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폐지 지침에도 한 달간 지자체 5곳 관련조례 정비
에너지계획 수립 시 지자체에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여

[이투뉴스] 완연한 봄이 왔지만 지자체의 신재생에너지 입지규제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동토(凍土)와 같다. 정부도 입지규제를 풀기 위해 적극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 담당자를 직접 마주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마치 장벽을 마주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한다.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도로·주거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일정거리 이격하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 운영 지침(지자체 조례)을 원칙상 폐지하거나 100m 이내로 줄이도록 관련 지침을 각 기초자치단체에 송부했다. 양 부처는 이를 통해 이달부터 일괄 정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례를 보유한 지자체는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이러한 지자체 조례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라고 조치한 지난 3월 한 달 사이 관련조례를 신설한 지자체는 다섯 곳이나 더 늘어났다. 충남 천안시와 경북 안동시, 김천시, 성주군, 전남 순천시 등이다. 본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입지를 규제하고 있는 지자체는 54곳에 달한다.

최근 관련조례를 신설한 지자체에서 태양광사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지난달 2일 산업부와 국토부가 이격거리 폐지 또는 축소토록 각 지자체에 관련 지침을 송부했지만 막상 지자체 담당자를 만나보면 규제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산지법상 산지 하부 맹지에 설비를 설치할 경우 진입도로를 확보하라고 하고, 주택 지붕에 태양광 설비설치를 권유하면서도 도로나 주택에 이격거리를 설정하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관련조례의 합리적인 정비를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지자체와 동등한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지침을 시달하는 방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 석탄이나 원전처럼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며 “모든 계획과 발표를 중앙정부가 단독으로 처리하고 뒤늦게 지자체에 협조를 구하는 일처리방식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정부 차원의 에너지계획 수립 시 지역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관련 조례 확산에 대해 유관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송부 이후 오히려 지자체들이 일사분란하게 입지규제를 신설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특히 파리협정 이행이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등은 중앙정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지자체에게도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지자체가 형식상 작성하는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및 실행의무를 강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하는 등 공동의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지침 송부 이후 각 지자체와 관련조례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기 위해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직 지침을 송부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지자체들도 내용을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좀 더 추이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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