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히트 결국유보 허송세월만, 서울에너지공사 설립 대단원
전력당국 개입 증대…CHP 보상체계 일부 개선, 신설은 차단

[이투뉴스] 3년 동안 숱한 논란을 빚었던 그린히트 프로젝트(수도권 열배관망 건설사업)가 사실상 좌초, 더 이상 사업추진이 힘들게 됐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발전배열을 받아야 하지만, Gcal당 무려 6만원이 넘는 금액을 발전자회사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결국 그린히트를 유보키로 사실상 결정하고, 최종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치솟고 있는 발전배열 단가는 그린히트 프로젝트 추진동력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력예비율 증가(원자력 및 석탄 등 기저발전 유입)에 따른 LNG복합 가동률 저하와 SMP 하락으로 열제약발전이 늘고 있고, 수열단가 역시 상승압박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 경우 한난-발전자회사, 민간업체-발전사 간에 이뤄지는 기존 열거래가 위축될 가능성과 함께 열연계 확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광역 열배관망을 통해 소규모 업체의 원가경쟁력을 되살린다는 구상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에너지전담 지방공사 설립 이어지나
외부환경 악화로 집단에너지 사업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력당국이 집단에너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업운명이 좌우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이는 CHP 전력부문에 대한 보상 수준 및 지원체계 여부에 따라 열부문 수익에도 즉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라에너지 김포열병합발전소 불허에서 보듯이 열병합발전소 신·증설까지 전력당국이 틀어쥐면서 직·간접적인 개입 역시 확대되고 있다. 물론 열병합발전 기동비와 무부하비를 최대 50% 지급하고, CES(구역전기사업) 열거래기간 확대 등 일부 보상체계를 개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책은 곁가지에 불과하며, 집단에너지 역시 전력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선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올해 막바지 설립이 최종 확정된 서울에너지공사도 향후 국내 에너지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나서 에너지 분야 지방공사를 설립한 것은 제주에너지공사에 이어 두 번째지만,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에너지계획을 단순 집행·관리에 그치던 지방정부가 에너지정책 수립 및 모색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경기, 충남, 부산 등에서도 에너지전담 지방공사 설립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이란 평가다.

◆지원정책 아닌 발목 잡는 규제만 넘실
올해 정부가 에너지신산업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눈길을 모았던 것이 에너지산업 규제개혁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원별 에너지신산업의 장애요인을 개선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포석에서 출발했다. 집단에너지 분야도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규제완화 발굴에 나섰고 업계는 여기에 큰 기대를 걸었다. 특히 숙원이던 100MW 기준 연료공급 이원체계에 대해 산업부 차관까지 나서 개선을 약속하면서 한껏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진행됐다. 분산전원 및 온실가스 저감효과에 대한 편익보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100MW를 기준으로 이원화된 발전용 직공급을 풀어주는 문제 역시 사실상 무산됐다. 반면 집단에너지 공급지역 지정요건은 1만세대로 강화하는 등 규제개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에서도 공급규정을 개정할 때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명시하는 방안과 에너지복지를 사실상 강제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집단에너지 옥죄기가 이어졌다.

대미는 지역난방부문 열요금을 둘러싼 산업부와 업계 간 마찰이 장식했다. 열요금 제도개선을 했지만 여전히 생존위기에 봉착한 집단에너지업계가 항의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탄원서 제출 등은 있었지만 사업자들이 정부청사를 찾아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 고시위반을 무릅쓰고 시장기준요금 대비 110%를 초과하는 열요금 인상계획을 신고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12월 들어 산업부와 집단에너지업계가 극한대립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 대안모색에 나서 해빙무드에 접어들었다. 이후 산업부와 집단에너지업계는 열요금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의견조율에 나서는 등 해법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곳곳에서 나오는 등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어렵게 조정안에 합의하더라도 소비자 반발 등 걸림돌은 여전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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