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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위기의 주유소’ 탈출구 없나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438호] 2017년 01월 04일 (수) 08:00:42 김문식 e2news@e2news.com
   
▲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

정부의 가격인하 정책 후 주유소 감소·폐업 증가
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업계 보호 고려 절실 


[이투뉴스] 최근 주유소업계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주유소의 평균 영업이익율이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도소매업의 영업이익률 5.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 위기에 봉착한 주유소업계 
협회에서 전국 1318개 주유소의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이보다 더 낮은 1.02% 수준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1리터를 1500원에 팔면 15원이 남는다는 의미다. 주유소 1곳당 평균 매출액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으로 인해 타 업종보다 높은 약 38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평균 영업이익은 3800만원에 불과하다. 많은 주유소들이 가족들까지 동원해서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월평균 판매량이 전체 주유소의 평균 판매량(1000드럼)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유소는 2013년 기준 8002개로 전체 주유소의 63%에 달한다. 특히 월평균 판매량 500드럼 이하 영세한 주유소는 3764개로 전체 주유소의 30%가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주유소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전국 영업주유소수의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기준 영업주유소수는 1만2178개로 2010년 1만3004개 대비 826개 감소한 반면, 폐업 주유소는 127개에서 2배 이상 증가한 309개 업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자금난으로 구매자금이 없어서 휴업과 영업을 반복하는 주유소수도 약 1000여개로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연도별 휴·폐업 주유소 수(주유소협회 제공).

◆ 위기 상황 원인 '치열한 가격경쟁'
주유소업계가 위기상황에 직면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주유소간 치열한 가격경쟁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기름값 인하정책이 상당 부분 일조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1991년 주유소 거리제한 완화와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 완전 철폐 이후 주유소가 급증하면서 1991년 3382개소였던 주유소수는 2010년 12월 기준 1만3004개로 20년만에 9622개가 증가했다.

석유소비는 정체된 가운데 주유소수의 급증에 따라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6월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208.1㎘로 1992년 401.4㎘ 대비 48% 감소했다. 같은기간 유종별 월평균 판매량은 휘발유가 102.2㎘에서 73.6㎘로 28%, 경유는 227㎘에서 122.8㎘로 46% 감소했고, 등유는 72.2㎘에서 11.6㎘로 8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의 기름값 인하정책은 주유소업계의 경영난을 부채질했다. 2008년 고유가 시대 이후 정부의 정책은 주유소간 경쟁을 부추겨 기름값을 인하하는 정책으로 일관돼 왔다.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 대형마트 주유소, 농협주유소, 알뜰주유소 확대와 같은 정책으로 인해 주유소는 생존을 위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업주유소의 급격한 감소와 폐업 주유소의 증가현상이 발생한 시점은 정부의 주요 경쟁촉진 정책이 추진된 2008년 직후로, 정부 정책이 주유소업계 구조조정이 대두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기름값 인하 정책은 업계의 육성은 외면한 채 국민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유소간 가격경쟁만을 부추겨 국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인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사업자들은 “주유소사업자도 국민”이라고 반문하고 있다.

   
▲ 정부의 주유소 경쟁촉진 정책(주유소협회 제공).

◆ 알뜰주유소로 업계 부담 가중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한 알뜰주유소는 주유소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현안 문제라 할 수 있다. 2011년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정책이다.

알뜰주유소는 민간 주도가 아닌 한국석유공사를 통한 정부주도하에 추진되고 있으며, 알뜰주유소 전환시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 등 정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일반 주유소에게는 자기부담인 비용을 알뜰주유소에 국한해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일반주유소사업자와 알뜰주유소사업자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알뜰주유소는 도입 목적인 기름값 인하 효과는 없이 공정한 주유소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

