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조달 필수인 REC수의계약 빌미로 낮은 구매가격·지분 요구
기관·기관장 경평에서 신재생 한정해 수익성 평가항목 조정 필요

[이투뉴스] 일부 발전사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풍력발전사업자의 처지를 악용해 시중보다 낮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격과 사업지분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금융권의 투자재원 조달 시 반드시 필요한 REC수의계약을 일방적으로 보류하는 등 요구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소위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를 받는 민간 풍력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분을 매각하거나 낮은 REC가격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는 2012년부터 일정 규모(500MW) 이상 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RPS공급의무사들은 매년 일정량 이상 신재생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발급받는 REC를 충족할 의무를 가진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민간 풍력발전사가 초기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추진할 때, 금융권은 공급의무사와 맺은 REC수의계약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이 담보돼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정황에서 공급의무자가 의도적으로 협의 중인 수의계약을 일방적으로 보류·중단하는 방식으로, 낮은 REC가격 및 발전사업 지분참여를 전제로만 민간 풍력발전사와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것. 또 공급의무자 중 의무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공기업 다수가 함께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적정 수익이 불가능할 정도로 REC수의계약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불만을 토로했다.  

풍력발전업체 한 관계자는 “초기 리스크를 부담하며 단지 조성을 추진한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재원 조달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만큼 불가피하게 공급의무사에게 지분매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시중보다 낮은 REC구매계약 요구로 자체 건설에 참여하는 발전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경험이나 기술이 있어도 투자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견·중소업체들이 사실상 사업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정한 수익률을 담보한 REC정산가격이나 기준을 정부가 선행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민간 발전사업자가 PF를 용이하게 받을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또 다른 풍력발전사 관계자는 공급의무사가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직접적인 이유가 수익이 아닌 기관이나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 있다고 말했다. 공익을 중시하는 발전공기업 입장에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에서 REC구매가격을 어느 정도 보전받는 만큼 굳이 수익만을 크게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경영평가에서 계약가격이나 시장성을 따지는 평가항목이 있는 경우, 이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경영평가에 나서면서 이런 부분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 유관기관 관계자는 “태양광과 풍력부문에서 전력판매가격(SMP)과 REC를 합산한 고정가로 계약을 체결하라는 최근 산업부의 발표는 사실상 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라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는 거래계약에서 과도하게 전기요금을 상승시킬 만큼 수익을 내라는 뜻은 아니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적정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끔 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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