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대선을 앞두고 전력이나 철도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서비스에  대한 시장개방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찬반 양측의 혼전 양상이라기보다 여러 정부를 거쳐 명맥을 이어온 시장 경쟁, 또는 공공독점 완화 정책을 민영화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사실상 뭇매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런 시류에 편승한 것일까, 일부 대선 후보들은 거대 노조와 단체를 잇따라 만나 살가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들의 연대가 하층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 보호에 기여할지, 아니면 또다른 기득권 지키기에 기여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전 통치자의 무지·무능은 통탄할 일이지만, 연원이 다른 정부 정책까지 싸잡아 적폐로 몰아붙이는 것도 현명한 접근은 아니다.

최근 일부 에너지 공공노조들과 모 정당 대선후보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기치로 정책 협약을 체결하고 차기 정부 공동 추진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온실가스 감축 목표(BAU대비 37%) 강화, 석탄화력 및 원자력발전 단계적 축소,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기저화(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량 40%로 확대), 탈핵·탈석탄 친환경에너지 확대 에너지믹스 수립 등 일부 발전·에너지 공공노조가 속한 단체에서 나온 정책과제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파격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과제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에너지산업 역시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금과 같은 공기업·공급자 중심 산업구조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본론과 결론은 달랐다. 이들은 에너지공기업을 민영화 및 시장화 하려는 기존 정부 정책을 중단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기업 주식상장, 전력판매시장 개방, 가스 직수입 등의 정책을 문제 삼았다. 더 나아가 에너지전환 비용을 공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과다수익을 보장하는 전력거래시장을 제한하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민간발전사들의 고수익을 제한하고, 민영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전력거래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리하면 시대적 요구인 에너지전환은 적극 추진하되, 그 주체는 공공성을 담보할 공기업들이 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연 공기업이 특정 산업을 운영하면 공익성이 담보되고, 민간기업이 운영하면 그렇지 않은가. 반대로 민간이 특정 산업을 운영하면 효율성이 담보되고, 공기업은 비효율적인가. 이런 이분법적 단정에 대해 O,X 푯말을 들게 만들어 진영을 가르는 게 민영화 프레임의 함정이다. 때로 민간자본이 국가경제 먹이사슬 정점에서 공익에 반하는 이윤추구를 일삼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익이란 명분 뒤에 숨어 주인을 섬기지 않고 스스로 기득권이 된 일부 공공의 행태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에너지산업과 시장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는데, 어째서 십수년이 지나도록 민영화 논의는 구태를 그대를 유지하고 있는가.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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