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금’ 석유, 수송연료 비중 감소로 단순원료 전환
전기도 재생에너지로…배터리산업이 미래에너지 핵심

▲ 에너지원의 역할과 비중이 점차 크게 변하고 있다. 미래에는 무게 중심이 전기차와 배터리산업, 신재생에너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투뉴스] 자동차를 움직이는 수송연료에서부터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다양한 원료로 쓰이는 석유. 이를 비롯한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는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세계 움직임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화석연료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점점 고도화되는 문명의 발달로 에너지 정책의 미래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놓은 세계에너지전망은 2040년까지 에너지원 사이에서 벌어질 주도권 변화로 향후 에너지시장이 대규모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 석유, 미래에도 검은 황금? NO!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의 미래는 점차 어두워질 것이란 예측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에너지전망에 따르면, 석유 및 천연가스는 향후 수십년 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근간을 차지하면서도 급격한 저탄소 체제 전환으로 인해 비중은 점차 줄어줄게 된다. 지속적인 수요 증가 가운데 석유와 석탄의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천연가스의 수요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시스템의 탈탄소화를 위한 정책은 산유국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삼는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수송연료 등 에너지로서의 비중이 큰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전세계적 움직임으로 인해 점차 활용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파리협정의 기후변화 협약 등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현재 전세계적 분위기와도 일치하고 있다. 이 경우 석유는 에너지가 아닌 플라스틱, 식품에 들어가는 화학첨가제 등 석유화학의 원료로서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석유의 활용범위가 수송연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과 깊숙이 관련지은 점을 감안할 때 수요는 여전히 크지만, 용도는 제한되는 셈이다.

특히 2040년 이후에는 석유가 화물수송용 연료, 항공 연료, 석유화학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에만 집중될 것이란 예측이다. 전기자동차의 등장과 바이오연료의 대체로 주요 수송연료는 석유에서 전기나 배터리, 바이오연료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공급과잉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석유시장은 향후 신규 프로젝트의 감소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5년과 지난해 석유개발분야인 업스트림의 투자 감소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 기후변화 임계점 다다른 온실가스 
전세계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5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2.3ppm 늘어난 수치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농도 증가량인 2.1ppm보다 앞섰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958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400ppm대에 진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은 기후변화의 임계점으로 간주된다. 그 만큼 400ppm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마지막 한계점이 다가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기록한 것은 이같은 노력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100년에는 지구온도가 3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2016 배출량 간극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4~56기가t에 달할 것”이라며 “파리협정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협정이 지구 대기온도를 산업화 이전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인 만큼 이같은 전망은 온실가스 감축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과 교통 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증가량 추세는 감소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에너지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전기자동차, 수송수단 메인스트림
전력소비 증가 비중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점차 증가하면서 다양한 모델의 출시와 함께 기존 차량인 휘발유와 경유 차량과의 가격차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주요 수송연료였던 석유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전기가 대신할 것이란 예측이다. 단, 전기를 만드는 1차 에너지를 석탄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꿔야만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전기자동차 보급은 130만대에 육박했으며 이는 전년의 거의 두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기차 보급대수는 2025년 3000만대로 증가해 2040년에는 1억500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석유수요는 2040년 기준으로 약130만 배럴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보고서는 전력부문이 파리협정의 이행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분야인 만큼 2040년까지 신규 발전설비의 60%가 재생에너지 전원으로 구축되며, 2040년에는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별도 보조금 지원 없이도 타 전원대비 충분한 비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은 2040년까지 평균단가가 40~70%, 육상 풍력은 10~25%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발전량 중 60%가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되고, 재생에너지 공급 전력의 절반은 태양광과 풍력이 담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2040년까지 에너지수요 25~30% 증가
2040년까지 세계 에너지수요는 30%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에너지원별 희비교차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중 천연가스 수요는 이 기간 50%에 달하는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수요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배럴당 1억300만 배럴 수준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석탄은 환경 측면의 우려로 인해 성장세가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중남미, 중동 지역 등이 세계 에너지수요 증가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회사인 엑슨모빌(ExxonMobil) 또한 최근 2040년까지의 장기 에너지전망을 발표했다. 경제학자, 엔지니어, 과학자들이 100여개국, 15개 수요부문, 20개 에너지원에 대한 자료분석을 통해 향후 25년간 에너지 전망을 수립한 결과다.

엑슨모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세계 에너지 수요는 2014년 대비 25% 증가하게 된다. 특히 수요 증가의 55%는 발전부문에서 비롯되며 발전연료 중 석탄 비중은 40%에서 30%으로 감소하는 반면 천연가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증가한다. 또 OECD국가의 에너지수요는 2% 감소하지만 비OECD국가는 46%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인도는 2025년 경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조밀국에 등극하며 에너지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했다.

엑슨모빌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2040년 경에도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60%를 충당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한다고 전망했다. 석유의 경우 2040년 에너지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수송 및 석유화학부문의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천연가스는 전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의 40%를 차지하면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두 전망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석탄의 감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의 엇갈린 운명을 내다본다는 점에선 일치한다. 에너지시장에서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주도권 전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석유의 가채년수를 40~50년으로 전망하는 등 고갈을 예언하고 있지만, 반면 신기술의 발달이 가채년수를 연장시켜 주요 에너지원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 에너지시장의 패러다임은 환경문제와 에너지 안보·효율성 사이에서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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