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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vs 서부발전 '승강이'…전기委 재정으로 판가름
태안5호기 정지사고 9개월만에 책임주체 가려
전력업계 재정 자체에 의미 "시장서 분쟁 당연"
  [442호] 2017년 02월 06일 (월) 07:01:16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송변전 설비를 운영하는 한전과 발전회사인 서부발전이 예기치 않은 발전정지 사고로 발생한 손실비용 부담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전기위원회 재정(裁定)을 통해 책임소재와 비용부담 주체를 가리게 됐다.

한전과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이 접점을 찾지 못해 전기위 재정으로 시비를 다투는 것은 2014년 당진화력~북당진 345kV 송전선로 건설비용 부담 공방(동서발전-한전) 이후 3년만이며, 시운전 중 정지사고로 맞붙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서부발전은 작년 5월 13일 발생한 태안화력 5호기(500MW급 석탄화력) 정지사고와 관련해 수십억원 규모(추정)의 발전정지 손실액 부담주체를 가려달라는 재정신청을 전기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같은달 20일 열린 제199차 전기위 회의에서 이 사건을 본회의에 상정키로 하고, 조현욱 위원(법무법인 도움대표변호사)을 위원장으로 하는 산하 법률분쟁조정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재정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위원회가 당사자간 협의에 실패한 분쟁의 협의사항을 결정해 주는 것으로, 일단 위원회가 결정한 재정은 의결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60일 이내에 양쪽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효력이 확정된다.

이번 사건에서 상대당사자가 된 한전은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는 전기위원회 공문을 접수한 뒤 최근 법무실과 내부협의를 마쳤으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송전사업자 대(對) 발전사업자, 모기업 대 자회사의 이례적 분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의 발단은 9개월 전인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태안 5호기는 한달 반에 걸친 전면적인 계획예방정비(오바홀)를 끝내고 최종 시운전을 벌이며 막바지 준공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때 서부발전 측이 전력 개폐장치의 하나인 단로기(Disconnecting Switch) 이상을 의심해 한전 측에 점검을 의뢰했고, 현장에 관할 한전 대전충남본부 기술진 2명이 파견돼 점검을 벌였다.

사달은 여기서 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전 기술진의 설비 조작과정에서 돌연 단로기가 손상을 일으켰고, 그 여파로 시운전 중이던 발전기가 멈춰섰다. 서부발전은 한전이 점검을 의뢰한 단로기가 아닌 발전중인 5호기 연결 단로기를 잘못 개방해 불시 고장정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후다. 시운전 중 발전기가 정지하고 한전 소유 설비가 손상되면서 최소 보름 이상이 소요되는 법정검사를 다시 받는 상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태안 5호기는 계획예방정비기간을 연장한 끝에 애초 5월 13일 아닌 그달 30일에야 준공을 끝내고 전력생산을 재개했다.

정비기간이 예정보다 18일 늘어나면서 500MW규모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최소 수십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은 당연지사. 서부발전이 한전이 손실비용 일체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반면 한전 측은 자사 과실에 대해 일부 인정은 하지만 서부발전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부발전이 전력 판매손실과 전력시장 입찰 참여 시 지급되는 용량요금(CP)을 비롯해 제약비발전정산금(COFF) 등을 포함한 일체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데, 시운전 중이라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그런 비용까지 부담할 순 없고 추가 원인규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향후 재정에 끼칠 영향을 감안,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단 장기간 자체 협상 무산 배경을 방증하듯 여전히 양사간 간극은 크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한전과 원만하게 (합의하려) 하려 했으나 공식적인 오바홀(정비) 연장이니 손실액이 없다는 논리에 (재정신청이) 불가피했다. 시장에서 정산해 해결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저쪽에서 얘기하는 손실액을 과연 줘야 하는지, 얼마나 인정해야 하는지도 모호하고 근거도 없다. 제3기관에서 공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전기위원회는 한전이 자료를 제출하는 대로 전문위원회를 본격 운영하면서 필요한 경우 태안 현장에 대한 현장점검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빠르면 내달께 위원회 차원의 재정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재정신청이 들어온 만큼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이번 전기위원회 재정 심의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활성화 될수록 사업자간 분쟁이 잦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중요한 건 제도권 내에서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 자체라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도 "그동안은 시장이 활성화 되지 못해 재정신청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드물었다. 미비한 전력시장 운영규칙도 필요하다면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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