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최대 난제로 꼽히는 에너지 세제개편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한 에너지세제 개선방향’이라고 거창했지만, 내용은 지금까지 거론되던 내용의 반복이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축소 등 전원믹스 전환이 주로 논의돼 식상함이 더해졌다.

에너지문제가 거론되면 세제개편 역시 실과 바늘처럼 따라온다. 때로는 에너지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때론 문제의 원인으로 늘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세제개편. 비록 참신한 주제는 아니더라도 그만큼 중요하며, 동시에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비슷한 토론회마다 매번 참석자들이 붐빈다.

우리나라 에너지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누더기라는 단어가 가장 걸맞다는 평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도입목적을 달성하면 소멸돼야 하는 목적세지만, 부칙에 의해 매년 연명한다. 소멸되는 세금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거둘 것이 뻔하지만 형식과 절차는 그대로 두고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법발의가 쏟아지는 지역자원시설세는 아예 지자체들의 곳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거론됐지만 수송용 유류부문에 에너지세금이 집중된 것도 문제다. 담배처럼 원가보다 세금이 더 많이 붙은 몇 안되는 자원이기도 하다. 유류세는 그 수준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LPG 자동차의 판매량까지 좌우할 정도다. 발전용, 산업용, 가정용 에너지와 비교하면 징벌적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세제개편은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예외 없이 개선논의와 함께 수정이 가해졌다. 과거 경유차 허용여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큰 뼈대가 정해졌고, 이후 1∼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등의 과정에서도 개선주문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재 국책 연구기관 3곳이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누적된 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도 에너지 세제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10여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탄소세 도입논의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방향성에 대해서도 저탄소와 친환경, 지속가능이라는 원칙에 동의한다. 한 교수는 에너지세제개편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문제와 갈등을 막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데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그들 역시 에너지 세제개편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시기와 방법, 변동 폭에 대해서 미적거린다. 자기부처 몫이 줄어들면 안되는데다 이해관계자 등쌀을 두려워하고,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찔끔찔끔 손대다가 이 지경까지 왔다.

근본적 처방 없이  진통제만 먹다가는 아예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커진다. 에너지세제개편은 정의(正義,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가 아니라 당위(當爲,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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