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 수완에너지 지분 70% 등 280억원에 인수 완료
악기시장 둔화 따라 에너지사업 진출…리파이낸싱도 나서

[이투뉴스] M&A 시장을 오랫동안 떠돌던 수완에너지를 결국 삼익악기가 품었다. 삼익악기는 경남기업이 보유하던 수완에너지 지분 70%에 대한 주식양수도계약을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피아노를 주력으로 하는 악기회사가 성격이 전혀 다른 집단에너지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광주광역시 수완지구에 지역냉난방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업체인 수완에너지는 지역난방업계에 오래된 골칫덩이였다. 2007년 국내 최대 구역전기사업자(CES)로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사업여건 변화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집단에너지 최강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사업에 참여(지분 29%)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이 와중에 최대주주인 경남기업(보유지분 70%)마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매각이 추진됐지만, 4차례나 무산되면서 M&A시장을 떠돌았다. 특히 영인기술-이투파트너스 컨소시엄과는 한난으로부터 우선매수권 미행사 통보까지 얻어내는 등 본계약 체결직전까지 갔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산돼 아쉬움이 컸다.

새주인을 찾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평가를 받던 수완에너지를 삼익악기가 인수한 것은 ‘번갯불에 콩 볶아먹기’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1월 13일 MOU를 체결한 후 실사를 거쳐 열흘만인 23일 본계약을 체결했고, 그 다음날 잔금납부를 완료하는 등 2월 1일 인수작업 완료를 선언(금융감독원 공시)했다.

인수금액은 양수대금 총액인 895억원보다 훨씬 못 미치는 28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기업이 보유한 수완에너지 주식(420만주, 액면가 5000원 기준 210억원)은 대폭 할인된 24억원으로 취득했고, 대출금채권(경남기업이 수완에너지로부터 못 받은 공사대금) 685억원의 경우 256억원으로 평가·취득했다.

초고속으로 인수작업을 마친 삼익악기는 수완에너지 채권단과 대출금 리파이낸싱에도 나섰다. 평균 7% 수준에 달하는 대출이자율을 끌어내리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사업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수완에너지는 2014년 43억원, 2015년 95억원 등 2년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막대한 금융비용으로 인해 각각 89억원, 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1958년 설립돼 ‘삼익피아노’로 유명한 국내 최대의 종합악기회사인 삼익악기는 수완에너지 인수 목적에 대해 신규사업 진출 및 사업다각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성장성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악기산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분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삼익악기는 현재 칠레 풍력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등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국내에서의 에너지사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기 및 열 부문 모두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매물이 넘쳐나는 집단에너지사업에 홀로 뛰어들었다는 점이 이채롭다.

업계는 수완에너지가 재무상황은 열악하지만, 구역전기에서 순수 집단에너지사업으로 전환한 이후 사업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삼익 측이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완이 ‘연료전지+CHP(열병합발전)+ESS(전력저장장치)’를 통해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독립형 분산전원 사업모델)에 적극 나서는 점도 적자사업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수완에너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융부문 리파이낸싱을 마치는 이달 중순 이후 대표이사 선임 등 삼익악기가 본격적인 경영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변에서 추진되는 총 40MW 규모의 연료전지사업이 완료되면 한 단계 더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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