최근 홍우형 한국조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전환사업자의 가격은 전환 이후(2011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에 리터당 약 15~17원 정도 영구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인근 경쟁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는 일시적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미 치열한 경쟁상황에 처해 있던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 도입 이후에도 가격 인하 여력이 없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알뜰주유소와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즉 정부 지원을 통해 일부 알뜰주유소 사업자에게만 특혜가 돌아간 것으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지 않는 일반 주유소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일반 주유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주유소 판매가격 부당개입 또한 주유소업계에 시급한 현안 문제가 되고 있다. 도로공사에서는 매년 운영 서비스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를 고속도로 주유소의 위탁운영 계약에 활용하고 있다. 평가항목에는 주유소 판매가격과 매입가격 인하 여부에 대한 평가 비중을 매우 높게 책정하고 있으며, 전체 9개 평가항목 중 2개 이들 항목이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도로공사가 주관하는 유류 공동구매 참여 시 가점을 부여함으로써 공동구매 참여를 강제하여 주유소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도로공사의 주유소 판매가격 부당개입은 고속도로 주유소 사업자들이 위탁운영계약 유지를 위해 상당부분 주유소 영업 수익을 포기하고 유가를 인하할 수 있는 반면, 고속도로 인근 영세 자영주유소의 경우 가격인하 여력이 없어서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으며,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협주유소의 불공정 경쟁행위도 중요한 현안 문제 중 하나다. 농협중앙회에서는 NH폴 주유소 확대를 위해 주유소를 신설하는 단위농협에 초기 투자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단위 농협주유소 신설시 농협중앙회로부터 무이자로 10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농협주유소는 농협중앙회의 자금지원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히 농업인에 대한 면세유 배정권한을 통해 일반주유소 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촌지역에서 농업인들의 석유제품 구매 편의를 위해 면세유 판매만을 위주로 영업해온 일반주유소의 경우 매출액이 30~50% 감소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경쟁력이 없어 도태된 이들 주유소의 상당수가 폐업자금이 없어서 가짜석유 업자들에게 임대전환하거나, 방치되어 석유 부정유통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문제도 주요 현안문제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카드로 구매할 경우 정부가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 등 세금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유소가 국가를 대신해 징세협력비용으로 가맹점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다.

예컨대 주유소가 5만원의 기름을 판매하면 3만원 이상은 세금인데, 주유소는 5만원 전체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유소업계가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로 부담한 금액은 2015년 약 3800억원으로, 주유소 1곳당 3170만원에 달하는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한 것이다.

◆ 정부, 석유유통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 연도별 업소당 월평균 판매량 추이(주유소협회 제공).

주유소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방안으로는 무엇보다 정부의 석유유통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현재 소비자 위주의 경쟁을 통한 기름값 인하 정책에서 업계 보호와 육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잡힌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의 수요 수준에서 안정적인 석유제품 공급이 가능하도록 적정 수준의 주유소 등 공급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주유소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주유소 폐업지원, 친환경에너지사업장 전환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공정한 주유소시장의 경쟁 환경 조성도 해결방안 중 하나다. 현재 주유소 시장은 가격경쟁을 통한 기름값 인하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해 불공정한 경쟁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형마트주유소, 농협주유소, 고속도로주유소 등의 경우 정유사 공급가격 이하로 판매를 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에 위치한 주유소들도 생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유사 공급가격 이하로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는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해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행위를 ‘부당염매’라 하여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지만, 국내 공정거래법은 불공정 경쟁이라 하더라도 공익을 이유로 용인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생계를 위해 가짜석유 판매나 면세유 부정유통 등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 사업자들도 있어 정상적인 유통경로로는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따라 주유소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시장참여는 지양하고, 시장의 감시자 및 조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름값에 대한 정부의 책임 분담도 요구된다.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이 유류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과거 고유가 시기부터 모든 책임을 업계에 전가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 석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주유소의 유통비용은 5~8%에 불과하고 카드수수료 및 운영비용 등을 제외하면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판매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비율은 3% 미만에 불과한 수준이다.

유류세는 정부가 탄력적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일정부분 정부가 책임을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주유소 업계의 부담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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