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원전용 블랙박스 및 원격감시제어시스템 첫 개발
극한 환경서도 작동…성능 개선 2025년 국내 적용 추진

▲ 원전 블랙박스 및 원격감시제어실 시작품.

[이투뉴스]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통제불능의 비상상황에서도 원전에서 수십km 떨어진 거리에서 사고원전 상태를 원격 감시·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이르면 2025년 국내 원전에 적용될 전망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이런 성능을 보유한 원전용 블랙박스와 모바일 원격감시제어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 연구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조기에 수습되지 못한 이유중 하나는 사고 초기 모든 전력이 상실돼 계측제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데다 중앙제어실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외부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해일로 비상발전기까지 물에 잠겨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시작됐으나 누구도 원자로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고, 결국 수소폭발까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훼손된 주제어실 모습

연구원이 이번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전 블랙박스와 원격감시제어시스템은 국내 건설·운영 원전도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시작된 연구의 산물이다. 중대사고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해 발전소 내부 감시에 필요한 계측신호를 수집하고, 원거리에서 복구에 필요한 펌프나 밸브 등의 비상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연구원의 블랙박스 시작품은 80℃의 고온과 1.2kGy(킬로그레이)의 고방사선에서도 동작하며 사고에 의한 전력공급 차단에 대비해 충전용 배터리로 작동한다. 또 침수에 대비한 방수기능과 수소가스 폭발에 대비한 방폭 기능까지 갖췄다. 만일의 사고 시 현장에서 30km 떨어진 차량 원격감시제어실에서 블랙박스가 수집한 내용을 천리안 위성으로 수신해 원전 8기를 동시 제어할 수 있다.

연구원은 2022년까지 원전 블랙박스 성능을 200℃ 온도와 5kGy 방사선도 견디도록 보강하고, 2025년경 상용화 설비가 국내 원전 현장에 적용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창회 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장은 "사고 시 극한 환경에서도 버티는 감시 제어설비 개발이 관건인만크 이 조건을 높여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국내 원전 현장은 물론 수출을 통해 해외 원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원전 블랙박스 및 원격감시제어실 운영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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