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개발행위허가 지침...신재생보급 걸림돌 작용
공정·지속가능한 이익분배와 주민의견 담는 행정절차
사업자·지역주민 일관된 기준정립 요구 '한 목소리'

▲ 발전시설 허가기준별 지자체 동향1(2016년 11월 21일 기준)
▲ 발전시설 허가기준별 지자체 동향2(2016년 11월 21일 기준)

[이투뉴스] 고창군에서 태양광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A사는 전라북도를 상대로 지난 연말 발전사업 허가불허처분 관련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고창군 고전리 99만㎡ 폐염전 부지에 국내 최대규모 58MW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부지임차 등 제반사항 준비를 끝내고, 2015년 10월 전북도에서 인허가문제가 없다는 답변까지 받는 등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당시 허가에 필수인 한전의 ‘전력선 이용을 위한 계통영향 검토의견서’까지 제출했고, 보완요청에 따라 전력선 이용을 승인하는 내용의 ‘조건부가능’ 공문도 마련했다. 

하지만 인허가에 문제가 없다던 전북도가 ‘민원발생’을 이유로 서류접수를 거부하고, 수차례 최종허가를 미루다 올해 2월 갑자기 사업 불허를 A사에 통보했다. 사업능력과 한전의 의견만 평가하는 발전사업 허가단계에서 뜬금없이 불안정한 외부여건 및 발전소 적기준공 심사기준 미달을 이유로 불허를 결정한 것.

또 전북도가 인허가를 미루는 사이 부지가 있는 고창군에서 관련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관련 지침을 기다려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A사는 전북도를 상대로 불허 처분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 기각됐다. 현재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고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태양광 발전사업과 관련해 사업자와 지자체 간 시비가 이제 법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이처럼 고창군과 같이 관련 개발행위허가 지침을 강화한 지자체는 현재 30곳을 웃돈다.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 간 신재생에너지 분야 정책의 엇갈림이 지속되면서, 애꿎은 사업자만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와 보조금 지원제도를 통해 사업을 장려하나, 지자체에서 실제 사업자체가 불가능한 지침을 만드는 등 상반된 태도로 부지임대와 행정절차를 밟느라 비용과 시간을 들인 사업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 제외한 일부 지자체 관련 지침 강화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서는 발전사업허가 및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중 개발행위허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행위 허가사항에 대해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자연경관 훼손을 방지하고 체계적인 개발행위 유도를 위해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훈령·예규 등 지침을 설정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신재생 발전사업 관련 개발행위허가 지침을 마련한 곳은 모두 35곳이다. 강원(홍천군)을 비롯해 ▶충북(영동군·제천시·보은군·진천군·음성군·단양군·괴산군·옥천군) ▶충남(논산시·당진시·부여군·예산군·서천군·청양군) ▶전북(고창군·순창군·익산시) ▶전남(고흥군·담양군·무안군·신안군·영광군·완도군·함평군·해남군·화순군·장성군·진도군·여수시) ▶경남(고성군) ▶경북(청도군·의성군·울진군·봉화군) 등 서울·경기를 제외한 각 도마다 일부 지자체가 관련 지침을 보유했다.

또 태양광뿐 아니라 풍력까지 지침 대상에 포함시킨 지역은 강원 홍천군,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전북 고창군과 순창군, 전남 고흥군, 담양군, 영광군, 완도군, 함평군, 해남군, 화순군, 장성군, 진도군, 경북 청도군과 의성군, 봉화군 등 모두 17곳. 

주요 발전설비 허가기준을 살펴보면 ▶도로에서 일정거리 내 (발전소) 입지불가 ▶주거 밀집지역 및 자연취락지구에서 일정거리 내 입지불가 ▶ 우량농지·집단화된 농지에 입지불가 ▶관광지나 공공부지, 자연보호구역(자연문화유산) 등에 입지불가라고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허가기준 중 사업자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지침은 도로에서 일정거리 안에 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다는 항목이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도로 주변을 활용치 못하고 이격거리를 둘 경우 사실상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할 만한 부지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자체마다 도로에서 이격하는 거리도 각각 다르다. 평균적으로는 도로에서 100~300m 내로 발전소를 세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 홍천군, 충북 제천시, 전북 고창군, 전남 담양군·완도군·함평군·화순군·장성군, 경북 청도군·의성군·봉화군 등 11곳은 도로에서 500m안에 발전소를 세울 수 없도록 했다. 또 전남 무안군·신안군, 경북 울진군 등 3곳은 이격거리를 1000m 초과로 규정했다. 충북 옥천군도 별도로 풍력만 1000m안에 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도록 했다.

주거밀집지역이나 자연취락지구에서도 평균적으로 100~200m 일정거리 이내에는 설치할 수 없도록 돼있다. 강원 홍천군, 충북 영동군, 보은군, 괴산군과 충남 예산군, 청양군, 전북 순창군, 전남 담양군, 무안군, 신안군, 영광군, 완도군, 화순군, 장성군, 진도군, 경북 청도군, 울진군 등 17곳은 500m이상으로 규정했다.

