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예상되어 온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와 독일 민간연구소 저먼워치가 지난달 발표한 2017 기후변화이행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58개국 중 최하위권인 55번째(58위)를 기록했다. 조사대상은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1% 이상 배출하는 58개국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1등부터 3등까지는 대상이 없어 최하위는 61위.

2006년 처음 발표된 CCPI는 국제 환경 분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평가지수로 인정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하위권(48~51위)에 머무르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34위로 한차례 올랐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4년 이후 줄곧 최하위권(53~58위)으로 추락했다.

더욱이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 노력, 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종합 평가한 점수는 역대 최저인 38.11점을 기록함으로써 이 보고서는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10위권에 이르는 국가인데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CCPI 발표로 우리나라는 앞서 국제 기후변화 연구기관들이 혹평한대로 ‘기후악당’임을 증명하게 된 셈이다. 기후변화 연구기관들은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무책임하고 게으르다면서 기후악당이라는 악명을 붙였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같은 평가는 그동안 예견돼 왔다. 우선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해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언한 2020년까지 배출예상치(BAU) 대비 30%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폐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신 2030년까지 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작년 12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제 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이명박 정부보다 훨씬 후퇴한데다 구체적인 알맹이조차 없어 국내외의 혹독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37% 감축안에는 국내 감축이 25.7%에 그치고 11.3%는 해외에서 감축할 계획. 해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아직 국제적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매우 불확실한 상태다. 또한 해외 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부담과 국부유출이 예상된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개발도상국에 전가한다는 윤리적 비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후퇴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의 녹색성장과 관련되는 정책은 사실상 무조건 반대, 또는 축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가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과도하다며 정부에 로비를 벌여온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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