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순환유동층(CFBC) 발전소 건설·운영
발전단지 구성 및 설비 조합도 최초기록 행진

[이투뉴스] 전 세계 어떤 발전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가며 서울 여의도 면적 부지를 닦았고, 그 위에 지금까지 아무도 건설·운영해 본 적 없는 1000MW급 세계 최대 초임계 순환유동층(CFCB) 발전소 2기를 지었다. 발전소 가동에 필수적인 용수는 바닷물을 걸러 쓰고, 연소된 석탄회(Ash)는 전량 자원으로 재활용한다. 굴뚝(연돌) 2개 사이에 주제어실과 전망대를 둔 것도 처음이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에서 최근 1호기(1000MW) 상업운전을 시작한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이야기다. 열악한 현장여건과 기술적 어려움을 딛고 올해 6월 종합준공(1,2호기 2000MW) 예정인 이 발전소의 지난 6년 도전기와 향후 과제를 엿봤다.

삼척그린파워는 2008년 12월 확정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설비다. 이듬해 8월 남부발전 이사회가 건설기본계획을 확정했고, 같은해 9월 한국전력기술에 종합설계기술용역을 발주했다. 2011년 방파제 등을 구축하는 대비공사에 들어가 이듬해 6월 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공사계획 인가를 받아 본공사를 시작했다. 강원권 수도권의 안정적 전력공급, 그리고 고열량 유연탄 가격 상승에 대응한 저열량탄 연소 친환경발전소 건설이 목표였다. 환경부하가 적은 순환유동층(CFBC) 발전설비로 다가올 에너지·환경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포석이었다. CFBC 보일러는 kg당 열량이 5000~6000kcal인 고열량탄 대비 20~30% 저렴한 4000kal 안팎의 저열량탄 연소가 가능하고, 보일러 특성상 별도 탈황·탈질이 불필요하다. 다른 발전사가 저열량탄 혼소(혼합연소)와 전통 유연탄 석탄화력 증설에 열을 올릴 때 남부발전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제3의 길’을 선택했다.

고열량탄 수급난 대비 대용량 CFBC 선택
여의도 전체 면적에 육박…부지 40% 간척

하지만 여건은 부지 공사부터 녹록치 않았다. 우선 삼척그린파워는 동해안와 산악지역이란 악조건을 극복해야 했다. 서해안 평지에 건설된 기존 석탄화력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최대 4기(1~4호기 4000MW) 건설을 염두에 두고 부지 정지에 나서 100m 남짓한 산을 깎고 이 흙으로 해안을 메웠다. 전체 부지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60만㎡(약 78만6000평), 이중 해안매립으로 새로 확보한 땅이 약 40%(100만㎡)다. 더러 동해의 거센 파도와 태풍이 공들여 간척지를 집어삼켰지만, 25톤 트럭 약 170만대 분량의 흙을 쏟아부으며 매일 수m씩 바다로 전진하는 발전사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이 과정에 남부발전은 토공공사 최소화를 위해 ‘발전소 부지=평지’라는 통념을 허물었다. 육지서 바다로 나아갈수록 고도가 3단계로 낮아지는 계단식 부지를 조성해 토목공사비 1000억원을 아꼈다. 그런 뒤 해수면을 기준으로 10m 높이에 터빈과 보일러 건물을, 해발 40m 높이에 환경설비인 전기집진기(EP)를, 그 다음 70m 지점에 중앙제어실을 포함한 행정동과 연돌을 각각 세웠다. 발전단지 우측(육상기준) 옥내저탄장의 고도는 해발 30m, 연돌 전망대의 높이는 각각 지상기준 85m, 해수면 기준 155m이다. 삼척그린파워가 완공돼 일반에 공개되면 동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강원권 최고(最高) 랜드마크가 삼척의 한 호젓한 면(面) 단위 마을에 새로 들어선다. 1,2호기를 포함한 전체 발전소 공사비는 3조8298억원으로 역대 석탄화력 중 최대다.

