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많아 살기 어려워"…3차례 10억 날려

"사기꾼들이 (재산) 다 요절내고, 경기도 광주 산골에 임시 건물 짓고 살고 있어요."
1987년 2월 소형 선박에 가족을 태우고 공해상을 떠돌다 귀순해 첫 가족 단위 탈북 사례를 기록한 김만철(67)씨가 우울한 탈북 20주년을 맞고 있다.

그는 강연 등으로 벌어들인 재산을 수차례 사기당해 모두 날리고 부인과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말 "교회에서 알게 된 K씨가 부동산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며 K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사 결과 K씨가 2004년 김씨의 돈으로 부동산 거래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로 받은 3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중개인에게 건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검찰은 K씨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귀순 후 강연 활동과 신앙 생활에 매진하던 김씨는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서 왔다"는 귀순 소감을 증명하듯 경남 남해에 기도원을 세웠다.

그러나 기도원 운영을 맡았던 목사가 기도원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고는 이 돈을 갚지 않고 필리핀으로 도주하면서 김씨의 남한 생활에 어려움이 닥쳤다.

결국 기도원을 헐값에 매각하고 어렵게 은행 빚을 갚았으나 김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지인 소개로 제주도에 부동산 투자를 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거액을 들여 산 땅이 실제 치른 돈에 못 미치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기획 부동산에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추가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귀순 20주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8일이 귀순한 지 20년 되는데…. 소회랄 것은 없고, 사기꾼들이 하도 많아 얼떨떨하고 살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가 불법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사기꾼들이 계속 나와 문제다. 징역 몇 년 살고 오면 끝나니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김씨는 서울의 한 교회에 다니며 꾸준히 신앙 생활을 계속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함께 남으로 온 자녀에 대해 김씨는 "연락이야 자주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고 했다.

김씨의 막내딸 광숙씨는 2000년 같은 탈북자 출신인 한용수씨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귀순 당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막내 광호씨는 고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UCLA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편 장준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와 이정환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펴낸 '북한 이탈주민의 범죄피해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의 사기 피해율은 21.5%로 우리나라 전체 사기 피해율 0.5%의 43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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