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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종닭 지키기
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442호] 2017년 02월 06일 (월) 08:01:43 서정수 ecosuh@hanmail.net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지난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가 연례행사처럼 확산되고 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닭과 오리가 무려 3000만수 이상 도살 처분되는가 하면, 경기도 포천에서는 고양이가 AI에 감염 되는 등 국민적 건강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달걀 수급에 따른 서민 밥상의 불균형 문제도 연일 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관계 부처들은 연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 탓인지 확신도 안서고 믿음도 선 듯 가지 않으며 뚜렷한 대안도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AI 방제를 위해 쓰였던 소독제가 효력이 떨어지는 부적합소독제라는 어이없는 보도를 접하고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가 있음을 알 듯 하다.

서울대공원에 살고 있던 멸종위기종인 황새 2마리,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 원앙 101마리 전부도 AI에 감염되어 폐사되거나 안락사 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닭과 오리가 수 천만마리 도살되는 마당에 ‘그깟 멸종위기종 몇 십마리 처분이 대수냐’라고 항변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는 조류 1300여종 중 천연기념물 15종 195마리, 국제적 멸종위기종 48종 418마리가 살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식물원 등에는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종들을 보유하고 있는 동·식물원 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정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서식지외 보전기관이란, 서식지 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 동ㆍ식물을 서식지 외에서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할 수 있도록 보전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는 제도이다. 

야생 동ㆍ식물은 기본적으로 서식지(자생지)에서 보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만 서식지 파괴, 밀렵 등 야생 동ㆍ식물의 남획으로 우리 고유의 많은 생물이 서식지에서 멸종하였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결국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ㆍ식물의 보전ㆍ번식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자생지 복원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추진해 보전 가치가 높은 야생 동ㆍ식물 종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예방 체계로 도입됐으며 이미 30여개의 기관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 보전과 관련하여서는 가장 핵심적이고 고도의 증식 기술 등을 보유한 기관들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관도 AI 사태에 허술하게 무너졌다는 사실에 전 국민적 반응은 냉담하다.

매년 거의 정례적으로 발생되는 AI 방제에 무심 하였다면 그에 대한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황새의 폐사에 대해 어떤 전문가는 근친교배로 인한 취약성을 설명하고 있다. 애초에 예상된 취약성이 문제였다면 사전 대응 전략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지 궁색한 항변으로만 들린다.  

AI 사태가 마치 천재지변인양, 외쳐대는 당국의 태도는 더욱 당혹스럽다.

대책이 달걀과 산란용 닭 수입이라니….

옛말의 ‘돈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가 아니라 작금의 사태는 ‘돈도, 외양간도 다 잃어버린’ 사태로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언 듯 보기에는 ‘매년 일어나는 일이니 발생하면 그때 볼일이다’라는 식의 방관조 행정이 빚은 결과로만 보인다.

그러나 강원도 평창에 소재한 축산과학원에서는 우리 토종 닭 3800마리를 지키기 위해 2014년 이후 치밀한 격리대책 등을 세워 ‘토종닭 지키기’ 전쟁을 치르며 지금까지 보전하고 있어 반면교사로 삼을 귀한 사례로 꼽힌다.

비록 산란용 닭의 30%에 이르는 수를 잃었지만 행복용 동물복지 사육방식을 선택한 농가에서의 생존율을 감안하면 다시 한번 가금류 사육 방식의 전환도 새롭게 모색해볼 일이다. 

‘늦은 것이 빠른 것’이라는 말처럼 2017년 가을철부터는 AI가 예상되는 철새도래지와 인근 가금농가 등에는 발생 시기를 예상하고 사전 예방 메뉴얼을 가동 시켜 조직적인 모니터링과 사전 방제 체제를 가동하고, 서식지외 보전기관들은 더욱 철저한 매뉴얼에 입각한 방제 대책을 세운다면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제도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철새는 아무 곳이나 찾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년에 찾았던 곳을 찾게 마련이다. 다가올 겨울에는 사전에 이런 곳들을 충분히 살피고, 인근 양계 등 가금농가에는 사전 방제 매뉴얼을 가동시켜 성의 있게 관리한다면 AI로 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AI에 면역력을 지닌 종계(種鷄)의 개발도 기대해 본다. 평창 축산과학원의 연구원들처럼 책임감 있는 우수한 연구 인력 활용과 동물복지 사육방식 모색 등 정부의 진정성이 담긴 지속적인 관심은 한반도로부터 조류인플루엔자의 안전지대로 복귀하게 할 것이다. 멸종위기종의 세계적인 복원대국(復元大國)이고 대한민국의 토종 달걀 맛을 미국에 역 수출하는 날을 고대하면 오산일까….

덕분에 올 설 명절에는 미국산이나 호주산 달걀 맛도 보겠지만 개운치 않다. 

더하여 국제적 멸종위기종 폐사로 국제 사회의 망신살도 함께 감내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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