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대폭 인상 및 천연가스·폐기물로 확대 등 의원입법 러시
취약한 지방재정 해소 수단으로 인기, 에너지 분야 부담 가중

[이투뉴스]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 매겨지는 지역자원시설세를 더 올리고, 대상도 천연가스 및 원전연료, 폐기물 등으로 확대하자는 의원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자원시설세가 부족한 지방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역할을 하면서 에너지 분야를 옥죄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강석호 의원(새누리당)은 동료 의원 9명과 함께 원자력발전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을 발전소 내에 저장하는 경우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세액은 경수로는 다발당 540만원, 중수로는 다발당 22만원, 방사성폐기물은 200리터 용량의 드럼당 40만원을 제안했다. 강 의원의 지역구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이다.

박순자 의원(새누리당)도 지난 11월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대상에 조력발전소를 포함시키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원자력 및 화력발전 뿐 아니라 조력발전 역시 해양환경 파괴와 어자원 감소로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만큼 이익환원기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액은 kWh당 2원으로 아주 크다. 박 의원 지역구는 시화조력발전소가 있는 안산시 단원구.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월 석탄화력의 지역자원시설세를 현행 kWh당 0.3원에서 2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석탄이 타 발전원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만큼 형평성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 의원은 석탄화력이 몰려 있는 충남 당진이 지역구다. 같은 날 영흥화력이 있는 인천이 지역구인 정유섭 의원(새누리당) 역시 석탄발전의 지역자원시설세를 kWh당 0.3원에서 1원으로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냈다.

새누리당의 정갑윤, 박명재 의원은 비슷한 시기에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을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에 포함, 채취사업자가 해당지역에 세액(자원가액의 1%, 채취 광물금액의 1%)을 내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 의원의 지역구는 동해가스전 인근지역인 울산 중구와 경북 포항이다.

아울러 김태흠 의원(새누리당)이 석유와 천연가스에 리터당 1원과 ㎥당 1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박남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천연가스(㎥당 1원)와 폐기물(톤당 5000원)에 세금을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두 의원 모두 지역구에 LNG인수기지 및 소각장이 있거나 건설 중이다.

이밖에 김영춘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 부산진구)을 비롯해 원전확대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36명은 지역시설세와 비슷한 핵연료세를 신설해 핵연료 금액의 10%를 지방세로 거두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이철규 의원(새누리당, 강원 동해)은 시멘트 생산공장에 톤당 1000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매기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서 세율 인상 및 부과대상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 자원이나 시설을 이용하는데 따른 편익이나 비용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부과되는 지방세다. 2014년 처음 도입당시 kWh당 원전에 0.5원, 화력발전 0.15원이 부과됐지만, 지난해 12월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100% 인상(원전 1원, 화력발전 0.3원)됐다.

1년 만에 세율을 올렸지만 올해 다시 지역자원시설세를 최대 2원(석탄)으로 올리자는 제안과 함께 석유, 천연가스, 원전연료, 폐기물까지 과세대상을 확대하자는 입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자원시설세 개정에는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지역구에 발전소나 천연가스 인수기지, 자원개발 현장이 있는 국회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이 법안들은 현재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아직은 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예산 추가를 호소하고 있는 지역구 민심에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국회 의지를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자원시설세는 국회가 어려운 지방재정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향후 매년 같은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석탄발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를 1원 올릴 경우 연평균 2140억원, 2원으로 올리면 무려 5196억원의 혜택이 발전소가 있는 지자체에 돌아갈 정도로 효과 만점이다. 일부 지자체가 지역자원시설세를 ‘부족한 곳간을 채우는 노다지’로 인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에너지 분야에 지역자원시설세 증세 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산업부와 업계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뿐더러 궁극적으로 에너지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또 해당지역에 혜택이 돌아가는 열병합발전(지역난방 및 산업단지 스팀공급)과 국민연료인 도시가스 등에까지 세금을 추가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지역자원시설세가 환경부하 및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과학적으로 따져 세율 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임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환경영향 등에 따른 세금상승이 즉각 소비자요금으로 넘어가지 않아 사업자 부담만 늘어나고, 정책목적 달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LNG를 쓰는 열병합발전과 석탄발전 세율이 같을 정도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가 치밀하지 않다”며 “설혹 올리더라도 과학적으로 환경부하 등을 제대로 분석해 세율 등이 결정돼야 하고, 소비자요금에도 곧바로 전가돼 환경영향을 줄이는 가격신호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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