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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저장은 왜 어려운가
[448호] 2017년 03월 17일 (금) 10:59:28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지난해 삼성이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삼성SDI가 공급한 배터리 결함으로 발화와 폭발을 일으켜 결국 전량 리콜 후 단종됐다. 이 사건으로 삼성은 수조원대 유무형 손실을 봤다. 곱씹어보면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배터리 결함이 대형화재로 이어져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또는 여객기로 반입된 제품이 3만5000피트 상공에서 폭발물로 돌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내외서 심상치 않게 배터리 관련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선 충전하던 호버보드(두발을 올려놓고 타는 이동장치)가 폭발하면서 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와 소방대원이 숨졌고,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스마트폰 배터리 결함이나 과열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났다. 최근 일주일 사이 보도된 사고만 이 정도다.

전력이든, 가스든, 심지어 폭발물이든 농축 및 압축된 에너지는 대체로 그 수준에 비례해 위험하다. 작게는 수백그램(g)에 불과한 배터리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본래기능과 무관한 위험물이 된다. 스마트폰 배터리 수천개 용량의 전기차나 수만~수십만개 용량의 ESS설비가 머잖아 우리 일상과 아주 가깝게 자리하게 될텐데, 이런 저장장치 고유의 위험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다.

GW단위 대형 ESS·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다수 보유한 우리나라는 자칭 ‘배터리 강국’이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글로벌 시장서 일본, 중국, 미국 기업들과 분투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심하던 정부도 모처럼 자연발화한 불씨가 꺼질새라 내수물량 만들기에 혈안이다. 태양광 연계 ESS REC(공급인증서) 가중치 부여 등의 각종 지원정책이 이런 과정에 만들어졌다.

물론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건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책도 과유불급이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늘리는 게 우선이지 ESS를 활용하기 위한 신재생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 더욱이 ESS 원소재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황새걸음을 따라간다고 무리수를 쓰면 훗날 뒷감당 할 일이 커질 수 있다.

전기공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전력은 고유의 물리적 관성이 있어 통신과 그 성질이 태생적으로 다르다. 데이터처럼 목적지를 임의로 정할 수 없고, 끊거나 다시 보내는 일도 쉽지 않다.(일명 라우팅과 스위칭) ICT와 융합한 최근 제어기술이 이런 한계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단계다. 여기에 고유 물리적 관성 탓에 통신처럼 상품화가 쉽지 않고 여러 대체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계다.

ESS나 배터리는 전기의 이런 물리적 특성에 배터리의 화학적 특성까지 결합한 형태다보니 성능과 안전 등의 예측이 한층 어렵다. ESS가 당장 전통 기존 발전기처럼 똑같이 역할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은 훗날 선두를 제치기 위해 숨고르기와 자체 체력검증이 필요한 때다. 전기 저장과 이용은 출발선을 떠난지 얼마 안된 장거리 게임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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