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청장에 ‘기후변화 부정론자’ 내정…속내 확인된 셈

[이투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보호청(EPA)장으로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스캇 프루이트(48세)를 내정했다. 프루이트는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으로서 화석연료 산업계와 긴밀한 공조 관계를 맺고 이들의 이익을 위해 법적 노력을 기울인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인사로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막아보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진짜 속내가 확인된 셈이다. 심지어 실질적으로 EPA 자체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고 <뉴욕타임즈>는 7일 보도했다.

공화당원인 프루이트는 오바마 기후변화 정책에 대항해 법적 소송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캠페인 동안 언급한 발언과 일맥상통한 행보를 보여왔다. 트럼프는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했다는 과학적 근거는 괴담이며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파리 협정도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클린 파워 플랜을 석탄 말살 정책이라며 공격했다.

프루이트는 이에 발맞춰 올해 초 ‘네셔널 리뷰’에서 “과학자들은 기온와 지구온난화의 규모, 인류 행위와의 연관성에 대해 계속해서 다른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며 “이런 토론은 교실이나 공개 토론회, 의회 복도에서도 이뤄져야한다. 기소의 위협 때문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반대의견은 범죄가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대통령 당선인과 앨고어 전직 부통령과의 지난 5일 회담 이후 환경 활동가들은 약간의 희망을 기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뉴욕타임즈> 편집인,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인류 활동과 기후변화 사이의 “일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프루이트의 인사 내정은 이들의 희망에 찬물이 끼얹었다.

“대선 캠페인 동안 트럼프는 EPA를 해체하겠다고 자주 언급했으며, 산업 오염원에 미국인들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들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루이트와 함께 당선인은 그의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고 켄 쿡 환경 업무 단체(엔바이론멘탈 워킹 그룹)장은 지적했다. 워싱턴 연구와 변호 단체다.

그는 “프루이트는 청정 대기와 안전한 식수 공급 문제에 있어 가장 적대적인 EPA 청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환경론자들에게 반발을 얻고 있지만 프루이트는 보수 활동가들에게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내 최대 에너지 생산업자들 일부와 오바마 규제를 철회하기 위한 긴밀한 공조관계를 맺고 있는 공화당 법무장관 단체에 속해있다.  화석연료 산업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인선 결정에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석탄 산업을 대변하고 있는 ’청정석탄전력을 위한 미국 연합’의 로라 쉬한 대변인은 “스캇 프루이트 법무장관은 오랜기간동안 주정부의 권리를 옹호하고, 오바마 정부의 과도한 EPA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프루이트는 에너지와 환경 규제 문제에 있어 이성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핵심은 EPA 규제에 있다. 그 규제에 따라 발전소들은 온난화 유발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당량 줄이도록 요구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방적으로 1970 청정대기법에 속해진 이 규제들을 취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 경험이 많은 프루이트는 이 규제들을 상당히 약화시키거나 연기 또는 천천히 분해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EPA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게 언론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EPA를 해체하거나 권한을 크게 축소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법무장관으로서 프루이트는 그 약속을 이행하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 보험법과 환경 규제들을 반격하기 위한 팀을 그의 사무실에서 꾸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 법안은 2015년까지 완성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루이트를 포함한 일부 법무 장관들은 2014년부터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법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에 반대해 28개 주에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고소건은 연방법원에서 현재 진행 중이나 대법원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프루이트는 석유와 가스 회사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2014년 <타임즈>의 취재결과 에너지 로비스트들은 프루이트를 대신해 EPA, 내무부, 예산관리처,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낼 서한의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 법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서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친밀한 관계는 프루이트의 정치적 성과를 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오클라호마 석유와 가스 회사인 컨티넨탈 에너지 최고경영자인 해롤드 G. 햄은 프루이트의 2013년 재선 캠페인의 공동 대표로 그의 당선에 힘을 썼다.
프루이트는 켄터키에서 자랐으나 로스쿨 입학을 위해 오클라호마로 거주지를 옮겼다. 열렬한 야구팬이며 8년간 오클라호마 시티 레드혹스 구단주였다.

그는 오클라호마 입법부에 입성하며 크리스찬 리걸 서비스라 불리는 작은 법률 사무소를 열었다. 오클라호마 법무 장관으로 2010년 출마하면서 그는 EPA가 주정부 권한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체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프루이트는 2010년 선거 캠페인 당시 “워싱턴 (연방정부지칭)에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하나의 방식이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식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프루이트가 취임하자마자 그는 대형 석유, 가스 회사들, 주내 석탄화력발전소들과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하였다. 주로 오바마 행정부의 배출 규제와 수자원 보호, 멸종위기 동물 보호법을 번복시키기 위한 일이었다고 <타임즈>가 확보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법무장관으로서 프루이트는 산업계와 함께 반규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특이한 행보를 보여왔다. 오클라호마 가스.전기회사, 원유와 가스 산업 경영자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에너지 생산자 연맹과 함께였다.

프루이트의 사무실은 EPA와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규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데본 에너지를 포함한 회사들의 산업 로비스트들이 대필한 편지였다. 프루이트의 직원이 이 대필 편지를 주정부 공식 편지지에 옮겨 적은 다음 워싱턴에 보냈다. 이후 회사들은 그들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배포했으나 사실상 그들이 직접 대필했다는 사실은 쏙 빼놓은 채였다.

프루이트는 그가 업계의 꼭두각시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때로는 사기업과 그의 생각을 공유하고 동맹을 맺었으나 에너지 업계를 돕고 일반 주민들의 공익을 위해 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루이트는 주정부들이 지역 산업을 규제하는 최적합한 위치에 있으며, 지역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회사들을 직접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데본 에너지는 그의 정치입문에 공헌해왔으며 그는 연방 규제를 철회하기 위해 일하는 등 공생관계임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프루이트의 인사 청문회는 뜨겁게 달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기후변화가 지구 전체에 엄청난 환경적 위협이 된 이 시점에 트럼프 당선인이 스캇 프루이트를 EPA의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아주 위험한 결정이었다”며 “이번 임명을 격렬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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