드물게 태양광을 제외하고 풍력발전에만 별도 지침을 가진 곳도 있다. 전남 여수시는 마을이나 학교, 가축사육시설에서 500m 이내 풍력발전기를 세우려면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 1500m이내에 설치할 경우 지역민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풍력발전기 간 이격거리도 1500m이상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도로뿐 아니라 주민밀집지역이나 자연취락, 농지 등을 대상으로 설정된 이격거리까지 모두 적용할 경우,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 노지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자체 반대, 뿌리는 낮은 주민수용성
지자체가 신재생 발전사업 관련 개발행위허가 지침을 개정하는 까닭은 지역주민들의 수용성과 관계가 깊다는 게 정부·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역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기관·단체장의 경우 주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 정책이나 제도를 달리 추진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 발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경북 강원도 정선군, 경북 영양군, 경주시, 영천시 등에서 육상풍력을 진행하기 위해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했다가 주민 반대로 보류됐다. 

서남해 해상풍력도 최근 고창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충남 문산면 은곡리나 경남 함양군에서는 지역주민들이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각 지역기관에서 진행한 바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서 2015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지역수준의 반대를 유발하는 요인은 환경, 님비(NIMBY), 기회주의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환경으로 인한 반대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지역 환경과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님비현상은 주위 환경에 대한 보전이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 개발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려는 욕구 등 개인적인 유형도 포함한다.

이런 경우 환경 등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이 동기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재생 발전사업 프로젝트가 지역관광을 위협하고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며, 경관을 훼손하는 등 전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회주의 측면에서는 해당 발전사업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편익이나 개발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와 행위가 포함된다. 다만 이런 경우 주민들이 해당 발전사업 추진이 무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본지가 관련 취재를 했을 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경제 부양을 위해 수많은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해 허가를 내주었지만 일시적인 건설경기·고용효과만 있을 뿐 장기간 유지·보수인력을 채용하는 등 기대했던 지속적인 경제유발효과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반면 주민반대는 늘고 있어 행정적으로 큰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된 2012년부터 지난해 8월말까지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누적치로 1만8503개소, 비태양광 발전소는 255개소였다. 이렇게 많은 발전소가 대다수 지방에 설치됐지만 정작 기여하는 바는 적었다는 의미다.

이렇게 주민들의 반대로 지역에서 재생에너지사업 추진이 난관을 겪자 정부에서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보급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방안을 발표했다. 

지역주민이 주주형태로 참여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상향 조정, 전력판매 우대, 신재생에너지 융자 우선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농촌 태양광활성화를 위해 지역농협이 조합구성과 시공업체 선정 등을 지원, 한국에너지공단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전반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농민에게 추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 경우 농민 10인이 1MW 태양광사업을 조합을 통해 공동 추진할 경우 1인당 월 80만원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1인당 투자비 1억6000만원 중 90%까지 저리로 융자가 가능토록 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 중 ‘도로나 주거지 일정거리 이내 태양광 불허’에 대해 35건 중 7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국가주도 에너지정책...소통이 없다
주민참여를 골자로 했으나 이러한 금전적 혜택만으로 전체적인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15년 강원논총이 게재한 과거 홍천소수력발전소 건설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룬 ‘국가에너지정책 갈등의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정책의 실패에 대해 세 가지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우선 ▶경제발전을 최우선시 하는 국가정책시스템으로 추진됐고 ▶국가에너지정책에 국가 편익과 주민피해가 상충하면서 주민갈등이 발생하며 ▶지역주민에 의해 결정된 반대추진위원회의 활동으로 갈등관계가 진행됐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상호보완적 관계이나 상하 수직적 위계관계이기도 한 만큼 수평·협력적 관계로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와 한국거버넌스학회, 녹색당 자료에 따르면 농촌지역 주민들이 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보다 정책수용성이 낮고, 구체적인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기업의 이윤극대화와 이윤독점에 대한 반발도 크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지지나 찬성이 많을지 몰라도, 지역에서는 민주주의 결핍이나 조건부지지, 개인적 이해관계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재생에너지 설치나 운영과정에서 주민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사업자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느낌을 받거나 충분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반대가 발생한다. 

단순히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까닭이 님비나 금전적 보상만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녹색에너지전력연구소 보고서에서는 주민 신뢰 확보를 위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절차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소통 측면에서도 주민설명회나 사업설명회 참여 안내 기간을 급박하게 설정하거나 반대 주민들을 아예 설명회에 입장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 주민들이 사업자나 인허가 당국과 의사소통에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한 이익분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국감에서 최연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위원도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과 관련한 행정절차 어디에도 주민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은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현재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을 위해서는 전기사업법과 환경영향평가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전사업허가 ▶환경영향평가 ▶개발행위허가 ▶전기설비공사계획인가 및 신고 ▶발전설비 시공 ▶사용 전 검사 ▶사업개시 신고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외에도 사업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도 지자체별로 제각기 다른 개발행위허가 지침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어떤 지자체는 환경차이에 큰 영향이 없는 주거지역과 이격거리마저 제각각 규정하고 있고, 다른 지자체에서는 아예 해당 규정이 없어 약 3만3057㎡(1만평)지역에 있는 소나무를 베어버려 주민들이 지하수 부족과 산사태 우려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설명.

최 위원은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설비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민불편과 우려를 가중시키지 않으려면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일관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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