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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기정부의 에너지정책
허은녕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449호] 2017년 03월 27일 (월) 08:01:41 허은녕 heoe@snu.ac.kr
허은녕
세계에너지경제학회
(IAEE) 부회장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21세기를 외환위기 때문에 정신없이 맞이하던 2001년, 김대중 정부는 놀랍게도 제1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과 제1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1990년대에 시행된 국내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95%가 넘는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하게 된 나라가 외환위기로 재정까지 바닥나자,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자급자족 정책을 편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또한 온실가스 문제에 대비하여 지속가능한 발전 및 에너지절약 역시 크게 강조하였다. 다가올 기후변화협상에 대비한 것이다. 

한편 선진국들은 2001년 미국, 2002년 유럽과 러시아, 2003년 일본 등 일제히 국가장기에너지정책을 내어놓으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와 기후변화협상의 적절한 대응이라는 21세기 2대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였다. 이후 유럽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북해유전과 프랑스 원자력에 더하여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절약기술개발로, 미국은 공급일변도의 정책이 셰일가스 개발로 대박이 나는 바람에 21세기 초에 세운 두 목표를 십수년 만에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한편 자국 내 에너지 공급원이 적고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아,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진 원자력 에너지 중심의 정책으로 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후쿠시마 사태로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중국은 셰일가스를 개발하고 중앙아시아국가에서 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등 나름 대안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그럼 어떠한가. 사실 한국도 2003년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었다. 김대중 정부가 일찌감치 마련한 신재생에너지와 해외자원개발에 보다 힘을 싣는 정책을 수립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갑자기 터진 방폐장 사태로 의사결정이 차일피일 미루어져 결국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격을 경신하던 2008년 8월에서야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2009년에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보급과 해외지원개발은 신기하게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이후부터 그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두 목표 중 단 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부실의 늪에 빠져있다. 

2016년에 발간된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 에너지 지속성지수 보고서에 나타난 에너지안보 72위, 환경지속성 88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들이 2대 목표로 하고 있는 에너지안보 및 환경지속성 두 지수에서 한국은 21세기 들어 단 한번도 70위권 보다 좋은 순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 정책 수립도 늦은데다가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내용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에너지 수입이나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분야 국제협력 등을 다루는 독립된 정부부처가 아예 없고, 신기하게도 정보통신분야나 건설 분야에는 몇 개씩 있는 진흥원이 에너지 분야에는 하나도 없다. 만약 차기정부에서 에너지 분야의 독립적인 정부 조직을 만들게 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21세기의 기술혁신을 준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돈의 30%를 쓰고 있는 에너지 수입부문의 효율화 및 에너지 분야 국제협력을 담당할 부서가 가장 시급히 필요하다. 아울러 지방의 에너지정책 및 건물 및 수송 부문의 에너지정책을 통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들여야 하는 부분은 에너지 분야 신기술개발 및 기업경쟁력 강화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경쟁력 및 고용확충을 위하여 기술혁신 및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1세기, 우리는 그 시작이 좋았으나 중도에 추진력을 상실하고는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를 준비 없이 맞이하였다. 그 이후에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겠다고 호들갑을 떨고는 다시 잘못 투자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지난 10여년 동안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같은 10년 동안 유럽은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개발로, 미국은 셰일가스개발로, 중국도 초대형 에너지회사를 육성하여 에너지 위기를 넘기고 미래를 준비하였다. 이제 다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는데 또 다시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다. 독립된 정부부처,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및 기후변화협상 대응이라는 21세기 2대 목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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