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 경쟁여건 조성, 충전·판매는 합종연횡으로 시장재편
소형저장탱크 보급 가속, LPG배관망사업 등 경영환경 급변

[이투뉴스] 국내 LPG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저유가 기조에 미국산 셰일가스 증대로 LPG공급 측면의 변화는 물론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에 탄력이 붙고 소형저장탱크 보급이 빨라지면서 유통단계의 사업 환경도 새로운 국면에 처했다.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는 수입사는 물론 충전업계, 판매업계 모두에게 기존과는 다른 개념의 유통구조를 촉구하면서 LPG시장 재편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변화에 따른 가격 안정과 수요 확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사실상 진·출입 장벽이 무너지고 업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동일업종 내에서도 사업자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LPG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이견이 없다.

◆LPG수입 진입장벽 완화…제3수입사 등장여부 주목

그동안 LPG공급시장의 개방을 통한 경쟁 환경조성에 초점을 맞춰오던 산업통상자원부가 LPG수출입업 등록요건 중 저장시설 규모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시장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LPG수출입업 등록 시 저장시설의 경우 ‘내수판매 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했던 구비요건을 ‘내수판매 계획량의 15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로 완화하는 액화석유가스의안전관리및사업법 시행령이 지난해 11월 29일 공포됐다.

저장시설 건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어 LPG수출입업 신규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지난해 7월 산업부는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 중 에너지신산업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LPG수출입시장의 민간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LPG저장시설 등록요건을 완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글로벌 LPG시장도 셰일가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가격을 좌우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보폭이 위축되는 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LPG수입업에 관심을 갖은 곳이 적지 않다. 2005년 하나에너지가 충남도청으로부터 LPG수입기지 건설을 위한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 확장부분 조성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제3수입사로 등장하는 듯했으나 자금 등의 문제로 결국 백지화됐다.

지금의 한화토탈인 舊삼성토탈의 행보도 한때 주목을 받았다. 삼성토탈은 2010년 5월 충남 대산기지에 4만톤 규모의 부탄저장탱크를 세운 후 내수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나 삼성토탈 브랜드를 달았던 충전소 3곳이 석 달도 안돼 문을 닫으면서 또 다시 제3수입사 등장은 물거품이 됐다.

이후에도 LPG수입업에 진출하려는 곳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3월 호라이즌홀딩스가 LPG수입업 조건부 등록을 마쳤으며 지난해 7월 코리드에 이어 8월에는 삼영가스플랜트가 조건부 등록을 받았다. 보성그룹도 자회사 한양을 통해 전남 여수 여천일반부두 배후부지에 LPG와 석유화학제품, 유류 저장소 건설을 검토하는 등 LPG수입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이번 LPG수출입업 등록요건 완화로 기존의 SK가스, E1 등 2개사 체제의 LPG수입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조건부 등록을 받으며 LPG수입업 진출을 꾀하는 이들의 행보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경쟁을 통한 가격 안정화로 신규수요 창출의 교두보가 될 제3수입사가 나올 경우 LPG산업 발전을 위한 선순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등 다양한 공급처가 있는데다 나프타 대체용으로 시황 변화가 큰 석유화학용 물량을 제외하고는 기저 수요가 줄어드는 LPG시장에 또 하나의 LPG수입사가 등장하는 것이 과연 실효적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수송용 부탄 등 기저 수요의 감소세가 확연한데다 고도화설비를 갖춘 정유사들의 LPG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돼 LPG수입사들의 고심이 큰 마당에 제3수입사는 국가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종 구분 희미해진 유통구조…내부갈등도 심화

LPG충전·판매 등 유통시장의 변화도 빠르다. 셰일가스 붐에 따른 LPG생산량 증대와 국내 정유사의 정제시설 고도화에 따른 LPG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공급측면의 여유가 생겼다. 여기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지역에 배관망을 구축해 저렴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방식으로 LPG를 공급하는 LPG배관망사업이 새로운 성장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이에 따른 소형저장탱크 보급이 한층 속도를 내면서 유통구조 변화를 촉발시켰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집계한 소형저장탱크 생산·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0㎏~3톤 이하 소형저장탱크는 국산 6236기, 수입 3371 등 모두 9607기로 전년동기 7292기(국산 5481기, 수입 1811기)보다 3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LPG소형저장탱크 설치가 크게 증가한 것은 기존에 LPG용기로 수요가에게 공급하던 판매사업자들이 공급방식을 소형저장탱크로 대체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벌크로리 LPG판매사업자의 증가 현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벌크로리 LPG판매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2012년 400개소, 2013년 454개소, 2014년 517개소로 늘어난 벌크로리 LPG판매사업자는 2015년에는 605개소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국의 LPG판매사업자 수가 매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는데 비해 벌크로리 LPG판매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인력과 제반비용 부문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공급처로부터 LPG용기 판매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LPG를 받아 훨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가 상호 지분참여 또는 공동투자 등으로 얽히고 설켜 업종 간 구분 또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어찌 보면 LPG유통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유통구조 개선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오래 전 LPG유통구조 개선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한 배송센터의 개념이 사실상 충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가 모두 참여하는 운영체라는 점에서 지분참여 또는 공동투자를 통해 대규모로 운영되는 벌크판매사업과 유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그 당시의 배송센터 설립은 정부가 앞장서고 사업자가 뒤따른데 반해 최근의 충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의 공동운영은 사업자 스스로 이뤄나가고 있다는 큰 차이를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통구조 개선은 정부가 이끌어가기 보다 사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체적으로 모색하고, 정부는 이를 뒤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벌크판매사업자의 급증에 대해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같은 LPG판매사업자 간 형평성이 어긋나면서 갈등구조가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기존에 충전소, 판매소, 소비자를 거치던 3단계 LPG용기 거래방식이 벌크판매사업자와 소비자를 잇는 2단계로 바뀌면서 LPG용기 공급방식의 판매사업자는 직접적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한 단체에 속해있으면서도 다른 성격의 공급방식으로 인해 회의에서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빚어지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LPG소형저장탱크 시장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벌크판매시장의 안정화도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구역제한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특성 상 다른 지역의 벌크판매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공급가격과 무상지원 등을 내세우는 영업행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물 밑에서 벌어지는 LPG업계 내부에서의 주도권 다툼도 또 하나의 이슈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LPG배관망 시장을 놓고 LPG업계 내부에서 합종연횡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단위·군단위 LPG배관망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시킨 재단법인 형태의 한국LPG배관망사업단에 지역주민의 에너지복지 확대 차원에서 자체 예산으로 마을단위 배관망사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가 늘어나자 LPG판매사업자단체인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가 분과위원회인 벌크위원회를 주축으로 사업에 나섰다. 여기에 민간자본인 한국씨티에너지와 일부 소형벌크판매사업자가 손을 잡고 새로운 단체인 한국LPG진흥협회를 발족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뜩이나 LPG용기 판매사업자와 벌크판매사업자의 이해가 엇갈려 혼란스러운 마당에 유사한 성격의 사업자단체인 한국LPG진흥협회가 새로 설립될 경우 판매사업자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사업자 간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소형저장탱크 보급과 LPG배관망사업 확대로 충전업과 판매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LPG유통시장이 뒤흔들리며 재편될지 주목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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