발전소 부지 해발 10m, 40m, 70m로 계단화
연돌 전망대 높이 155m, 동해권 새 일출명소

2012년 6월 본격적인 구조물 공사가 시작되자 대비공사 업체 외에 내로라하는 국내 건설사와 해외 주기기 및 보조기기 공급사가 각 현장에 동시 투입됐다. 13개 주계약사와 최대 130개 하도급사가 동원한 인력은 하루 평균 2000여명, 최대 3500명에 달했다. 대우건설을 비롯해 GS건설, 포스코건설, 금호산업,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대림종합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등과 수많은 협력사 인력이 광활한 현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워낙 메머드급 공사였던 터라 사건·사고도 드물게 발생했다. 대기업 협력사로 참여한 하도급사 노조 파업으로 2013년부터 세 차례나 공사가 전면 중단돼 공기가 반년 가량 늦춰졌고, 화재, 추락사고 등으로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발전소 건설·운영에 필요한 수자원을 조달도 난제중 하나였다. 당장 콘크리트 타설에 다량의 용수가 필요했지만 이 지역은 광역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공사들은 현장 인근에 별도 지하수 관정을 뚫어 아쉬운 대로 용수를 해결해야 했고, 시운전이나 수압시험, 증기세정 등 주요공정 때마다 수량 확보에 애를 태웠다. 애초 이 발전소는 이런 여건을 고려해 무취수(無取水)-무방류(無放流) 개념으로 설계됐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주는 해수담수화 설비로 하루 2400여톤의 순수(純水. 터빈 내부 등에 공급되는 고순도 물)를 조달하고, 각 공정에서 배출된 폐수는 방류하지 않고 정화해 전량 재활용하고 있다. 발전기 냉각용 복수는 해수면 -15m에서 취수한다. 발전용수를 담수설비로 조달하는 석탄화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석탄화력과 달리 회처리장이 없는 것도 삼척그린파워만의 특징이다. 연소된 후 배출되는 석탄회를 레미콘 혼화재나 세골재, 시멘트 원료 등으로 전량 재사용한다. 500MW급 보일러 1기가 사용하는 유연탄은 시간당 약 250톤으로, 올해 2호기(1000MW)가 준공 시 하루 소비량은 2만여톤(500MW×4기)에 육박할 전망이다. 1,2호기 옥내저탄장은 약 한 달 소비량인 60만톤의 유연탄을 저장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삼척그린파워는 연돌 하부에 폐열회수장치를 설치해 연소가스내 잠열로 행정동 냉·난방을 해결하고 해수순환 배수로에 해양소수력을 설치하는 등 그린파워(Green Power)란 이름에 걸맞은 친환경 설비를 갖췄다.

발전용수 해수담수화로 조달 '순수도 재활용'
설비 조기 안정화·불시 고장 최소화가 관건 

종합준공을 앞둔 삼척그린파워로 발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세계 최대 용량인 500MW급 포스트휠러 CFBC 관류형 초임계압 보일러 2기를 주기기로 채택했고, 그것도 보일러 2기가 1000MW급 터빈 1기를 돌리는 ‘2 in 1 듀얼(Dual)' 조합을 택해서다. 보일러 내부에 투입된 연료를 유동화해 순환시키며 연소하는 CFBC 보일러는 저온 완전연소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출력조절과 설비 안정화가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시종 일정한 화력을 유지하거나 불을 꺼뜨리지 않고 화력을 조절하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삼척그린파워에 설치된 CFBC 보일러는 기당 크기가 2만364㎥, 총중량이 1755톤에 달하는 초대형 설비다. 보일러 2기중 1기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2기가 제각각 서로 다른 출력을 내면 즉각 밸브 등의 부속설비가 개입해 균형을 잡아줘야 하고, 이 작업이 지연되면 불시정지(Trip) 확률도 상승한다. 또 기존 CFBC 발전소에서 연소 불균일로 특정부위가 과열돼 배관류가 손상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고장정지 시 일반 보일러 대비 정비와 복구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향후 과제다. 단 도시바가 납품한 1000MW 터빈은 국내 유일 48인치 라스트 블레이드(회전날개)를 탑재 설비임에도 당진·보령 석탄화력에서 문제가 되었던 블레이드 결손사고 우려가 없고 비교적 효율이 우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CFBC 보일러 분야 권위자인 존강 미국 플로리다주 JEA 발전소장은 "전 세계가 한국 삼척그린파워 성공운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성능개선과 운영 최적화로 대용량 CFBC 건설·운영 분야에서 우수한 선례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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