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연동성 완화, 시장 참여자 간 거래자유화 요구 증대
에너지원 간 공정한 경쟁환경 차원서 에너지세제 이슈화

[이투뉴스] 셰일혁명과 미국의 역할 변화, 저유가 기조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신기후체제로 에너지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셰일 붐으로 인한 화석에너지 시대의 연장과 기후변화로 인한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이 맞부딪힌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변수로 더해지면서 글로벌 저탄소경제의 도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변화에 따라 국내 천연가스 시장도 변화의 폭이 크다. 유가연동성 완화와 장기계약 비중 감소, 전통적 구매자와 판매자의 구분이 희석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LNG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발전용 중심의 직수입이 증가하고 시장 참여자 간 거래자유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등 다양성은 한층 확산될 전망이다. LNG도입물량의 국내외 판로가 다각화돼야 할 필요성 또한 커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가스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단계적 거래 자유화와 시장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에너지안보 측면의 수급 안정성 확보는 물론 사회적 후생 증가분 배분의 형평성과 에너지원 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차원에서 에너지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이런 국내외 추세와 시장전망, 정책적·산업적 대응책에 대해서는 정부와 연구기관, 학계 모두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일 신라호텔에서는 국내외 에너지산업 정책 및 최신 주요이슈를 논의하고 가스산업의 지속성장발전을 모색하는 한국가스연맹(회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조찬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이 초청돼 2017년 에너지정책 방향을 소개하고,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세계 에너지시장 여건 변화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박주헌 에경연 원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우리 산업의 중추역할을 하는 에너지 다소비업종을 저탄소·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 체질을 강화하고, 석유·가스부문은 저유가 기조 하에서 미국산 원유수입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로서는 미국산 원유가 중동원유와 비교할 때 도입 경제성이 낮고, LNG도 2025년경까지는 이미 물량이 확보돼 미국산 LNG의 추가도입 여력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은 원유수입 가능성이 낮지만 도입여건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세계 각 지역별 가스가격 추이

천연가스 시장의 경우 상대가격 변화의 요인을 짚었다. 국내 가스가격의 유가연동성 완화 경향으로 미국산 LNG 도입 및 현물구매 증가와 향후 유가 상승 및 LNG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유가가 꾸준히 오르면 시차 효과로 가스 상대가격은 하락하며,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의 가스 개발 및 생산규제 완화로 미국 내 가스가격의 안정세를 예상했다. 셰일가스 붐에 따른 미국산 LPG수출이 늘어날 경우 국제LPG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다.

글로벌 LNG시장은 구매자 시장의 도래를 예상했다. 수요 감소와 공급 증대로 LNG공급이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호주의 2015년 이후 신규 공급물량은 연간 1억2000만톤에 이르며, 중국의 수요 불확실성은 2020년대 중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의 LNG시장은 유동성 확대 기조가 이어져 미국 LNG수출과 포트폴리오 플레이어들의 활동이 늘어나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아시안 프리미엄은 대부분 소멸될 것으로 내다봤다.

▲ 국내 가스발전 용량 중 직수입 비중

국내 LNG시장은 수요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양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 4000만톤을 기록한 후 3300만톤 선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발전용 중심의 신규 LNG직수입자가 늘어나 국내 시장 참여자 간 거래자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잉여 물량 처리를 위한 트레이딩 부문 진출 모색 등 도입물량의 국내외 판로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시됐다.

▲ 연료별 환경 요인

이에 따라 가스산업이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의 비시장 편익을 고려해 세금 등 에너지 사용의 외부성이 반영된 정책이 수행돼야 하며, 내부적 측면에서는 가격 기능에 의한 효율적 수급조정이 가능한 시장과 도입·인프라 측면의 수급 안정성을 증진시키는 효율적·안정적 수급환경 조성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 연료별 세금

이와 함께 현재의 세금 제도는 환경비용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급전 순위에 환경적 관점을 반영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도 제시됐다.

가스산업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는 국내 가스 거래 활성화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잉여물량 발생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을 활용해 유리한 계약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효율적 시장 기능으로 신뢰도 높은 가격 신호를 파악해 국내 수급상황을 반영한 LNG도입 계약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가스 수요가 줄어들면 도입가격도 그에 맞게 하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스시장 경쟁요소 도입이 정책 쟁점

특히 단계적 거래 유화 및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자가소비용 취지 내에서 제한적 직수입자 간 거래 허용으로 잉여물량 국내 처리가 가능토록 하고, 신규 도매사업자 등장에 따른 도매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매사업 관련 진입규제 완화와 함께 도매 공급시설에 대한 비차별적 접속 보장 등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거래자유화 후속 조치로 소매시장을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대상으로 꼽혔다. 직수입자 간 거래허용이 도매시장 개방으로 이어지고, 도매시장 개방이 소매시장 개방으로 이어져 시장개방의 편익이 최종 소비자에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진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도 이런 의견에 견해를 같이 했다. 장 국장은 올해 에너지정책 방향과 관련해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등 바람직한 전력 믹스에 대한 다양한 요구, 수송용 등 에너지 상대가격의 적절성 여부, 일본의 4월 가스소매시장 전면자유화 등 전력·ᆞ가스시장의 경쟁요소 도입, 해외자원개발 경쟁력 등을 국내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전력부문의 경우 공급 안정, 온실가스 감축, 국민부담 최소화 등 균형을 고려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차세대 발전은 대형 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 주기기로 사용되는 250MW 규모의 고효율 가스터빈 개발 등 고효율·ᆞ친환경 발전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신규 석탄발전의 전력시장 진입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반면 친환경설비 투자를 확대해 2030년까지 노후석탄발전 10기를 폐지하는 등 친환경설비에 1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석유부문은 저유가 등 석유시장 변화와 전기차 보급확대 등을 감안해 제4차 석유비축계획을 조정하고, 해외자원개발 부문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전환 등 성과창출형의 자원개발 공기업 내실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가스 부문은 올해 하반기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에 따른 LNG도입선 다변화와 글로벌 환경변화를 감안한 제13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수출산업화에도 적극 나서 이란 테헤란 지역의 전력 AMI 600호와 가스 AMI 5000호 구축 등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처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전력·가스 스마트미터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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