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생산량 2004년 대비 1.57배 증가
대경고신인터내셔날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이투뉴스] 얼핏보면 석탄이다. 하지만 발열량은 저열량탄의 갑절수준인 kg당 8000~8800kcal. 연소 시 화염이나 발열량도 벙커C유에 뒤처지지 않는다. 가격도 저렴하다. 같은 양의 스팀(증기)을 생산할 때 소요되는 연료비를 따져보면 벙커C유나 최근 발전연료로 사용이 늘고 있는 우드팰릿, 팜열매 껍질(PKS) 등의 절반 이하다.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저렴한 가격과 높은 원가절감 효과로 산업단지 열병합이나 스팀·발전사 사이에서 ‘숨겨진 고체 연료’로 통하는 석유코크스(이하 '페트로코크스' Petroleum Cokes) 이야기다.

페트로코크스는 비(非)고도화 특정 정유공정에서 생산되는 일종의 석유 부산물이다. 중질유(重質油) 열분해 공정에서 상압·가압 중유를 490℃ 고온으로 열 분해해 LPG나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을 빼낸 뒤 마지막에 남는 고체연료다. 정제 공정의 최종 부산물이라 종종 폐기물로 오해 받지만, 엄연히 에너지 관련법에 등록된 30여종의 연료 중 하나다. 분류와 용도는 황함량에 따라 나뉜다. 고유황(5%이상)은 발전소나 CFB보일러 연료로, 중유황(2~5%이하)은 알루미늄 제련이나 탄소전극용으로, 저유황(2%이하)은 철강제련용 흑연전극이나 유리 용해로 연료 등으로 각각 사용된다.

대경고신인터내셔날(대표 김갑득)은 페트로코크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 관련 설비 EPC(설계․조달․시공)부터 금융조달, 에너지절약컨설팅까지 일관 제공하는 연료 솔루션 기업이다. 중국 최초의 유전 채굴 지역이자 최대 육상유전 매장지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대경시(大慶市) 고신특구에 본사를 둔 대경고신그룹의 한국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대경고신은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의 전신 대경페트로케미칼주식회사로 태동해 현재는 시노펙 협력사로서 시노펙 및 해외 합작투자사 출하 페트로코크스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 전 세계 석유코크스 생산량은 1억5100만톤으로 2004년 9600만톤 대비 1.57배 증가했고, 글로벌 상위 3대 생산국은 미국, 중국, 남미 순이다. 글로벌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수요가 지속 증가했고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석유소비(정유량 증가)와 부산물 생산량이 증가한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대경고신인터내셔날이 최근 5년간 120만톤 안팎을 공급했다. 설립 첫해 5만톤으로 출발해 지난해 40만톤까지 물량을 키웠고, 올해 예상 공급량은 50만톤에 이른다. 현재 국내 페트로코크스 시장규모는 유통량 기준 약 100만~150만톤(1000억~1500억원)이며, 대경고신의 점유율은 약 60%로 업계 1위다.

대경고신인터내셔날의 이같은 선전은 가격경쟁력과 안정적 공급선 확보, 여기에 전용설비 투자부터 최종에너지 판매까지 일관 컨설팅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배경이 됐다. 특히 고객의 연소설비 설계·시공부터 여기에 필요한 자금조달, 상업운전 이후 생산된 전력이나 스팀 등의 상품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 수요가 한정된 국내시장서 꾸준히 외연을 늘려갔다. 단순하게 연료를 공급하는 무역업에 머물지 않고 고객의 상품가치를 높여주는 종합에너지 컨설팅을 제공한 것이 시장 선점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이태전 군산 ○○공장은 대경고신인터내셔날의 컨설팅을 받아 벙커C유 연소설비를 페트로코크스 설비로 대체, 에너지공급비용을 기존 대비 30% 절감했다. 이후 적자에 허덕이던 공장은 흑자로 돌아섰다. 현재 연료원별 단가 기준 LNG나 벙커C유, 석탄 등을 페트로코크스로 대체할 경우 가능한 원가절감률은 20~40% 내외다. 이밖에도 페트로코코스는 석탄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에쉬(Ash. 재) 발생량, 고체 탄소(Fixed Carbon)에 의한 설비 마모 최소화와 우수한 연료 흐름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이 연료는 연소가 까다롭고 석유부산물이다보니 환경규제 준수를 위해 별도 탈황설비를 갖춰야 한다. 또 고체연료 사용을 금지한 환경규제에 따라 서울시와 6대 광역시, 경기도내 13개 시(市)에서는 적정 환경설비를 갖춘 뒤 지자체장으로부터 별도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에 대해 김갑득 대경고신인터내셔날 대표는 현행 환경규제를 연료규제보다 배출농도나 총량규제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해야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과 에너지안보 제고, 유관 환경산업 발전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 대표는 지난해 미세먼지 논란 때 수립된 석탄화력 폐지계획을 거론하면서 “자원빈국이 일단 쓰기 편하고 관리가 수월한 연료만 사용하면 에너지가격 급등 시 경제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저급연료일수록 오염부하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걸 저감할 수 있는 환경설비 기술도 개발해야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하고 관련 산업의 국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논리와 산업부의 논리, 기획재정부의 경제논리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은 과도하게 한쪽으로 쏠려 있다. 특히 연료규제는 환경당국의 행정편의적 규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한전 전력연구원이 착수한 페트로코크스 석탄 혼소 연소기술 연구개발은 발전연료 다변화와 효율 제고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고무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10월말 전력연구원은 2019년까지 페트로코크스 최적 혼소비율과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제거 및 자원화 기술, 혼소회를 청정 석탄회로 처리하는 생산공정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발전연료로서의 페트로코크스 활용은 1995년 중국이 가장 먼저 시작했고, 일본도 2006년 미쓰비시중공업이 처음 상용설비를 가동했다. 미국의 경우도 발전연료로 혼소한 역사가 길다.

