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 공포 불구 성장 기대감 저조

[이투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및 환경 규제 철폐 계획이 새로운 에너지붐을 일으키고, 해외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데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대형 미국 석유와 가스 회사들은 정부 규제가 그들 사업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미미했다고 주주들에게 밝히는 등 시각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미 석유와 가스 생산업체 15개사 중 13곳은 현재 환경 규제에 준수하는 것이 그들의 사업 운영이나 재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나머지 2곳은 그들의 사업규제로 인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환경 규제에 따른 지출이 이윤의 3% 이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식 규제에 대한 전쟁 선포가 미국내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희망대로 석유와 가스 회사들의 이윤이 증가되고 주가가 상승할지도 미지수다.

SEC에 따르면, 공정 거래 기업은 '실질적' 문제를 고려해야하며, 투자자들이 이를 중요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 이를 보고해야할 의무가 있다. "실질적 영향은 꽤 낮다"며 "환경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은 대부분 회사들의 지출 중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고 펜실베니다대학 규제연구소의 캐리 코글라이네스 법대 교수는 지적했다.

◆대형 석유회사 환경규제 지속적 반대

미국의 대형 석유와 가스 회사들은 주주들에게 현재 환경 규제는 사업 운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들은 연방 토지에서의 시추 축소, 재생에너지 보조 등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친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해왔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없었다는 결과를 스스로 발표한 셈이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동안 오바마 행정부 정책들을 폐지해 수입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내 임기동안 우리는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뤄낼 수 있다”며 규제는 ‘자해 상처’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의 규제를 철폐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 명령을 빠르면 이달 내에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1970년대 아랍 석유 파동 이후 수입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매일 79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인도의 석유 수요량을 합친 것과 같은 엄청난 양이다.

석유와 가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식 규제 공격을 환영하고 있다. 셰브론의 존 왓슨 CEO는 이달 휴스턴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지난 8년간 경제 성장이 3%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기간 트럼프 캠프에서 에너지 고문을 한 컨티넨탈 리소시스의 해럴드 햄 CEO는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규제 철폐는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두 배로 증가시키며 미국의 신 에너지 르네상스의 시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컨티넨탈은 연례 보고서에서 다른 비슷한 상황의 경쟁사들과 비교해 환경규제가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컨티넨탈의 경쟁사들도 환경규제 준수를 위한 연례 지출액은 영업 수익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코노코필립스 대변인은 규제 준수가 회사의 자산 유동성이나 재정적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불필요한 요식은 달갑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자주 바뀌고 과도한, 중복되고 잠재적으로 상충되는 규제들은 회사의 지출을 늘리고 잠재적인 사업 지연을 유발한다. 아울러 투자 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소비자들에게도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API 대표 잭 제럴드는 석유와 가스 산업은 오바마 행정부의 과도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산업을 타깃으로 한 145개의 신규 또는 진행 중인 연방 규제 조치 등 전례없는 맹공격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혁신들과 업계의 리더십으로 석유와 가스 산업은 발전했다”고 말했다.

석유와 가스 업계는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동안 그의 정책을 반대했지만, 석유와 가스 생산은 50% 이상 증가했다. 유가 상승과 셰일 가스 프랙킹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생산량 확대는 지구촌 공급 과잉을 초래했고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4년 초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2016년 25달러까지 급락했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를 맴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성장의 절대 요소...규제요인은 미미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규제에 준수하기 위한 지출액은 이윤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엑손 모빌은 2016년 세계적으로 49억달러를 환경규제 준수에 지출했으며 이는 수입의 2.2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훨씬 작은 규모의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2억8500만달러, 수입의 2.82%만을 썼다.  

코노코필립스와 셰브론은 환경 규제 지출을 세분화했으며 환경 규제가 사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코노코필립스는 2016년 6억2700만달러, 즉 수입의 2.57%를 환경규제 준수에 소비했다. 셰브론은 21억달러인 1.91%를 썼다.

다른 11개 회사들은 지출을 세분화하지 않았으나, 환경규제가 사업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SEC에 밝혔다.

EOG 리소시스는 지난달 “환경법과 규제에 따르는 것은 EOG의 전반적인 비용을 늘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재정적 상태나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지 않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데본 에너지와 아나다코 페트롤리엄, 파이니어 네추럴 리소시스, 아파치 등도 비슷한 표현을 썼다.

한편, 오바마의 퇴장과 트럼프 승리는 일부 큰 손 투자자들의 전망에 불을 밝히고 있다. 탄광과 정유소 등 다른 산업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 당시 환경보호 규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일부 석탄 회사들은 최근 몇 년간 파산했으며 오바마의 기후변화 법이 지출을 늘리고 수요를 위축시켰다고 비난했다.

정유사들은 환경 규제가 신규 정유소 건설을 방해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아울러 휘발유에 바이오연료를 혼합하도록 한 규제로 인한 비용 타격을 견뎌야 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부 에너지와 규제 전문가들은 이 산업의 가장 큰 동력은 공급과 수요이지 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천연가스는 석탄산업 회생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다. 두 연료가 미국 발전소의 연료 공급을 두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 동인은 원재료인 원유와 그들 생산품 간의 가격 차이에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코글라이네스 법대 교수는 “수요와 공급이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동력이다”며 “규제는 비교적 사소한 부분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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