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협의에 수용성 뚝, 업종별 세부감축량은 부처에 떠넘겨
에너지신산업 감축까지 포함하면 에너지 감축량 1억톤 육박

[이투뉴스] “전환(발전)부문에서 가장 많은 6450만톤을 감축(감축률 19.4%)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신산업을 통한 감축분 2820만톤을 포함하면 9270만톤으로 거의 1억톤에 육박한다. 결국 에너지부문이 절반 가까이 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나오자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비판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밀실에서의 협의를 통해 뚝딱 내놓은 방안이라며, 이행가능성이나 수용성 모두 떨어진다고 낙제점을 줬다. 특히 새로운 방안이 전혀 없이 기존 나왔던 정책이나 목표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많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도해 산업계 등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오히려 감축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와 엇갈린다. 더불어 에너지수요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BAU 전망치를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배출권거래제에서도 기존 실적방식(GF)에서 벤치마크(BM)로의 전환을 통해 설비효율성 제고를 유도한다는 정부방침이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1차 계획기간에 발생한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다.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업종별 할당량을 넘겨 책임론에서 쏙 빠졌다. 집단에너지업계 등은 배출권 추가할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달라진 게 없는 정부 2030로드맵 주요 내용
기후변화 기본계획과 함께 확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37%(BAU대비)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이행방안을 담고 있다. 확정된 기본로드맵은 2030년까지 감축량 3억1500만톤 중 국내에서는 2억1900만톤(BAU 대비 25.7%)을 감축한다.

부문별로는 전환(발전)부문에서 가장 많은 6450만톤을 감축(감축률 19.4%)한다. 세부적으로 집단에너지 및 발전 2개 업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존 에너지원을 저탄소 전원믹스로 전환하고, 전력 수요관리 및 송배전 효율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틀만 정한 상태다. 후속으로 나온 대책 중 눈에 띠는 것은 노후 석탄화력을 폐지한다는 정책 정도다.

산업 부문은 두 번째로 많은 5640만톤(감축률 11.7%)을 감축한다. 온실가스 감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를 초과하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켰다. 구체적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22개 업종에서 에너지효율 개선, 친환경 공정가스 개발 및 냉매 대체, 혁신적 기술도입, 폐자원 활용 등을 추진한다.

건물 부문은 2030년 3580만톤을 감축(감축률 18.1%)한다. 이를 위해 제로에너지 빌딩 등 고효율 건축물 보급 확대, 노후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 건물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 보급 확대 등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에너지신산업 부문에서도 2030년까지 2820만톤을 감축한다. CO2 직접 포집·저장 및 자원화 기술(CCUS), 수소환원기술 개발·상용화, 친환경 新냉매 전환, 마이크로그리드 확산, 미활용열 활용, 친환경차 확산기반 조성, 고효율 스마트공장 보급 등을 추진한다.

이 외에도 차량 평균연비 기준강화와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수송부문은 2030년 2590만톤을 감축(감축률 24.6%)한다. 이어 공공/기타 부문은 360만톤(LED 조명 보급,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폐기물부문 360만톤(폐기물 감량화·재활용·에너지化), 농축산부문은 100만톤(농경지·축산 배출원 관리) 등을 감축한다.

국외에서는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국제시장 메커니즘(IMM)을 통해 9600만톤을 감축할 계획이다. 국외감축은 ▶감축관련 국제사회 합의 ▶글로벌 배출권 거래시장 확대 ▶재원조달 방안 마련 등 전제조건 충족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협상 상황 및 감축수단별 세부사업 발굴결과 등을 반영해 2020년까지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밀실협의로 로드맵 졸속 확정” 비판론 
정부는 2030 온실가스감축 로드맵과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연내 수립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공개적 논의 과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 등은 밀실협의를 통해 장기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졸속 확정한 대목은 파리협정 이행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대한 정부 인식 수준과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한다.

내용 측면에서도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책임과 역량에 비해 뒤떨어질 뿐 아니라 기존 목표를 대체하는 수준에 그치는 등 적잖게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계획이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지구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그다지 의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불명확한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에 근거한 감축목표 설정 방식부터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는 물론 많은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실제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저성장에 따른 경제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3년 대비 22%로 급증할 것으로 배출전망치를 설정한 뒤 이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 증설 계획과 소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도 여전하다. 정부가 ‘저탄소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지만,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목표를 달성해도 현재 2억5000만톤에서 2030년 2억6900만톤으로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의 대규모 증설도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해 53기에서 건설 중인 11기가 2017년까지 준공돼 64기로 늘게 되고, 2022년까지 추가로 9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노후 발전소 10기 폐지계획을 반영하더라도 석탄발전소 증설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52%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한 조정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전환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분야 눈치보면서 에너지에 과도한 책임
산업계에 가장 낮은 감축률을 보장해 준 특혜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전망의 57%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지만, 부문별 감축률은 12%로 농축산(4.8%) 부문 다음으로 가장 낮다. 이는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자 정부가 설득하는 과정에서 배려를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정책실패를 막기 위해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 주범인 산업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감축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1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 운영 결과

2030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국내 노력이 아니라 국외 감축에 과도한 비중을 뒀다는 대목도 큰 문제다. 37%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중 11.3%의 높은 감축 비중을 국제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국제협상에서 논의 중인 이 메커니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제쳐두더라도, 해외 배출권 확보를 위한 재정 부담과 국부 유출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책임을 개발도상국에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이 전력수요 감소 등으로 이미 실현된 에너지수요저감효과를 어느 부문에 귀속할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말썽거리다. 일단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이니 만큼 산업·건물부문에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이같은 문제는 결국 BAU를 기준으로 잡다보니 발생하는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립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감축 로드맵을 작성하는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로드맵은 사회적 지지와 수용성이 떨어져 정책 집행에도 힘이 빠질 수 있다”며 “내용측면에서도 산업부문을 빼놓고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전환 부문의 현재 배출량이 2억5000만톤인데 정부는 배출전망치를 부풀려 2030년 목표배출량을 2억6900만톤으로 설정했다”며 “석탄발전소 11기가 2017년까지 64기로 늘고, 2022년에는 추가로 9기가 더 증가하는데 전력수요는 정체되고 있다. 결국 가스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지 않아도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아이러니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