김갑득 대경고신인터내셔날 대표는 “코크스는 결코 획일화 된 연료가 아니다. 원산지나 정유사별로 성상이 다르고 바나듐 함량도 차이가 있으며, 혼소율이 높을수록 연소율이 떨어져 정밀한 최적화가 필요하다”면서 “순수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오랜 현장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계와 적극 소통해 기초부터 연구가 충실하게 수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자원 가격이 낮아진 이때가 다양한 대체연료 활용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IMF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다양한 에너지 수급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인터뷰] 김갑득 대경고신인터내셔날 대표
"엔지니어링 기술과 융합 고부가 에너지 공급할 터"

“朝夕變異(조석변이)”. 서울 강서구 대경고신인터내셔날 본사에 내걸린 사훈(社訓)이다. ‘아침저녁으로 달라지자는 뜻인가’ 유추했더니 김갑득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인품이 훌륭해 식객(하인)을 2000여명이나 거느린 제나라 한 재상이 황제의 미움을 사 실정(失政)하자 그 많던 하인들이 감사인사 한마디 없이 그를 떠났다. 이를 두고 남은 하인중 하나가 그들을 나무라며 “얼마나 억울하십니까?”라고 묻자 재상은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이치가 사람의 맘이다. 사람도 귀하고 좋으면 곁에 있고, 천해지면 떠나는 게 본연의 마음이다. 누구를 탓할 것이 없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가 고객에게 가치 있고 필요하다면 항상 고객이 우리 주위에 머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거래처의 변심을 탓하지 말고 고객에게 항상 귀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정한 사훈”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자타공인 에너지효율 전문가다. 공조냉동기계기술사를 비롯해 가스기사, 에너지진단사(열), 건축설비기사, 에너지관리기사, 공조냉동기계기사 등 8개 자격을 보유했다. 중소기업기술개발사업평가위원, 산업기술혁신평가가위원, 에너지기술평가위원, 에너지진단전문위원 등으로 국책 R&D사업을 자문해왔다. 

냉동공조기기업 연구원으로 출발해 도시가스사 신에너지사업팀장, 바이오열병합기업 임원 등을 거쳐 2015년초 대경고신인터내셔날 대표로 부임했고, 2년만에 매출과 사업외연을 크게 키웠다. 김 대표는 “페트로코크스 공급사업은 신뢰가 중요하다. 가격이 급변 시 계약을 취소하거나 잠적하는 영세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대경고신의 경우 중간 에이전트 개입없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직공급해 고객신뢰와 충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시장은 발전연료, 제련제강, 양회·시멘트 분야 가릴 것 없이 수요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김 대표는 단순무역에 머물지 않고 엔지니어링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값싼 연료로 고객에 스팀과 전기 등 고부가가치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으로 회사를 거듭나게 하는 것이 경영포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코크스의 다양한 활용성을 연구해 에너지다변화 정책에 기여하고 페트로-IGCC(석탄가스화) 등 온실가스 감축연구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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