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수년 전 세계적인 환경생물학 권위자인 팀 플래너리 호주 맥쿼리대학 교수가 방한해 초청강연에 나선 적이 있다. 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순서가 되자 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 참석자가 강자존(强者存) 중심, 약육강식의 생태계와 생물학에 대한 단상을 그에게 물었다.

당시 팀 교수의 답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팀 교수는 “당신의 질문은 잘못됐습니다. 본래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법칙 따위는 없습니다. 만약 강자만 남고 약자는 모두 멸종된다면 육지에서는 사자와 호랑이 등 먹이사슬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개체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자도 배부르면 얼룩말이 곁에 와도 잡아먹지 않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개체간 균형 위에 존재합니다”라고 했다.

최근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전 영역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 빅데이터 등 기존 과학기술이 수동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면, 이제 그간 인간의 고유영역에 해당하는 의식과 행동 일부를 대체하는 수준에서 새로운 소비자층을 발굴하고 시장창출을 위해 다양한 지식·기술을 융복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정보보안이 중시되고 소비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도매나 소매수준이 아닌 시장 말단까지 내려 개인이라는 위치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파도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얼마나 빈곤하고 편협한가. 선진시장의 흐름을 거들먹거리고 파생하는 경제유발 효과만을 부각하는 여론의 움직임은 마뜩치 않다.

대량의 재원을 가진 판매 측과 제한된 정보와 선택권을 가진 소비 측면에서 시장 내 권력구도는 변함이 없고, 천박한 시장논리는 인간의 선택을 획일화시켜 개성을 지워버린다. 성장이 아닌 분배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현 시장의 한계 앞에선 우리 모두 새로운 시대를 열 준비를 하지 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제시했던 경제중심의 하달식 전달구조가 과연 향후 시장에서도 부합하는지 짚어볼 일이다. 특히 기업 대 기업이 아닌 시민 개개인에게 새로운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미래 에너지시장에서 서로 다른 주체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는 얼마나 비좁고 막혀있는가. 시민 개개인이 에너지주체로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인지하고 상부에서 하달하는 게 아닌 서로 충돌하고 어긋나는 의견을 시간을 갖고 조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종국에 합리적이고 일치된 결론을 좇는 의식과 태도를 보일 때, 우리는 시장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고 지속성장을 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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