 최대 150개 유전을 재개할 페르미안 유전들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셰일 유전의 손익분기점은 지역마다 차이가 크지만, 현재 저유가에서도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 바켄 카운티 던 카운티는 배럴당 15달러에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낮은 생산 비용으로 유명한 이란과 이라크의 생산비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바켄 생산업자들의 경우 수송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 손익분기점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생산량 기록을 매달 경신하고 있는 페르미안 유전에서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30달러 가량이다. 만약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른다면 주요 셰일 유전은 사실상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그러나 셰일 생산량 반등이 급격히 이뤄질 경우 가격 상승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높다. 골드만 삭스는 유가 55달러 이상은 하루 80만 배럴의 셰일 생산량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 삭스는 WTI가 내년 상반기 동안 60달러선에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셰일 생산량 급증에 따른 가격 하락을 이유로 이를 50달러로 정정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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