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0W 형광등 2개로 24시간 이상 어둠의 공간을 밝힐 수 있다. 전자레인지로 20인분의 냉동식품을 데울 수 있고, 약 10리터의 찬물을 100℃로 끓이는 것도 가능하다. 잠시라도 손을 떠나면 불안한 스마트폰은 1년 남짓 충전할 수 있다. 동력으로서 가치도 적지 않다. 

성인 30명을 10명씩 엘리베이터에 태워 63빌딩 꼭대기층까지 이동시킬 수 있고, 사람의 노동력 15명분을 대신할 수도 있다. 전기차로는 대략 서울역에서 여의도까지 달릴 수 있다. 이밖에 인공호흡기 등 환자의 생명유지장치는 2시간 가량, 초당 수백만번씩 연산하는 CPU는 10개를 동시에 한 시간 동안 구동할 수 있다. 단 1kWh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우린 이 가치를 얼마의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을까. 지난해 상반기 각 발전사가 한전에 판매한 도매 전력가격은 kWh당 원자력 60원대, 석탄화력 70~80원대, LNG 100~110원대, 신재생 170원대다. 한전은 이를 평균 110원대에 판매했다. 전기 1kWh의 액면가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된 전력은 약 5092억kWh. 인구수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1만kWh를 소비한 셈이 된다. 물론 소비전력의 절반 이상은 가정용이 아닌 산업용(56%)이나 일반용으로 소비됐다. 문제는 전력생산 과정에 우리가 당장 지불하지 않는 숨은 비용이 적잖다는 것이다.

전기 1kWh를 생산하는 과정에 배출되는 온실가스(kg)는 석탄화력이 0.82로 가장 많다. 뒤이어 석유 0.70, LNG 0.36 순이며 신재생과 원자력은 편의상 ‘0’으로 간주한다.(7차 수급계획 기준) 국내 생산전력의 약 40%는 석탄이, 나머지 30% 이상은 원전이 공급한다. 이렇게만 보면 신재생과 동시에 원전을 늘려 기후협약에 대응하겠다는 기존 정부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석탄화력은 장기간 미세먼지와 SOx, NOx 등의 대기오염물질을, 원자력은 방사능 독성이 제거되는데 최소 수십만년이 걸린다는 사용후핵연료를 별도 배출한다. 최신 환경설비를 적용해 석탄의 환경부하를 낮출 수 있지만 투자비 대비 효과는 높지 않다. 원자력의 경우도 이미 원전 임시저장고에 40여만톤의 고준위폐기물이 포화상태로 쌓여있고 매년 700여톤이 추가 배출되고 있다. 어떤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가치있게 소비할 것인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할 때가 됐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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